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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스럽게 Nov 03. 2021

나는 인생 배우다

뛰는 놈 앞에 거북




©Monfocus, 출처 PIXABAY



삶은 여행이지 목적지가 아니라고 했다. 좀 더 가득한 삶이기 위해 보다 일찍 다른 길을 선택했던 것이고 꿈이란 것을 온몸으로 붙잡으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러나 극히 사소한 목적 달성에 의한 자만과 감상으로 궁극적 목표와 도전의 용기를 상실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영혼의 요절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도서출판 삼성 I 홍정욱 님의 [7막 7장] 중에서...


나의 청소년기, 밑줄 그으며 읽었던 한 권의 책. 그중 좋아하는 구절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 편지를 써서

여러 차례 나눴기 때문에 저절로 외워졌던 글귀들. 옮겨 적다 보니 이 구절이 다시 또렷해지려 한다. 사십 대 후반을 지나면서 좋은 아이디어나 글이 떠올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이제 바로 까먹는다. 노트에 기록해야 했던 글귀가 딴짓을 하느라 놓친 사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하아! 뭐였더라?" 생각을 가다듬어본다. 기억나지 않았다. 잠시 멍 때리다 나를 자책한다.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지? 배우는 게 너무  많나? 억지로 나를 쥐어짜는 건 아닐까? 하루가 순삭이다. 출퇴근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 중 수행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아뿔싸, 갑자기 생각났다. 떠오른 건 다행이다. 나의 장차 미래의 책 속에 소제목으로 써먹으면 되겠다 싶었던. 여기에 우선 기록했으니 맘이 놓인다.


뛰는 놈 앞에 거북

이게 뭐라고. 웃음이 난다. "뭣이 중헌디?" 모든 이의 삶은 스토리고 글감이라고 했다. 각자 내뱉는 삶의 소리, 그 이야기를 꺼내면 글이 된다고 했다. 나에게 용기를 내어볼 수 있게 하는 한마디였다. 잘되지 않아도, 야트막해도 글이란 걸 써보는 중이다. 써본다는 것! 그게 우선이니까. 어느 날, 일상을 세세하게 기록해 보는 것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아주 조금 알 것 같았던 그 무엇. 정성을 더 기울여야 써지는 글.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쓸 수 있는.  ''이란 게 익숙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읽고 있는 중이다. 에필로그를 살피니 나를 콕 집어 읽어보라고 권면하는 듯했다. '거북'이란 단어에 꽂혔다. '그게 난데... ' 게으른 거북이. 한 템포 느리다. 돈 버는데 안일한 거북이. 배워도 주저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음이 느린 어른. 지금의 나는 '거북'과도 같다. 다들 빠름을 말하지만 난 느리게 길을 가고 있다. 돈 감각에 둔한 나를 스스로 비판하며 나에게 되뇌곤 했던 말. '왜 이렇게 거북이 같을까?' 여러 번 중얼거렸던 말이다. 이 책을 SNS 상에서 자주 보곤 했지만 손에 쥐고 읽을 생각은 못 했었다. '타이밍의 우연'이란 참 재미있다. 지금 내가 읽어야 할 책이다. 배움은 빠르고 실행은 주춤하는, 잘 나아가지를 못한다.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을 마주하며 약간 설렌다. 키워드는 '콘텐츠 해킹', 신태순 작가의 해법이 재미있을 것만 같다. 너무 무겁지 않게 밝고 가볍게 걸어가야지. 앞으로의 나의 목표들도. 결국에는 바지런한 거북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건 아닐까 호기심 어리게 이 책을 마주하려 한다.


                                                                                                                  © Painter06, 출처 Pixabay



나를 키우는 상상 글

백 튜더 퓨처를 시리즈로 보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잘 생긴 '마이클 제이 폭스' 배우가 타고 다녔던 그 날으는 타임머신은 그때 시절에도 신박했다. 영화 속 타임머신을 등장시켜 다시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보는 상상 타임! 내가 나를 다시 키운다면?


나를 키움의 글, 첫째는 '블라블라' 유창하게 다른 나라말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다. 학창 시절의 어린 나를 만나게 된다면 진심 조언해주고 싶은 말, "외국어를 익혀라. 너의 그릇을 키워라." 영어나 제2외국어 어학 능력을 키우고 싶다. 다국어를 잘하는 이들을 보면 무조건 부러움의 대상이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는 불어였다. 바까로레아만 달달 외우면 생활용 언어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만 같았다. 영어권 타국 땅에서 한 달 살이나 1년 이상의 이국 생활을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경험을 키우는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풍요로운 삶의 자산이 될 거니까.


결혼 전에는 이민을 가고 싶었다. 날 꼬드기려 했던 남편은 IT 업 이력으로 호주 이민을 시도했던 청년이었다. 연애 시절, 남편은 소수가 참여하는 산악자전거 동호회를 이끌고 있었다. 가나다 인과의 산악자전거 모임 얘길 꺼내며 살며시 나에게 캐나다 이민의 가능성을 비추곤 했다. 결혼하고 나니 남편은 '억억'거렸다. 10억은 쥐고 있어야 이민의 삶이 편할 거라고 했다. 억대가 아니라면 허드렛일, 청소나 주방보조, 웨이트리스부터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처음부터 이민 갈 생각이 없었던 막말이었다. 젊은 날의 열정, 이민의 꿈은 빛바랬지만 여행이란 게 있으니 대신해 줄 수도 있겠다. 순진하게도 나는 낚인 물고기. 날개 잃은 선녀, 나무꾼에게 속았다. 남편이 늘 하는 말, "우리나라가 제일 살기 좋은 나라야!"


                                                                                                                                © Kieselli, 출처 Pixabay



나를 키움의 두 번째 상상 글, 거대한 바다를 아래 두고 하늘을 날아 커다란 대륙의 땅, 먼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다. 남들처럼 여행을 많이 못 간 탓이다. 여행을 목적으로 시간을 비우고 돈을 모아 1년에 한 두 차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지만, 우선을 꼽자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과 오스트리아 훈데르트 바서의 빌딩을 찾아 흠뻑 취하고픈 마음이다. 곡선형의 세한 장식으로 독특한 건축미를 더하는 가우디만의 구조물을 실물로 보는 영광은 '여행'이란 두 글자를 감행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유럽풍 아르누보의 영향을 초월한 가우디만의 근대건축물을 눈으로 직접 보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 족 마을의 모델이 되어 주었던 건축물은 훈데르트 바서의 '블루마우 리조트'이다. 수평의 바닥에서 작업을 고집하던 그는 '슬로 페인팅'대가이다. 자신이 지은 건축물에 나무를 심고 '나무 세입자'라 칭했다고 한다. 공기를 정화시키는 역할로 나무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대신한다는 그만의 재밌는 발상이 반짝인다.



훈데르트 바서 블루마우 리조트                   가우디 구엘공원


건축가 김찬중 님의 건물우수하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울릉도 코스모스' 숙박이 포함됐다. 건축디자인에 이끌려 우리나라 곳곳의 김찬중 님의 빌딩찾아 아들과 걷고 싶다. 그 첫 번째 걸음은 경기도권 다산에 있는 자그마한 베이커리 카페 방문이었다. 건축가 김찬중 님의 '파티시에 필'을 찾았다. 내부의 모티브는 구름이었을까? 구름 모양의 크고 작은 창들이 눈에 띄었다. 아들과 세상의 좋은 것들을 많이 담고 싶다. 여행을 동경한다. 여행은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거니까. 내가 왜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가치 기준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여행에서 내 아이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파티시에 필 _베이커리 카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아들이 건축가가 되면 어떨까? 아들에게 권했던 직업군이다. 밥벌이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동생을 이름난 건축가로 둔 이웃이 건축일은 막노동과 다를 바 없는 힘든 일이라며 말렸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보며 이상적인 판타지만 자란 탓일까? 직접 겪어본 세월이 없었으니 건축가로서의 이상을 엄마인 내가 먼저 키워보는 상상을 한다. 선택은 내 아이의 몫이지만 힘든 노동의 대가로 자신이 그렸던 건물이 세워진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엄마인 나는 앞서 나가고, 철부지 어린 아들은 아직 꿈이 없다.


머릿속에 그리며 나를 키워보는 소망글! 세 번째는 투자의 달인으로 그릇의 분량을 키우고 싶다. 주식투자와 재산을 불리는 공부에 집중하며 돈 감각이 탁월한 사람으로 스마트한 투자의 달인이면 좋겠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유명할 말이 떠올랐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만 해야 할 것이다.

워런 버핏

노후대책의 차선책! 존 리 박사는 학교에서 경제 금융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저 상상의 날개를 편다면 자연재해 없고, 전쟁 없는 천국 같은 휴양지에서 배 두들기며 놀고먹는 게으른 삶! 억만장자의 집에서 태어나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녀. 그런 운명이면 행복할까? 상상 이스 뭔들!


지금까지는 자유로운 상상이었다. 지난날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안은 채 띄워보는 글이었다면 현실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영어 공부, 주식 공부, 투자 공부, 자기 계발, 책 읽기, 독서모임, 낭독 모임, 북튜버모임, 하브루타 모임... 배울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는 에너지가 동반되어 감사하다. 세상살이에는 배울 게 많다. 무대는 넓다. 오뚝이처럼 또 일어서는 나를 아낌없이 칭찬하고 응원한다. 잘할 거야, 할 수 있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애쓰는 나에게 고마워.


난 인생 배우다.

살아가면서

배움에는 반짝이는 토끼였다가

돈 앞에서 낚인 물고기도 되었다가  

해야 할 사업 앞에서는 거북으로 걷고 있다.

그 역할은 때마다 다양하게 바뀐다.

날마다 익숙한 듯, 또 새롭다.

낯설고 조금 어색한 듯 느리게 걷는 어른.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여유 있게, 그렇게 다시! 

느린 걸음으로 나아간다.





  

       © OpenClipart-Vectors, 출처 PIXABAY







오늘의 음악

악뮤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https://youtu.be/m0DTLMTNy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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