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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Jun 02. 2023

미지의 인터뷰_프롤로그

“제가 모르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수두룩합니다. 그들이 왜 궁금하냐고 물어보시는 거라면 배우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배우지 않는 상태의 저는 너무나 시시합니다.” 

-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        

  


 언제부터였을까요. 듣는 일을 사랑하게 된 게.      


 삶의 의미를 잃고 지쳤을 때, 모든 일에 품을 들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자연스레 나를 증명하고 드러내 보이는 일보다는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 무작정 떠난 제주 한 달 살이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게스트하우스를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손님들의 이야기, 각자 다른 이유로 제주로 떠나 온 스태프들의 이야기, 홀로 찾은 관음사에서 머물고 계셨던 한 선생님과 한참 나누었던 대화, 땡볕에 차도를 뚜벅뚜벅 걸어 다녔던 저를 걱정해 태워주셨던 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 갈 때마다 과일이니 초콜릿을 더 챙겨주시며 이야기를 걸어주셨던 카페 사장님도, 모두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세 분의 어머니와 세 분의 아버지 인터뷰를 통해서는 나보다 먼저 살아간 이들이 그 시간 속에서 어떻게 단단해져 갔는 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독서모임을 할 때면 늘 발견합니다. 낯선 타인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가 얼마나 다정해지는 지를요.      


 조금 더 듣고 싶어 졌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더 들려주고 싶어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저마다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 애쓰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조금 더 상냥해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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