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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May 12. 2023

"영화를 왜 좋아하세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3, 이에우노 다케히코)


사진 제공 : 네이버 포토 스틸컷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특별하다. 영화인의 꿈을 접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에게 다시 영화인의 꿈을 불 지폈다. 개봉 후, 한 달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다들 슬램덩크와 정대만 얘길 하고, 마지막 30분이 정말 미쳤다면서 꼭 봐야 한다고 난리가 났었다. 처음엔 호기심이 컸다. 극장 안을 사람들로 가득 메우고 팝콘과 콜라 먹는 소리가 종종 들리다가 어느 순간엔 정적만 남았다. 북산고와 산왕공고 경기에 몰입해 손에 땀이 날 때쯤 태섭과 대만의 과거, 치수의 심연이 긴장을 풀게 했다. 경기의 생동감과 적절한 회상으로 관객들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 했다.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에는 별다른 배경음악도 없어서 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고 어떤 이는 "안돼...!"를 외치기도 했다. 난 자리에 앉아 엔딩 크레딧까지 보았다. 엔딩 크레딧엔 내가 지원했던 배급사 NEW 로고가 뜨면서 마음속이 꿈틀거렸다. 저걸 하고 싶었지.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고, 걱정이 있다면 극장 안에 두고 극장 밖에서 영화 얘기를 하며 기분 좋게 영화관을 나갔으면 좋겠다는 나의 소망. 엔딩 크레딧에 수많은 제작자들과 이 영화를 극장까지 오기까지 많은 노력들이 들어갔다는 걸 알 때마다 벅차다. 그래서 더더욱 영화를 알리고 싶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았다. 약 9년 동안 영화를 보러 전주로, 부산으로, 예술영화전용과 멀티복합 영화관을 그렇게 많이 오갔으면서 아이맥스는 처음이었다. 영화관에 들어가는 그순간이 두근거렸다. "와 진짜 크다." 혼잣말하며 입장을 했는데 내 뒷사람도 같은 말을 했다. 난생 그렇게 큰 스크린과 좌석은 처음 봤다. 영화가 시작하기 10초 전에 카운트를 세는 것도, 일반 상영관에 비해 농구화 소리와 OST가 아주 잘 들리는 것도 신기했다. 영어학원에서 작은 텔레비전으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봤을 때의 나로,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그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한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영화관에는 N차씩 한 사람들이 많았고 좌석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몇 번이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 빛을 향한다고 생각했다. 인생과 닮았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보든 영화가 끝나면 영화를 통해 위로를 받고 무언가 영감을 받아 하나씩 마음에 무언갈 심고 가니까. 그게 이상한 영화든 좋은 영화든. 무엇보다 나는 좋은 영화가 인생을 더 낫게 한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이 N번씩 영화를 보는구나 싶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보이는 것이 또 다르고 감상이 달라지니까.  



"영화를 왜 좋아하세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서 소연이가 백호에게 “농구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본 것처럼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이젠 망설임 없이 '영화적 경험'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에 몰입하고 같은 영화관에 있는 관객들과 같은 포인트에서 웃고 울고, 가끔은 영화관을 빌린 것마냥 큰 스크린으로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하고 영화관 밖에서 영화 얘기를 하며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같이 본 사람들과 감상을 공유하고, 좋아하는 영화라면 몇 번씩 보면서 위로를 받는 것 때문에 영화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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