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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뇽알 Sep 25. 2021

한국인 전문 여행사라는데 한국어 가이드는 없다

쿠스코의 한국인 전문 여행사 파비앙 여행사

 유럽의 식민 사업으로 인해 영어, 스페인어, 불어를 쓰는 나라는 많지만, 근대역사에서 피지배국이었으며 대륙의 한쪽 끝에 있어 고립어로 정착한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이 전부이다. 남한과 북한, 교포 등을 포함하여 8천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사용하지만 민족적으로 같은 민족의 사람들만 쓰고 있기에 고유언어를 가진 많은 나라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는 외국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선 1) 그 나라 말을 배우거나 2) 영어로 소통하거나 3) 그 나라 사람이 한국어를 배우거나 하는 방법이 전부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외국에 나가서 보이는 '한글'은 상상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내가 그 나라 말을 익히기도 전에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일 테니.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한쪽 구석에 보이는 '한국인 전문 여행사'라는 간판이 나에게 그랬다. 에스파뇰은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르고, 숫자 다섯을 세는 게 전부인 나에게 '한글'이 주는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 그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현지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판매나 청소, 여행 패키지 영업 등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만 페루 사람이고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은 99% 외국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오히려 그래서인지 아르마스 광장은 한밤중에도 여행객이 많아 페루 여행 중 유일하게 밤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광장의 주변으로 꽤 많은 여행사들이 '마추픽추로 향하는 중간 여정'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 



환전도 하고 여행상품도 파는 곳 


 페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에스파뇰을 공부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렴한 여행사를 찾기도 한다는데 - 다시 만난 꽌또 아저씨가 우리보다 10달러나 저렴하게 준비하심 - 우리는 앞서 기술했다시피 에스파뇰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국어 지원' 버전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한국인 전용 - 파비앙 여행사'.

 오래된 느낌의 2층 건물로 들어가 현지인과 인사를 하고 보니 사방천지 한국어로 된 안내서들이 보인다. 아! 이 반가움 어찌할까! 한국어로 적혀있는 '친절한 여행상담'이라니! 



마추픽추까지 포함한 1박 2일 상품


여행코스도 마추픽추까지 기차로 가는 당일치기, 마추픽추까지 자동차로 가는 1박 2일 코스, 잉카의 정글 트래킹, 해발 5,400m를 자랑하는 비니쿤카, 하루를 온전히 써야 하는 신성한 계곡 투어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봤던 '살리네라스'와 '모라이'를 보고 싶었지만 '마추픽추'만큼은 자유여행으로 하고 싶었기에 투어일 하루 전날 '신성한 계곡'을 거쳐 '오얀타이탐보'에서 헤어지는 투어를 예약하고 확인증을 받았다. 


Round Trip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상 오얀타이탐보로 가는 Oneway Trip


 모임 시간은 아침 7시. 페루 여행 중 유일하게 빡빡한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는 날이었기에 아껴둔 사골국으로 간단한 아침을 챙기고 이구아스칼리엔데스에서의 1박을 위한 간단한 배낭 짐과 산소캔을 챙겨 6시 반부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정말 하늘이 내렸나 싶을 정도의 눈부시게 파랗고 맑았던 하늘. 거기에 성격 급한 한국인들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있죠? 심지어 와카치나 에서 '괜찮냐'라고 물어봤던 청년도 그 틈에 있었다. 이 여행사 한국인에게 향하는 영업력이 역시 보통이 아니다. 근처 다른 여행사의 미니버스도 있었는데 거긴 정말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타는 것 같았는데... 여긴 100% 한국인이다!


 아침에 만난 우리 전담 여행사 디에고. 히피 느낌 물씬 풍기는 긴 곱슬머리를 자랑하는 그는 '안녕하세요' 이후 외국인 대상의 느리고 또박또박한 영어로 우리를 인솔했다. 그렇다. 한국인 전용 상품이지만 한국어를 하는 가이드는 없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레스토랑에 한국어를 하는 웨이터는 없지만 한국어로 쓰여있는 메뉴판은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랄까. 



영어로 설명 중인 디에고


 다행히도 그는 못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쉽고 간단한 영어문장의 가이드를 해주었으니 그나마 에스파뇰이 아닌 점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역시 해외에 나가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을 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게 아닐까. 



<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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