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요즘엔 카페나 브랜드를 운영하면 SNS가 필수잖아요. 혹시 여기에 대한 부담은 없으신가요?
효준 sns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벅차다거나 어렵지는 않아요. 그런데 SNS를 운영하면 계정을 보시는 분들이나 우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반응을 볼 수 있잖아요. 어떤 게시물에 반응이 많이 있다면 어떤 게시물에는 반응이 별로 없을 것이고, 또 어떤 방향성으로 우리가 진행을 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다른 어떤 방향성으로 진행했을 때는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반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반응들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로 쌓였나 봐요. 최근에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계정을 닫아버릴까도 생각했었는데, 요즘 시대에서 SNS 계정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더군다나 여기는 유동인구도 없는 곳이니까 SNS로 유입을 시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게 고민이에요. 마지막으로 영상 올린 게 10일 전이더라고요. 10일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시 쉬는 중이었어요.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될 것 같기도 해요.
미지 부담이 많으셨군요.
효준 워낙 성과에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사람이거든요.
미지 그럼 여기 거룩바의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충분히 본인답다고 느껴지시나요?
효준 사실 100% 저 답지는 못하죠. 계효준이 아니라 거룩바를 내세워서 표현을 하고 있으니까요. ‘잘 살아보자’고 하는데 저도 잘 못 살거든요. 심지어 저번 주는 일주일 내내 술을 마시고 제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고, 방탕한 삶을 살기도 했어요. 머릿속에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의 이상향, 이 브랜드의 이상향이 ‘잘 사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보여드리는 거죠. 실제 제 모습은 아니고, 제가 바라보고 있는 지점을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아직은 제가 부족하니까요. 먼 미래에는 저답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미지 그렇구나.
인터뷰를 준비하려고 채널을 정주행 했거든요. 처음에 ‘거룩바는 어떤 곳일까?’ 하고 피드를 쭉 보니까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았어요. 콘텐츠가 되게 재밌고 소탈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예전에 ‘내 채널 운영할 때 어땠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격식을 차렸나? 싶기도 하고. 근데 책방이면 또 그래야 하나?
효준 (웃음) 맞아요. 그런 고민이 들죠.
미지 저도 최종 꿈은 다시 제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어서, 그때는 좀 더 나다운 콘텐츠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효준 제가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과연 어디까지가 나다움일까’ 거든요. 예를 들면 제게는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을 거 아니에요. 약점까지 나의 모습이라고 인정하고 보여주는 게 나다움일까? 아니면 그리는 이상향의 모습이 나다운 건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미지 (한숨) 이 SNS가 참 필요하면서도 너무 고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요새 계속 좀 줄일까? 끊어볼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 생각만.
효준 맞아 맞아. 진짜 요즘 사회에서 안 하기는 어렵죠.
미지 지금은 두 분이서 함께 운영을 하시는 건가요?
효준 혼자 시작했고, 둘이서 운영하다가 다시 혼자가 됐어요.
미지 계속 변화하는 중이군요.
아까 거룩바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 로고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건가요?
효준 컬러는 흰색, 빨간색, 검은색으로 되어있어요. 배경을 흰색으로 하다 보니까 위에 점을 회색으로 표현하긴 했는데 원래는 흰색이에요. 로고에는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긴 하거든요. 그걸 빼고 말씀드리자면, 빨간색 선을 기준으로 아래위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우리가 세상 살아갈 때 조금 구별된 더 나은 가치,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성이 아니라 나만의 방향성과 나다움을 지킨 채로 살아가자는 그런 의미를 담아서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 이름이 거룩 ‘바’’잖아요. 원래 에스프레소 바나 칵테일 바 같은 곳은 가운데에 테이블 바가 있고 손님과 직원이 나눠져 있는데, 저희는 ‘바’지만 나눠져 있는 느낌이 없잖아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 공간에 들어오면 모두가 화합될 수 있다는 뜻도 담았고요.
미지 종교적인 의미는 어떤 건가요?
효준 기독교 세계관에는 선과 악이 있어요. 그리고 악이 선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하나가 있는데 그걸 가운데의 빨간색으로 표시를 했어요. 이 가운데 빨간 걸 통해서만 둘이 접촉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미지 이름이랑 로고는 되게 오래 고민해서 만드신 건가요 아니면 그냥 ‘아, 이거다’ 해서 만들어진 건가요?
효준 아, 이거다 해서. (웃음)
미지 브랜드를 만드는 건 얼마동안 꿈꿔오신 일인지도 궁금해요.
효준 성장하면서 그 사람의 성향이나 성질이 정립되잖아요. 저는 잘못된 걸 바로잡고 싶어 하는 성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건 굳이 왜 저런 거지? 저건 저러면 안 되는데? 그럼 내가 바꿔야겠다, 하는 이런 기질이 있었어요.
제 주변 지인 중에 꿈이 없는 친구가 있거든요. 제일 친한 친구 중에 한 명인데, 꿈 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거예요. 물론 그 친구한테는 그게 편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사람들이 왜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거지’, ‘어쩌다가 꿈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을까’를 골똘히 생각하게 됐어요.
유럽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비교적 쉽게 도전해요. 우리나라는 정형적인 교육에 갇혀서 하고 싶지도 않음에도 먹고살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육 시스템, 중고등학교 같은 공교육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렸을 때 가정에서부터 배워온 교육 문화 있잖아요. 이런 문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이 문화를 바꿔서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도전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할 수 있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그 사람이 커서 조금 더 잘 도전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고 믿거든요. 이건 제 뇌피셜이 아니라 하버드 논문에서 나온 얘기예요. 그런 문화가 대한민국에 유독 부족하니까 그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보자. 브랜드를 통해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한 거죠.
미지 멋지네요.
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과 기획을 하시는 분을 인터뷰했었는데, 제가 그런 질문을 했었어요. 혹시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르게 창작자로, 조금 다른 다른 삶을 사는 게 불안하지는 않냐고 물어봤었어요. 그때는 제 스스로도 그런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분께서 내 삶이니까, 내가 한번 살아보고 그래서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그걸 듣고 나니까 ‘아, 되게 어리석은 질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다른 삶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삶의 방식인 거죠. 그 후로는 저도 좀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효준 저도 공감해요. 기성용 선수도 그랬잖아요.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 답답하니까 내가 해서 보여줄게. 내가 만들어 놓은 다음에 따라와. 저도 그러고 싶어요.
미지 진짜 그냥 다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쉽지 않네요.
효준 쉽지 않죠.
미지 저도 그런 생각은 늘 가지고 있거든요. 책방을 했을 때, 저는 주제별로 큐레이션 하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큐레이션을 했었어요. 그중에서 한 코너가 ‘대안적인 이야기’였어요. 저는 대안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책이 너무 좋은 거예요. 우리는 되게 정상성을 좇는 사회에서 사니까, 동성 부부의 이야기라든지, 특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에 항상 마음을 뺏겼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이라는 책도 있었어요. 일본 분이신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렌탈해주는 사람의 이야기였어요. 멋진 공간에 혼자 가기 싫어서 같이 가달라거나, 혼자 공부하는 데 집중이 안 돼서 그냥 옆에 앉아서 감시를 해 주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도 너무 재밌었어요.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이 더 많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는 저도 한창 그랬는데 결국 회사 생활로 돌아가고, 또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죠. 이렇게 살다 보면 또다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방식이나 꿈을 꾸는 것에 무뎌질 것 같아서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효준님은 결국 그런 것들을 거룩바라는 브랜드에 담고 싶으신 거군요.
효준 그렇죠. 이제 첫 번째 챕터인 거죠.
미지 첫 번째 챕터.. 인스타그램에서도 ‘원대한 목표’라는 단어를 봤고 아까도 원하는 지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거룩바를 통해서 도달하고 싶으신 목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효준 제가 첫 번째 챕터라고 했잖아요. 제 인스타 계정 아이디가 ‘노워리존’인데, 결국 그게 제 최종 프로젝트예요. 해석하면 걱정 없는 공간이죠. 이 거룩바라는 브랜드로 여러 문화 기획을 작게 시작해서 좀 파이를 키운 다음에 법인을 세우는 거죠. 그 법인 이름이 노워리존이 될 수도 있겠죠. 그렇게 해서 더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을 넓히고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순서대로 하면 제일 작은 제 고향 해운대를 조금 되살리고 새로운 문화의 메카가 되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다음엔, 다들 서울로 떠나면서 부산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부산에도 부산다움이 있고, 부산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제가 가진 철학과 잘 융합해서 부산을 살리고 싶어요. 그다음엔 이제 대한민국을..(웃음)
미지 대한민국을?!
효준 아까 말씀드린 교육 문화나, 그러니까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문화를 이 나라에 정착시키고 싶죠. 너무 이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산업들에서 세상 사람들과 다른 구별된 방향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운영해야 할 것이고요. 또 그런 브랜드에서 내뱉는 메시지가 기존의 사회에서 내뱉는 메시지와 다른 방향이어야 겠죠.
미지 진짜 원대한 목표네요.. 지지합니다.
효준 이왕 사는 거 그런 큰 꿈을 꿔보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미지 맞아요. 고향이 해운대이신 건가요?
효준 사실 태어난 건 남산동인데,. 2살 때부터 14살까지 해운대에서 살았어요. 잠시 가족이 이사 가는 바람에 대연동으로 갔다가, 다시 혼자 해운대로 넘어왔죠.
미지 저도 해운대에서 계속 살았어요.
우동에서 계속 살다가, 이제 여기 좌동에서 살고 있죠. 해운대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는 게 해운대에서 잘 안 나가게 된다고들 하잖아요. 살기 좋기도 하고 무슨 자석이라도 붙여놓은 것처럼. (웃음) 해운대가 문화적으로도 좀 더 발전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효준 님도 부산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떠났나요?
효준 제가 친구가 많이 없어서(웃음) 떠난 친구는 없는데 주변에 여자친구처럼 예술이나 영상, 콘텐츠를 업으로 삼으신 분들이 많거든요. 아니면 커피나, 브랜드를 하려는 분들이 부산에서는 하기 너무 힘드니까 서울로 많이 올라가시더라고요. 뉴스에서도 많이 대두되는 문제잖아요.
저는 결국 그 원인이 아까 말씀드렸던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는 대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전공을 선택하고, 또 그 전공과 또 전혀 다른 유망한 회사를 좇잖아요. 그 회사가 서울에 다 몰려 있으니까 결국 서울로 가는 거고요. 만약 사람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꿈꿀 수 있었다면, 굳이 서울로 올라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미지 저도 최근에 다시 구직을 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다양한 기획 프로젝트나 책방을 했으니까, 서울로 올라갈 생각은 없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거든요. 그러면서 “왜 부산에 계속 있으려고 하냐” 는 질문을 들었을 때 저는 약간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그냥 부산이 좋아서요.."라는 말 밖에는.. 효준 님은 그런 질문을 받으신다면 혹시 뭐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효준 그냥 부산이 너무 좋으니까.
미지 그쵸. (웃음) 저도 그래요.
효준 부산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자꾸 안 된다 그러니까 괜히 더 보여주고 싶어요.
미지 진짜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거룩바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걸 여쭤봤는데, 앞으로 사람 계효준은 어떤 걸 이루고 싶으신가요?
효준 얼마 전에 지인들이랑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쉬운지 남을 사랑하는 게 쉬운지에 대한 얘기를 했어요. 거기 있던 다른 사람들은 다들 나를 사랑하는 게 더 쉽다고 했는데, 저만 나보다 남을 사랑하는 게 더 쉽다고 얘기를 했어요. 저는 저 자신을 알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제 인스타에도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으로 적어놨거든요. 제가 어떤 사람이 될지 잘 모르겠어요.
(웃음)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이잖아요. 브랜드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다음, 높은 자리에서 바꿔 나가는 거죠. 선거철에 보면 유세를 하는 걸 볼 수 있잖아요. 만약 내가 그런 유세활동을 한다면 어떤 연설을 할 것인지 그런 것도 한 번씩 생각해 봐요. (웃음) 아무튼 대통령이 되어 좋은 방향으로 국가를 이끌어가고 싶다는 꿈을..
미지 (웃음) 영향력을 많이 끼치고 싶으시군요.
효준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재정립'이라는 단어거든요. 잘못된 것을 다시 바로잡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미지 멋있다. 근데 진짜 확실히 이런 꿈을 못 말하는 문화가 좀 있는 것 같긴 해요.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 지난 회사에서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원피스로 녹여서 설명한 콘텐츠가 있었어요. 그 만화 안에서 사실 원피스가 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근데 그래도 가치 있는 거라고 믿기 때문에 꿈을 꾼다는, 그 루피 해적단이 생각나네요.
효준 저도 좀 약간 내가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나 싶을 때마다 항상 루피를 생각해요. (웃음)
미지 소년 만화의 순기능. (웃음)
효준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미지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오늘 어떠셨나요?
효준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생각을 남들에게 말하니 후련하기도 해요.
미지 앞으로 크게 되시면 인터뷰 이제 더 많이 하시게 될 텐데 제가 첫 스타트를 끊은 거예요.
효준 (웃음) 맞습니다. 제 인생 첫 인터뷰예요.
미지 영광입니다. 저도 재밌었어요!
효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