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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선 May 21. 2021

꼬리를 가진 너를 사랑해.

'인어공주' 재해석-바위 뒤에 숨지 않았다면 우린 어땠을까.

응모분야 : 삽화

응모주제 : 인어공주

소재 : digital media


작가 노트


왕자님을 구한 뒤 인어인 나를 보고 놀라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위 뒤로 숨어버렸다. 바위 뒤로 숨어버린 것이 도화선이 되어버린 것인지 내 사랑은 점점 꼬여만 갔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타이밍을 놓쳐버린 나는 꼬여가는 운명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눈물만 흘려야 했다.

 사랑에 빠진 뒤, 나의 시선은 완벽히 왕자님에게 머물렀으므로 난 서서히 나를 잃어갔다. 내가 아닌, 왕자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마녀에게 내어주었다. 그렇게 하면 사랑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진짜 내 모습을 감추고 인간인 척하면 사랑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곳에 사랑은 없었다. 진짜 내 모습을 잃어버리고, 진실을 숨긴 나에게 왕자님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물거품이 되어 왕자님 곁에서 사라져 주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물거품이 되어서도 내가 여전히 그리워한다는 것을 그는 알까.


 만약 내가 처음 왕자님을 구해주었을 때, 바위 뒤로 숨지 않고 꼬리와 목소리를 가진 채 그를 마주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진실을 듣고, 진짜 내 모습을 보고, 어쩌면 왕자님도 인어인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내가 지금 물거품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나를 잃어버리는 사랑은, 결국 사랑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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