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레네 Aug 08. 2021

너의 뒷모습은 날 연민하게 해

그늘을 어루만지고 싶은 그림들

곱게 땋아 올린 머리, 하얀 살결, 산뜻한 한복, 무언가 고민에 잠긴 듯한 뒷모습…. 박래현의 작품 <여인(1942)>이다. 



이 그림에 대한 첫인상은 '정갈하다', '은은하다', 그리고 '쓸쓸하다'였다. 왜 박래현은 뒷모습을 택했을까. 여인은 무슨 상념에 잠겨있는 걸까. 








나에게는 뒷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뭉클한 감정이 있다. 사람은 앞모습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고 교류한다. 눈을 꼭 쳐다보아야 대화가 된다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시선을 피하거나 얼굴을 돌리고 대화를 하면 '성의가 없다'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상대를 진심으로 느끼고 좋아하게 되는- 그리하여 그 애정이 완성이 되는 건 뒷모습을 보고 나서인 것 같다. 


작아진 아빠의 등, 할머니의 굽은 어깨, 피곤해 까무룩 잠든 남편의 불툭나온 날개뼈, 그리고 박래현의 그림에서처럼 종이학을 든 채 생각에 잠긴 여인의 뒷모습 같은 것들. 하루를 살아내고 인생을 버티는 치열한 시간의 뒷면 같은, 그런 순간들. 




Anne Magill, <In the Shadow of Hawthorn>, https://annemagill.com/



Anne Magill, <Murmur>, https://annemagill.com/



Lena Rivo, <Woman by the window>, https://lenarivo.blogspot.com/2014/07/oil-painting-video-demonstration-woman.html



David Hattinger, <A break in their day>, https://www.hettingerstudio.com/



Vilhelm Hammershøi, <Bedroom>



Carlos Rancaño, <Detach>,  https://www.carlosrancano.com/







오늘은, 좋아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다정하게 연민하며 바라보고 싶다. 그가 가진 그늘을, 인생의 그림자를 어루만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죽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