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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스럽게 Dec 23. 2021

안단테 일상

엄마의 그릇을 키우는 중



저만치 컴퓨터를 바라보던 아들이 의자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나에게로 향하며 말을 걸었다.

대뜸 하는 말,

(약간 뾰루퉁한 말투)" 아, 진짜 신기해.

어떻게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딱 있어 사려고 하니

초기화되지?"

어이없어하는 아들의 표정을 살핀 뒤,

내가 건네는 말.

"행운이네. 새로운 경험.

긍정적으로 생각해.

( 효과음_어색한 웃음소리 ) 하핫, 하하, 하하.

(광대버전, 호들갑스럽게)인생은 즐거워."

엄마의 생뚱맞은 긍정 발언에 아들은 대꾸한다.

"아니야. 안 즐거워. 짱나!"

잠시 머피의 법칙에 걸린 아들은

그 순간, 거침없이 자기감정을 발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무턱대고 나의 정답만 주입시키려

급 너에게 넣으려고 했던 생각 제안!

너무 억지스러웠나?

너에게는 맞지 않았을

조각 퍼즐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평소 같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흔하게 건넸을 법한데.

"어떤 눔이야, 엄마가 떼지 해 줄게."라며

너스레를 떨며 더욱 오버스럽게 맞장구칠 걸 그랬나?

그냥 웃어주기라도 할 걸 그랬을까?

"속상했구나!" 한마디 더 추임새 넣어 줄 걸.

그 짧은 시간, 너의 마음을,

오로지 너의 입장에서 더 다독여줄 걸 그랬다.


급하게 전환시키지 말고

충분히 너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토해내게끔.

또 게임 이야기라며 화내지 않고,

소소한 거라도 충분히 얘기를 꺼낼 수 있게끔

너의 감정을 하나하나 보듬어 줄 수 있는

보자기 엄마가 되어보려 더 노력해보마.


익숙한 듯, 낯설기도 한 육아 일상 앞에서

매일이 새로운 나는 다시 감사를 장착하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릇을 키워가는 중이다.



https://youtu.be/-ZDFmFDKY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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