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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은주 May 15. 2022

남편에게 사과를 했다.

용량은 정확히!!!!

내 시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고 다짐한 이후 남편에게 의존했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남편의 모습이 새롭게 보이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씩 인지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매우 불편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편한 사람이 되었다.


남편에게 종종 고백을 하곤 한다.


이 정도면 찐사랑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가스라이팅 라고 했다. 그런데 잘생긴 연예인 두고 내 남편이 최고라고 말하는 건 찐사랑 아닌가? 이 정도면 남편을 향한 사람이 넘치다 못해 한 없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까지 변화할 정도로 우리의 관계는 호전적이고 편한 사이이다. 안 맞으면 그런가 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격리가 아닌 재택근무를 했다. 불편하고 힘들 텐데 일을 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짠했다.


격리 해제까지 얼마 안 남았을 때, 남편의 한마디는 나의 마음을 후려쳤다.


"전 보다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일 년에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건강체였던 남편의 고백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돈 벌어서 뭐하나! 이런데 써야지! 그동안 알고 있던 영양제를 바로 구입했다.


우리 집 가장은 매우 소중함으로!


영양제는 아침, 점심, 저녁 물에 타 먹는 형태로 각각 용량과 용법이 나눠져 있다. 타서 먹으라고 하니 타 줘야 먹겠다고 했다. 


'그래, 이런 거라도 해주자!'라는 생각으로 아침, 저녁 영양제는 타 줬다. 놔두면 알아서 잘 먹는 남편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저녁 영양제는 해독 작용이 있다고 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아침에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저녁 영양제 두 포에 물 120ml를 넣고 진하게 타 줬다. 그렇게 남편을 보낸 후 영양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녁 영양제는 1포에 250ml, 두 포에 500ml입니다."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먹인 영양제가 독약으로 바뀐 것 같았다. 호전반응이 과하지 않다면 상관없다고 했지만 용량에 민감한 남편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서 매우 미안했다.


앞으로 타 줘야 하는 사람은 나 이기 때문에 달라질 용량에 대해 말해주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남편은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주의하라는 잔소리를 여러 번 했다.


몇 번 들어도 할 말이 없다며 앞으로 용량 맞춰서 타 주겠다고 여러 번 약속을 한 이후에 잔소리는 멈췄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각 영양제를 용량을 정확하게 맞춰서 타 주고 있다.


관계가 안 좋았다면 영양제를 사줄 일이 없었을 것이다. 영양제 챙겨달라는 남편의 부탁에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내가 잘못해 놓고 숨기기 급급했을 것이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인생을 나눈 동반자로서 의지하고 서로의 발전을 돕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잘못한 일을 솔직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너무 좋고 편한데, 그래도 영양제 용량, 용법은 정확히!ㅋㅋㅋㅋ 앞으로 남편 챙기기 전에 꼼꼼히 확인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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