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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스럽게 Nov 14. 2021

[책을 담다 ; 1분 낭독] 야생초 마음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

작은 꽃들을 가까이서 봐야 더 예뻐 보인다
고진하 글 [야생초 마음] I 디플롯 출판


[야생초 마음]

저자의 텃밭에서 만난 초록 풀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야생초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새롭게 생깁니다. 그 생태와 약성, 레시피까지 적용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지혜를 모아 쓰임새 많은 24가지의 들풀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강원도 원주 명봉산 기슭에  귀촌한 작가, 고진하 님은 불편도, 불행도 즐기자는 뜻으로  '불편당'이라는 당호를 붙인 한옥에서 살고 있습니다. 흔한 것이 귀하다는 삶의 화두를 몸소 실천하며, 십오 년 넘는 귀농생활에서 꾸준히 공부하면서 무심하게 버림받는 야생초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아내와 함께 새로운 요리를 실험하며 잡초와 공생하는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는데요, 식물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스승이자 치유사였다는 어느 약초학자의 말처럼 마을 주변 야생의 풀을 먹으며 궁극의 희망을 푸른 천을 두른 식물에 두고 지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 '불편당'이라는 이곳에서 잡초 레시피 세미나를 한다면, ㈁ 공생의 삶, 지구별 자연의 이야기 나누는 소박한 포럼이 개최된다면, ㈂ 들풀 나들이 아이 방학 캠페인 참여 프로그램이 열린다면 아들의 손잡고 불편당을 찾고픈 의지가  생깁니다. 고진하 작가는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을 비롯한 여러 시집과 [잡초 치유 밥상], [시를 읽어주는 예수] 등 여러 편의 산문집을 냈고, 숭실대 문예 창작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박인환상을 수상하기도 했네요.

 

지천에 깔려있던 쇠비름이 지상 식물 중 '오메가-3 최고'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저자는 쇠비름 전도사를 자처하는데요, 쇠비름의 꽃말은 "불로장생'이라네요. 몇 해 전, 이웃이 알려주어 쇠비름을 남편 주말농장에서 뜯어다가(카스 기록 재확인) 설탕에 재워 효소를 만들어보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야생 들풀에게서 얻는 생활 자원이 무한하더군요. 민들레 커피라고 들어보셨어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책 속에서 '별꽃 샐러드'라는 예쁜 이름도 발견했습니다.  


 ©suhyung798 by pixabay



p23 나는 권력이나 재력 같은 인간의 힘을 숭상하지 않지만 식물의 강한 힘은 숭상하고 싶다. 그 강한 힘은 남을 무찌르는 힘이 아니라 남을 살리는 힘이기 때문이다.


마을의 둘레길 걷다 야산 아래 인동 군락의 터가 굴삭기로 파헤쳐지는 현장을 보며 저자의 아내는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립니다. 저 또한 공감되더군요. 아이와 차를 타고 가다 동네 산이 개발에 의해 계속 깎이는 것을  목격하면서 초록이 사라지는 지구별을 마음 아파하며 이야기 나눴던 시간들이 생각나더라구요. 토종 씨앗의 생명을 빼앗는 터미네이터 작업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웠어요. 얄팍한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돈에 우선하는 관점이 그렇게 어리석게도 생명의 신비마저 무시한 채, 생태계의 흐름을 깨뜨리고 있었더군요. 옛 농부들이 자기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것은 토종씨앗이었습니다. 자연의 치유사, 들풀이 가져다주는 해법은 놀랍습니다. 초록 풀들의 쓸모, 그 가치는 실제적이면서도 무한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작고 귀한 보물들이 지천에 깔려 있음에도 천대를 받으며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야생초 마음]의  고진하 작가는 삶의 터전이자 자연의 보고인 땅을 손수 조심스레 일구어 갑니다. 지구의 정원사, 지렁이를 지키기 위함이었는데요, 작가는 영국의 진화론자 찰스 다윈의 '지렁이 예찬론'에 동감하며 새로 고침을 합니다. 경운기를 사용하지 않고 거친 쟁기질을 주의합니다. 부지런한 일꾼인 생태적 지렁이의 쟁기질에 의존하며 15년 가꾼 저자의 텃밭은 옥토로 변신합니다. 진정한 가치를 찾아 선택한 그의 '느림의 미학'이 빛을 발하며 거둔 귀한 열매였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오늘의 수고로움을 감내하며 건강한 흙의 보존에 애쓰고 있었습니다.


P205
초록 땅별의 지속 가능성이 위태롭고 기후 위기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즈음, 나는 내 식구들의 호구를 채워주는 소농이 희망이라고 믿는다. 귀농한 후배도 돈벌이가 안 되는 소농의 힘든 과정을 잘 견디기를!


우리가 너무 무디어진 바쁜 삶을 그저 무지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을 열어 깨어서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발견하는 데 보다 애쓰면 좋겠고, 미래산업으로서 초록 풀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지속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시인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문재 교수의

추천사 일부 글로 [야생초 마음] 서평을 마무리짓겠습니다.


관계를 재발견하는 시인, 겸허한 목회자, 그리고  땅에 뿌리박은 사람으로서 야생과 눈높이를 맞추며 빚어낸 생명 예찬이 도시적 삶에 안주하는 우리의 심사를  복잡하게 만든다. 반갑고, 그립고, 기쁘고, 부끄럽고, 뉘우치고, 안타깝고... 나는 이 책이 촉발하는 '불편한 마음'에서 내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한다. 이 책의 어떤 대목이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그 무엇을 건드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리하여 이런 삶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깨달음에 이른다면 그것이 바로  '생태 영성'의 새싹일 테다.

'밥이 하늘'이라는 생태 영성은 초월적 관념이 아니다.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밥상을 보자. 이 음식들이 대체 어디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물어보자. 자문자답을 서너 차례 이어간다면 '내 몸 또한 우주'라는 세계감을 붙잡을 수 있을 테고, 그때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다른 미래'를 꿈꾸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강원도 땅에서 온 나물 꾸러미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가 보내온 '씨앗 보따리'이다.  





1분 낭독 영상

[야생초 마음] 중 '식물은 다투자 않는다' /  민들레 편


https://youtu.be/m9xTNeLC0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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