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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Jul 19. 2023

미지의 인터뷰_대학생 이지원(1/2)

청소년상담학과 전공생의 마지막 여름 방학

 지원이는 기획단체 0에서 '제티'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해 온 멤버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서로를 모른 채로 같은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죠. 처음 지원이를 만났을 때 그래서 왠지 낯설지가 않은 얼굴이었어요. 


 지원이를 떠올리면 뭐랄까요, 왠지 계피차가 떠오릅니다. 달콤쌉싸르하고, 세련된 카페보다는 정갈한 찻집에서만 파는, 따뜻한 계피차. 지원이는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그래서 모든 면에서 일관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인생 2회 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른스러워요. 저보다 어린 지원이에게 저는 언제까지고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배워갈 것 같습니다. 타고난 천성도 있겠지만, 저렇게 어른스럽고 '나다움'의 면모를 갖추게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겠구나, 하고 그녀의 지난 역사를 종종 짐작해 볼 뿐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녀가 때로 보여주는 환한 미소와 동생다운 발랄함을 발견할 때가 좋아요. 앞으로도 자주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지원이가 펼칠 그녀만의 세계를 항상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미지   오늘은 뭐 하다 오셨나요?
 
 

지원  오늘 집에서 간단하게 뭐 챙겨 먹고 음... 뭘 안 해가지고. 씻고 인터넷 쇼핑하고
 
 
미지   요새 무신사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하던데 혹시 보고 있나?


 

지원   저 무신사에서 잘 안 사서...
 
 

미지   아 왠지 너 그럴 것 같긴 하다.
 
 

지원   너무 대중적이야.
 
 

미지   (웃음) 지금 이제 4학년인가?
 
 

지원   4학년 여름방학.
 
 

미지   여름방학이구나. 이제 거의 끝났네.          



지원   이제 곧 졸업이지.


       

미지   지원이가 졸업이라니...
 
 

지원   구토가 나올 것 같습니다.          



미지   (웃음)  졸업 요건이 뭐야? 실습?
 
 

지원   딱히 없어. 그냥 시험 치고.          



미지   자격증 이런 거는?
 
 

지원   자격증도 그걸 못 딴다고 졸업을 못 하는 건 아니라서. 근데 없으면 취직은 못 하겠죠. 교과 과정을 제대로 들었으면 자격증을 못 딸 수가 없는 그런 느낌? 그래서 암묵적 필수? 못 따도 딱히 졸업하는데 불이익이 있지는 않아.
 
      

미지   생각보다 그렇게 요건이 빡세진 않구나.
 
 

지원    원래 실습이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없어졌고. 실습도 한 달이면 끝나니까 약간 그냥 각자 알아서 잘해~ 이런 느낌.
 
 

미지   그러면 들어야 될 거는 많이 남았어?
 
 

지원   9학점 남았으니까 별로 안 남았지.


 

미지   여름방학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원   또 학교에서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서.          



미지   아 진짜?     



지원   근데 그냥 교육받고 있어요. 이런저런 특강이 계속 열려서  특강 듣고,  과에서 쉽게 딸 수 있는 그런 자격증을 방학에 딸 예정이고, 취미 생활 많이 할 예정이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가. 그리고 가끔 여행 가고. 여행은 그냥 국내 여행 한 두 번 정도 갈 것 같아요.
 
 

미지   어디 갈 거야?
 
 

지원   서울이랑 경주? 아니면 제주도? 서울은 확정.
 
 

미지   아 나도 서울 가고 싶은데. 서울 가면 뭐 할 거야?
  
 

지원   일단 사촌 언니도 서울에 있고, 아빠도 서울에 있어서 저녁에는 가족들 좀 만날 것 같아. 낮에는 좀 가보고 싶었던  문화 공간이나, 또  문화유산 같은 거 좋아해서 종묘랑 창경궁, 창덕궁... 하루는 그렇게 북촌에서 보내려고.


      

미지   좋다.           



지원  그래서 숙소도 좀 한옥 느낌이 나는 곳으로 알아보는 중이야. 또 하루는 서울에 이런저런 신기한 공간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돌아다니고 쇼핑하고. 서울에만 열려 있는 오프라인 숍들이 있으니까. 그런 데 좀 다니면 알찬 2박 3일이 될 거 같아. 
 
 

미지   서울 좋지. 근데 한 번 가려면 너무 돈이 많이 들어. 그래도 경주는 그래도 마음 가볍게 갈 수 있잖아. 경주도 좋아. 어서어서 좋아해?          


*어서 어서는 경주에 위치한 책방입니다.



지원  알지. 경주를 거의 매년 여름에 가는 것 같은데 가면 일단 들르는 것 같아.
 
 

미지   그러니까. 근데 거긴 진짜 항상 사람이 많더라.
 
 

지원   그냥 기념품처럼 하나씩 사게 되더라. 
 
 

미지  황리단길에 있으니까 거긴 되게 좀 신기한 것 같아. 항상 사람이 많더라.
 
 

지원   처음에는 신기해서 갔다가 이제 다들 가니까 나도 가야지? 이렇게 된 것 같아. 
 
 

미지   맞아 맞아. 
 
 

지원   코스처럼 된 것 같아. 그리고 그게 딱 황리단길 입구에 있어서 어 일단 저기 들어갈까?
 
 

미지   들어가 볼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 봉투!
 
 

지원   봉투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미지   그거를 딱 인증샷 올려주고~ 
 

 아무튼 내가 막 떠오르는 대로 질문 적어놔 가지고 딱히 순서도 없고 그냥 1시간 정도 얘기하면 돼. 이런 식으로 합니다. 미리 정해놓고 질문 전달하고 이런 게 난 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지원   그치. 이렇게 하면 사적인 얘기를 또 들을 수 있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
 
 

미지   그러면 요즘에 보통 하루 일상은 어때?
 
 

지원   보통 하루 일상? 이번 주는 운동을 좀 많이 못 하긴 했는데, 일단 헬스장에 일주일에 세 번은 꼭 가고. 
       


미지   다닌 지 꽤 됐지?
 
 

지원   3월부터 했는데 
      


미지   오 살도 좀 빠진 것 같아요.
 
 

지원   근육량이 조금 늘고 살이 조금 빠지고, 체력적으로도 확실히 이게 갑자기 내가 힘이 좋아졌다 이런 건 아닌데 예전보다는 덜 지치는 그런 느낌이 있어. 그리고 운동 자체도 성취감이 있기도 하고 나름 재미가 붙어서 헬스를 일주일에 세 번 가. 또 요즘 집에서 해 먹거든요. 저도 며칠 전까지 자금난이 좀 와서 (웃음) 경제적으로 약간 쪼들려서.          



미지   (웃음) 아 저도 요즘 항상 자금난이에요.          


 

지원   여행도 없는 돈 쪼개서 간 건데 며칠 전에 근로장려금이 들어와서  인터넷 쇼핑 하고 했어. 근로장려금 참 좋더군요.
 
 

미지   정책을 잘 활용하고 계시군요? 저는 그런 거 활용 잘 못하는데.
 
 

지원   한 번 신청하면 계속 알람이 오니까 잊지 않고 신청을 또 하게 되더라고. 그런 거 받으면 좋으니까.          


미지   그치.
 
 
지원   그게 일을 많이 할수록 또 많이 나와서 아주 쏠쏠합니다. 
 
 

미지   운동하고 집에서 밥 해 먹고..
 
 

지원   그냥 그러다가 오후에는 줌으로 특강 듣는 게 있어서 듣고, 또 외부 활동 주기적으로 하는 게 봉사활동이랑 또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방학 동안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거든. 심리 상담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서.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한번 받아봐야지, 해서 받아보고 있고 그런 식으로 외부 일정이 계속 생겨.
 
 

미지   되게 뭔가 학업에 충실하게 산다. 학교에 충실하게. 
 
 

지원   맞아. 시키는 거 많이 하고. 학교의 소중함이 4학년 되면 좀 느껴지면서 말 되게 잘 듣고. (웃음) 시키는 거 다 하고. 그렇게 외부 활동하러 밖에 나갔다가 집에 와서 특강 듣고 저녁에는 카페에 가서 또 할 일 하거나 영화 보러 가거나 이렇게 자유롭게 보내기도 해. 근데 계속 계획했던 일들이 있으니까 항상 시간을 분배해서 뭔가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좀 활기차게 보내는 편.
 
 

미지   뭔가를  되게 많이 하면서 살고 있구나?
 
 

지원   엄청 바쁘진 않은데 그래도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미지   나보다 많이 하는 것 같아.
 
 

지원   엥 그런가?          



미지   난 바쁠 때는 되게 바쁜데 안 바쁠 때는 뭐 하지..? 이게 계속 혼자 있으니까 이렇게 되더라.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잡아줄 사람이 없어서.
 
 

지원  그렇네. 그래서 나는 그럴 때 미리 할 일을 채워놓는 것 같아. 그리고 그럴 때  평소에 못 만났던 사람들한테 연락을 쫙 돌린다던가.    


      

미지   그래서 오늘도 제 책방에 오신 건가요?          



지원   그럴 수도?  시험 끝나고 방학 첫 주를 바로 그냥 놀아버리면 그 뒤도 다 놀기 때문에.
 
 

미지   현명하다.
 
 

지원   그러니까 이제 저는 좀 내 인생을 책임질 준비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미지   아 저는 아직도 책임 못 지고 있는데. (웃음)
 
 

지원   내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 원래 제 성격이 이런 스타일이 아닌데.
 
 

미지   mbti J 아니야?
 
 

지원   INTP였는데 J적인 성향이 많이 생긴 것 같아. 계획을 많이 세워요.  그래서 항상 여행 같은 것도 원래 진짜 즉흥적으로 가는데 그러다 안 가기도 하고. 그냥 가겠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은 비행기표 알아봐. 서울 가는 게 비행기가 더 싸더라고.
 
 

미지  어 맞아 맞아. 
 
 

지원   그러니까 바로 이렇게 티켓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이렇게 그냥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게 환경을 만들어버려요.
 
 

미지   너도 약간 P랑 J가 반반 인가 보다. 나도 그렇거든. 
     

 

지원   사실 J가 계획성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통제하려고 하는 성향이라고 하더라고. 계획에 집착을 하든 안 하든 계획이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긴 해. 그걸 지키고 안 지키고는 상관이 없는 데 있는 게 확실히 좋다.
 
 

미지   인정. 계획이 좀 틀어지더라도 막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데
 
 

지원   그래도 P는 확실히 P인데, 계획을 그래도 세우고 있는 나름 통합이 좀 된 P. 융통성이 생긴 P. (웃음) 극단적인 P도 있거든.


       

미지   융통성이 생긴 P 좋다.         


 

제티   융통성 없게 고집하는 P들도 있어. 왜 이렇게 정해놓고 사냐고~ 그건 약간 극단적인 P.        


   

미지   내 남자친구가 그렇거든. 이번에도 일본 갈 때 내가 미리미리 이것도 예약하고 저것도 예약하자, 그러면 그냥 가서 하면 안 되냐고오.
 
 

지원   귀찮아서 그런 거 이해는 하지만.          



미지   힘들었다.      



미지   내가 인터뷰 대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너의 블로그를 열심히 봤거든. 재밌더라고.

 
 

지원   아 내 블로그 몇 명의 친구들이 되게 좋아해. (웃음) 
 
 

미지   너무 재밌게 봤어. 블로그도 너무 제티 블로그 같은 거야. 


*제티는 지원이의 기획단체 0에서의 활동명입니다. 
      


지원   아 어떤 느낌이지?
    

  

미지   그냥 글도 니 글 같고. 우리가 쓰는 색깔이... 너의 글도 그 나무 색 같아. 


*기획단체 0에서 지원이가 쓰는 멤버 상징색.
      


제티   약간 건조한데 따뜻한.          



미지   딱 그런 느낌. 근데 블로그 이름이 쓴맛 블로그였더라고. 그 이유가 뭔지 궁금했어.
 
 

지원   쓴맛 블로그? 그게 아마 좀 몇 년 전에 지은 걸 텐데. 이름을 지을 때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짓는 편이 아니라 그냥 직관적으로 짓는 편이야. 메이플 스토리 게임 아이디도 그때 제가 꽂혔던 게 녹차 프라푸치노, 그린티 프라푸치노, 자바칩 반반. 그게 아이디였어.          



미지   (웃음) 좋다!          



지원   이거는 그래도 블로그니까 조금 더 성의를 줬어. 나는 단맛보다는 좀 쓴맛을 좋아하는데, 뭔가 젊은 사람들은 쓴맛 별로 안 좋아하니까 그게 특징이 되더라고. 친구들 사이에서 좀 독특한 특징이 되는 그런 거라서. 그런 맛을 좋아하는 것 자체도 있고 좀 어려운 일이나 고난, 역경 이런 걸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그걸 되게 즐기는 면이 있어요. 


 블로그가 약간 그런 거잖아. 사실 달달한 일상을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이런 거에 비해서 좀 진지한 얘기 내 고민 얘기를 많이 하고 씁쓸한 얘기도 많이 적고 그래서 쓴맛 블로그. 어 어감이 좋은데? 그러고 이제 내 머릿속에서 잊혔어.           



미지   아 너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던 걸?          



지원   나는 내 블로그 이름을 잘 안 보니까. 근데 가끔씩 친구들이 어 쓴맛 블로그? 근데 잘 어울린다, 이렇게 얘기해 주더라고.
 

미지   하긴 너는 요즘에 사람들이 많이 하는 블로그 챌린지 같은 것도 안 하잖아.
 
 

지원   왜냐면 그거 귀찮아서. (웃음) 진짜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야. 
 
 

미지   이번에 이렇게 보면서 깨달은게, 블로그가 진짜 그 사람을 많이 드러내주는구나, 싶더라고.
      


지원   보통 블로그에는 정말 솔직하게 적으니까. 


 

미지   그래서 쓴맛 블로그. 잘 어울리네요.
 

 그러면 지원이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쓰고, 어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지 그런 거? 이번에도 찬찬히 읽어보니까 진짜 글 잘 쓴다, 싶더라고.

 
 

지원   나는 책을 읽은 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책이랑 도서관 가는 것도 되게 좋아했고, 그때는 문학을 많이 읽었지. 근데 진짜 정식으로 글을 썼다고 할 수 있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그때 논술 학원에 다녔는데 거기서 한 달에 한 번은 독후감을 쓰고 한 달에 한 번은 신문을 읽고 내 생각을 썼는데 그때 좀 처음으로 논리성이 생긴 글을 써봤지. 그러면서 글쓰기를 되게 재밌다고 느꼈어. 뭔가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혼자 소설을 써본 적도 있고. 
 

    

미지   아 진짜?
 
 

지원   그냥 일기 같은 것도 되게 많이 썼던 것 같고, 국어 시간에 글쓰기 수행평가 같은 거 있으면 엄청 열심히 하면서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중간에 글쓰기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더 글을 많이 쓰고 좋아하게 되고, 글 쓰는 거 자체에 엄청 애정도 많이 생기게 됐어.
 
 

미지   “지은”이 되게.. 큰 동아리고 뭔가 우리한테도 되게 중요한 거점인 것 같아. 여기에 민지도 있었고 유정 언니도 있었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인연으로 뭔가 많이 이루어졌으니까.


*지은 은 지원이와 이전 인터뷰이였던 민지가 활동했던 문예창작동아리입니다.
 
 

지원   지은이 좀 독특하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던 게 거기 모인 사람들은 거의 다 비주류적인 취향이랑 가치관이랑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었거든. 독특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더 결속력이 높았던 것 같아. 밖에서는 잘 공감받지 못한 얘기도 여기서는 할 수 있고. 사실 주변에 책이나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드문데 그런 걸 서로 나눌 수 있고 같이 술도 마시고 같이 뭘 많이 하면서 돈독해졌어. 처음 들어갔을 때 그때 멤버들끼리 되게 엄청 허물없이 친해지고,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했어서. (웃음)  그래서 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미지   지금 블로그에 그렇게 쓰는 거는 어떤 마음으로 쓰는 걸까 가 좀 궁금해. 그냥 일기 같은 글도 있는데 진짜 좀 시 같은 글도 있고.
 
 

지원   보통은 잠이 안 올 때 글을 많이 썼는데 그러다 보면 그냥 일기처럼 쓰게 될 때가 있고 뭔가 문구가 생각나서 진짜  짧은 시처럼 쓰일 때도 있고.
 
 

미지   계속 더 열심히 써볼 생각은 없어? 책을 만들고 싶다든지.
 
 

지원   있어.
 
 

미지   너의 독립출판물 되게 매력적일 것 같거든.
 
 

지원   항상 생각은 있는데. 그러게. 그래서 방학 때 늘 마음속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게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글쓰기. 왜냐하면 학교에 다시 복학하면서 글 쓰는 게 거의 보고서밖에 없었어. 그래서 다시 주기적으로 글을 쓰고, 내가 도전해 볼 수 있는 걸 도전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사실 브런치도 그 리스트 안에 있어.
 
 

미지   도전하나요?
 
 

지원   시도해 보려고. 이번 방학에는 진짜. 왜냐하면 이게 아마 21살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거라.
 
 

미지  나도 되긴 했지만, 브런치의 합격 기준은 뭔지 잘 모르겠어.
      


지원   시리즈처럼 연재할 수 있는 내용

 
 

미지   어어 맞아.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고, 그리고 책을 낸 기록이 있으면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너도 우리 책 써먹어. 팁입니다. 넌 되지 않을까?
      


지원   예전에는 막 그런 게 다 귀찮고, 시도하면 또 거기에 따라오는 진짜 내 것이 생기는 게 좋은데 그만큼 또 책임져야 되는 게 많이 생기니까. 그것도 좀 미루고 미루다가 아니야, 이제 진짜 해야겠다, 싶더라고. 지금 안 하면 언제 또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미지   우리네 인생에는 언젠가 해야 되는데? 하는 것들의 리스트가 너무 많이 있는 것 같아.
 
 

지원   자신 있게 그냥 하면 되는데. 아이템을 좀 생각하고 있는 중. 그니까 내 삶에서 어떤 얘기를 제일 사람들이 궁금해할까? 뭐 그런 걸. 무슨 얘기를 해야 될까?
 
 

미지   하긴 브런치는 뭔가 확실한 주제가 있는 페이지가 많으니까.
 
  그러면 그래도 기획단체 영의 저희 원년 멤버인데 제티한테 기획은 문화 기획은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해. 기획단체 영의 활동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지원   모든 사람들이 다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는데 그거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그 과정은 사실 그렇게 재밌고 신나는 과정은 아니니까. 근데 그래도 기획을 한다는 건 아이디어를 어떻게든 실현 가능하게 구현시키는 과정인 것 같아. 
 


미지   하면서 어땠어?
 
 

지원   재밌었어요. 성장하는 것도 많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기도 하고. 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사람 자체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고. 새로운 경험에는 항상 얻어가는 게 많으니까. 그래서 재밌고 유익했다.
 


미지   활동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거 있어?
 
 

지원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처음에 했던 파란 전시에서 참가했던 작가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런 기회가 있어서 다들 좋다고, 고맙다고 해줬을 때. 이게 우리는 그냥 재밌어서 시작한 건데 또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 거니까 거기서 되게 뿌듯함을 많이 느껴서 그게 뭔가 인상 깊었어. 다른 모임 할 때도 사람들이 항상 이런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다, 모임 하는 거 진짜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또 그게 되게 뿌듯해서 그런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 '파란_'은 기획단체 0에서 처음 진행했던 기획전시입니다.

 
 

미지   너한테 이런 얘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너가 막 표현을 그렇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잖아. 
 
 

지원   어. 물어보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아서. (웃음)
 
 

미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지원   그러네. 
 
 

미지   그냥 항상 되게 덤덤하게 묵묵하게 참여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느끼고 있었구나. 나도 파란 되게 좋았어. 어떻게 보면 우리가 제대로 한 첫 번째 프로젝트인데 되게 잘 됐잖아. 그게 제일 잘 된 것 같아. 첫 번째가. 그래서 우리가 또 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지원   그 뒤로 예술 감정 모임 했을 때도 다들 진짜 좋은 영향을 받아 간다고 얘기를 하니까 단순히 이게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의미를 추구하는 게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미지   맞아. 아무튼 파란이 되게 신기한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 뭔가가 다 잘 맞아떨어진.  


        

지원   일단 근데 아이디어 자체가 되게 좋았고
 
 

미지   시기도 좋았던 것 같고. 방학 때. 좋았지. 재밌었지.


  계속 그런 기획 쪽으로 나가볼 생각은 없었어?
 
 

지원    근데 그 과정에서 고민을 한번 중간에 했었던 시기가 있는데 일단은 전공하고 있는 전공에 대한 애정도 없진 않아서.  일단 좀 더 전공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겠고 생각했지. 그리고 아예 막 생뚱맞게 다른 분야가 아니라 겹치는 부분도 되게 많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하고 계획서 작성하고 시연하고 홍보마케팅하고 계속 그런 걸 했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아예 다른 게 아니라서.


 전공에서 배우는 거 열심히 배우고 아마도 향후 1, 2년 정도는 취직해서 전공 관련한 일을 하지 않을까? 거의 잡무이긴 하지만 그러면서 지낼 것 같아. 문화 기획 그 자체는 되게 좋은데 아직 뚜렷하게 내가 뭘 하고 싶다고 생긴 건 없어서 열려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미지    원래 기획은 또 어느 과정에나 쓰이는 거기도 하지.
      


지원   되게 모호하다고 해야 하나?
 
 

미지   맞아. 내가 교생 할 때도 느꼈던 게 수업도 기획이구나. 
 
 

지원   프로그램은 전부 다. 
     

 

미지   그러면 이거랑 이어서 요즘에 진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취업은 상담센터 이런 데로 생각하는 거야?
 
 

지원   상담센터일 수도 있고, 아마 근데 처음 취직을 하면 상담보다는 청소년 지도사로 취직을 하게 될 것 같아. 그러면 복지지원센터나 수련원에서 수련 프로그램 진행하고 관리하고 거기 오는 청소년들이랑 소통하고 그런 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사실 평생 직업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딱히.
 
 

미지    아까도 향후 1, 2년이라고 해서. 좀 해보고 또 생각하려고?


 

지원   그건 확실한데 그 이후에도 계속 같은 일을 할 생각은 없어. 그냥 진짜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이미 그렇게 마음이 드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아직 뚜렷하게 뭘 결정을 못한 상태예요. 그래서 내가 지금 상태에서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보자.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것 때문에 바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왜냐면 하고 싶은 게 여러 가지면 그만큼 내가 다른 시간을 줄여서 그걸 다 도전해 보고 뭔가 결과를 내봐야 되니까. 예를 들어서 내가 작가가 되고 싶어, 그러면 그냥 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더 이상 아무것도 되는 게 없으니까.
 
 

미지   그러면 그런 다른 선택지라는 건 어떤 걸 고려하고 있어?
 
 

지원   일단 전공을 살린다면 상담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어. 학교에서 상담 수업도 되게 재미있었고, 소질 면에서도 엄청 천상 상담사는 아니지만 나쁘진 않은 느낌이라서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또 한편으로는 창작하는 일에 대한 갈증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새로운 걸 만들고 내 일을 하고 내 프로젝트를 하고 이런 걸 또 되게 좋아해서.
 
  그리고 계속 그냥 마음 한편에 좀 내버려 뒀던 그림 그리는 거나 글쓰기. 글쓰기를 진짜 좋아했어서 그런 것 포기하고 싶지 않아.  다른 선택지라면 아무래도 창작하는 일이겠지? 요즘은 되게 개인이 쉽게 시도할 수 있고 결과까지 낼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까. 왜 나는 안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고, 나중에는 창업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미지  한다면 어떤 창업?         


 

지원  그러니까 만약에 전공을 살리더라도 센터에서 오래 일할 생각은 없어.  나는 뭔가 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보고 이런 걸 좋아해서 상담센터도 기존의 그런 상담센터라기보다 좀 더 쉽고 재밌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상담센터를 항상 꿈꿨는데 없어서. (웃음)          



미지   오 좋다. 약간 문화기획이랑 엮어서.
 
 

지원   맞아요. 좀 더 매력적인 좀 더 쉽게 갈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이랑 연계하는.
 
 

미지   요새 심리 서점이라고 들어 봤어? 심리를 전공하신 분이 하시는 곳인데 그런 관련된 도서들을 큐레이션 하시고 또 이제 심리적인 프로그램도 운영을 하시고 그렇게 하더라고. 예를 들어 그런 방식도 있을 수 있겠다. 근데 그런 게 참 어렵지. 좋은데 내 일을 한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 내가 깨달은 거지만.
 
 

지원   근데 남일 하는 것도 그렇게 쉽진 않아서. 그냥 다 어렵다고 생각을 하면 마음 편하지 않을까?(웃음) 아마 근데 저는 아마 결국에는 뭔가 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미지   아무튼 나도 그럴 것 같긴 해. 나도 이제 여기가 곧 끝날 거니까 끝나고 나면 나도 향후 1 2년은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래도 나는 계속 프로젝트할 것 같아. 이런 인터뷰 프로젝트라도.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거를 만들어내는 거. 결과물이 나오고.
 

 우리 예전에 읽었던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저 책에서 인생에서 내가 주도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게 좋다는 말이 나오거든.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응원합니다.

 
 

지원   좋습니다.
 
 

미지   제티의 책도 보고 싶다. 저기 <<은지의 하루 만화>> 보여? 내가 저분 책 좋아하는데 약간 저런 느낌으로다가 책과 글과 그림이 곁들여진 그런 책이 상상이 됩니다. 

 

     

지원   실제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긴 해요.
 
 

미지   그래요?           



지원   네. 약간 그런 생각도 들어요. 요즘은 진로를 결정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다들 생각하는데, 연애할 때 이상형도 이상형은 이상형이고 현실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직업도 똑같다고 생각해서. 내가 원하는 진로는 원하는 진로일 뿐이고. 이런 직업 저런 직업 다 해보는 거고. 그리고 꼭 완벽한 진로를 결정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알바라도 하는 게 낫다. 뭐든 해보면 나에 대해서 알게 돼서.

 
 

미지   그 마인드 좋다. 뭔가 너는 항상 요즘 애들의 마인드와 우리보다 윗 세대 어른들의 마인드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뭔가 으른들이 "그 시간에 뭐라도 해라", 이런 식으로 말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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