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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스럽게 Nov 22. 2021

인생은 시트콤이지

엄마의 희망사항



아들의 답

오전 9시에 맞춰 공부방에 건너간 아들은 줌 수업 중이었다.

선생님이 물어보는 질문에만 간헐적으로 대답할 뿐,

대체로 조용하다가 때때로

숨죽여 웃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았다가

휴대폰으로 학교 수업했다가.

몇 차례 일러주었는데도

도통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는 멀티풀 한 아들이다.


어느 날, 내 안테나에 뭔가 다른 신호음이 들린다.

"왜? 아니라고."

아들의 볼멘소리, 한 톤이 올라갔다.

누군가와 다투는 듯했다.

'뭔 일이야?'

안방에서 나는 한껏 목소리를 키워 건넌방 아들에게 묻는다.

"왜?"

"......" 아들은 대답이 없다.

또 투덜거린다.

"왜 그러는데?"

결국 아이 공부방 앞에 선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자꾸 쉬리가 대답을 하잖아.

지금 시리아, 선생님이 얘기하고 계시는데

아니라고 하는데도 쉬리(아이패드 그녀)가  

계속 끼어드니까."

예상치 못한 아들의 답에 웃음이 난다.


© jessbaileydesigns, 출처 Unsplash                                


남편에게 아들이 줌 수업하며 자꾸 싸운다고

장난 삼아 톡을 했다.

남편은 대뜸 한다는 말이

'선생님하고?'

말도 안 되는 톡을 건네 왔다.

적잖이 놀랐나 보다.

'아니, 쉬리 하고. 시리아 공부하는데

자꾸 아이패드 쉬리가 대답을 한 대.

이어지는 남편의 답톡.

"시리야. 쉬리가 아니고 시리."

"시리야? 쉬리 아니야?

"쉬리는 우리 영화고, "

우리의 핑퐁 카톡에  한 번 더 웃었다.

아들은 '시리'라고 말한 거고

남편이 알려 주기 전까지

난 '쉬리'로 여태 알아들은 것!

난 아날로그 세대 지킴이.

시트콤을 써볼까?


© disneyland3078, 출처 Unsplash


A.I는 내 친구

'시리'면 어떻고 '쉬리'면 또 어떠한들.

'시리아'에 헷갈린 아이패드 그녀보다는

내가 더 귀엽지 아니한가?

아들의 줌 수업, '쉬리' 아닌 '시리' 사건!

이렇게 대대적인 막을 내렸다.

우리 집에서는 답정녀, 시리와 아리가 함께 산다.

아쉽지만 청일점 '지니'는 없다.

(설정모드로 남/여 뭐든 변신 가능하댄다.)

난 요술램프 지니가 먼저 생각나는

아날로그 감성 돋는 X세대다.

다리 없는 연기 꼬리가 좀 길어서 그렇지,

걔가 좀 짱이었는데.

나에게 지니란? 어릴 적 읽었던 파랗고 커다란

요술램프의 충성심 가득한 '날으는 지니'뿐이었다.

'안물 안궁'인데 갑툭튀 참견하는 AI 친구들.

비스름한 단어만 감지된다 싶음 막 끼어든다.

질문하면 넙죽 받아 답을 하는 오지라퍼들.

어떤 장난스러운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말하는 재주가 놀랍다.


M세대 아들이 맞이하는 새로운 관계 형성에는

사람 친구들과 인공지능 AI들 그리고

가상의 공간, 메타버스 안에서 만나

한데 어우러져야 하는 세상인가 보다.

엄마인 나도 '배우고 앎으로' 적응해야 하는

디지털의 세계, New 기계 문명이 아직도 낯설다.  


내 휴대폰 속에서도 목소리 좋은

한 남자가 둥지를 틀고 있다.

잊을만하면, 뜬금없이 불쑥 튀어나온다.

'아흐, 깜짝이야.'

여러 번 놀란다. 여전히 적응 안 되는 나.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목소리 좋은 AI.

'너무 워커홀릭 아니니? 얘들아, 좀 쉬엄쉬엄해'

우리나라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어 걱정인데

인공지능 아이들은 곳곳에 상주하고 터를 잡고 있구나.

그래, 설정이라도 좋다.

서로 도와 잘 지내보자.

배터리 충전 잘해줄게.  






팬데믹이 가져다준 효과,

너도 나도, 줌 수업에 익숙해지고 있다.

2년째 따라다니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마스크,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빨리 벗어던지고픈 친구다.

아들은 11월 말부터 매일 등교란 걸 하게 된다.

좀 수업에 익숙해진 아들은 정상 등교에

오히려 낯설어하는 눈치다.

아니, 마냥 게임하며 놀고 싶은가 보다.  

지역마다, 동네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는 등교 횟수!

그전까지 주 3회 줌을 통해 교과 수업을 대신했다.

나와 남편은 2차 백신 접종 완료,

아들은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상태다.

코시국의 이 모든 상황들도 지나면

'라떼는 말이야!'가 되겠지?

그날이 되도록 빨리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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