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미스럽게 Dec 04. 2021

아날로그 아줌마의 우당탕 노트

아들의 유년 시절 좋아하던 동화책 우당탕!


나에게는 금쪽같은 아들이 있다.

원하던 세 아이의 엄마 목표는 달성 못했지만

가끔 딸아이 같은 애교쟁이에 다가

보고만 있어도 예뻐 죽겠는, 그런 아들이다.

두 개의 동그란 콧구멍마저 사랑스럽고,

앵두같이 앙증맞은 굳게 닫힌

자그마한 입술도 귀엽고,

통통 탱글 거리는 옹동이는

또 어쩜 그리 포동 거리는지.

웃는 얼굴마저 햇살 가득 머금은 아이다.

다소 시크해진 예비 중등이긴 하지만

갓난 아가적 얼굴부터 생각나게 하는 보물이다.

변성기는 아직이고,

게임에 홀라당 시간을 다 버리는 게 화도 나지만

빼빼 마른 가느다란 머슴아라 안쓰럽기도 하다.

아들을 생각하면 대부분 미소 짓게 된다.

세상 태어나 내가 가장 잘한 것은

이 눔 아를 낳은 것.


엄마, 죄송합니다.  

남편, 미안합니다.

날 낳아주신 엄마도,

허다한 무리 중 딱 하나 선택한 내 남자도,

울 애기한테 다 밀렸습니다.





아들이 읽고, 또 읽고, 계속 반복해서

읽어달라던 책이 한 권 생각났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우당탕!]

책 제목이다.



의성어 표현이 더 많은, 글밥 적은 유아 동화책이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상황들이 그림으로 쭉 표현되어 있는 그림책이다.

아담 스토어가 지은 그림책의 이야기 시작은 주인공 아이가 헤드폰을 끼고 집을 나서는 상황부터이다.

"문 좀 살살 닫..."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닫히고

지붕 위에 걸쳐 있던 공이 문을 닫음과 동시에

굴러 떨어진 게 바로 아래에서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를 덮친다.

놀란 고양이가 길을 가던 아주머니 머리 위에 올라타고,

놀란 아주머니의 종이백 속 쇼핑한  음식들이 튕겨 나가

조깅하던 또 다른 아주머니에게 난데없이 음식 세례를 입힌다.

굴러가던 도로의 공을 피하려던 탑차는

물고기들을 한가득  싣고 가는 중이었다.

연거푸 쏟아지는 물고기들.

보드 타던 강아지를 덥석 문 건

게걸스럽게 생긴 커다란 물고기요,

맨홀 뚜껑 열린 공사장이 또 있을게 뭐람!

지하에서 일하던 아저씨의 얼굴을 덮친 건 커다란 문어다.

지하 속 숨만 쉬던 으른 드래곤은 화가 나서

지상으로 출현하고,

하늘까지 날아오른 용은

연줄에 걸려 다시 도로 위로 떨어지는데...

도로 위 마주 오던 두 차량을 동시에 덮는다.

우두두둑 쿵! 끼이이익. 펑펑 엉망진창!

아수라장인 되어버린 도로 풍경.

마지막 페이지 주인공의 한마디.

"아아! 엉망진창이네. 대체 누가 그런 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우당탕!



주인공은 무심한 듯 헤드폰 세상 속이다.

이 남자아이에게서 울려 퍼지는 건, 오직

"츄, 츄우, 츄츄, 츄, 츄추, 츄, 츄추, 추, 츄우..."

엄마인 나는 어린 아들에게 액티비티 한 동화나라로 데려가기 위해

버라이어티 한 성우 버전으로 흉내를 내보았다.

헤드폰 음악소리부터 우당탕탕 효과음까지.

철벅, 끼이이익, 철썩, 우와앗, 파닥, 퍼덕, 푸덕.

찰싹, 미끌, 꽝, 으윽, 찍찍, 씩씩.

산 조각, 우르르, 우지끈. 부우 웅, 냠냠, 이크(에크는 없다). 철썩. 엄마야. 뽕!

부우웅, 허 그것 참! 칙칙.

"츄, 츄우, 츄츄, 츄, 츄추, 츄, 츄추, 추, 츄우..."


이 책 속의 대사는

"문 좀 살살 닫..." ,

"허 그것 참!",  

"아아! 엉망진창이네. 대체 누가 그런 거야?"

세 마디뿐이다.


엄마인 나의 모든 효과음 처리는 어떠했을지

상상에 맡기는 걸로!

어렸던 꼬꼬마 아들은 개구지게 웃었다.

엄청 재미있었나 보다.

읽고, 또 읽고, 계속 읽어 달라는 주문만 나에게 걸뿐.

의성어 천국인 [우당탕!]

지금 이 날까지 무한  반복했다면

나는 '효과음 전문 성우'로 데뷔했을지도.


낼모레면 오십 줄을 바라보는 나란 아줌마는

지금도 우당탕! 디지털 기기 문명과 마주친 운명이다.

새로운 버전의 플랫폼이나 어플에 적응하며

빠르지도 않고 거북처럼 느리게 배워가는

기계치이자 아날로그 정신이 강한

아줌마의 웃픈 스토리가 적지 않다.

그런 적응기에 나는 소리만 내지 않았을 뿐, 

모양새는 마치 우당탕, 이 책 이야기와 비슷하다.





새롭게 브런치 북을(당분 매거진) 띄워 볼 생각입니다.

아날로그, 그 시절이 그리우신 분들,

생소해서 궁금하다 하시는 분들은

가끔씩 놀러 오셔서 구독, 좋아요, 댓글까지

도장 꾹 눌러주시면

저의 다이돌핀이 치솟을지도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