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떤 물건을 멀리 보낼 때 혹은 내팽개치고 싶을 때 ‘던지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인간의 굳은 결심을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단어다. 그래서 사직서라는 단어에는 ‘내다’, ‘제출하다’ 보다 ‘던지다’는 동사가 잘 어울리곤 한다.
정확히 1년 전 나는 기자를 그만두었다. 사직서를 던진 날은 9월이었다. 아직은 여름의 아지랑이가 남아있는 계절. 에어컨 소리만 무성히 들리는 국장실에서 퇴사를 선언했다. 듣자마자 어안이 벙벙해진 국장은 나를 붙잡으려고 했다. ‘따로 준비한 것이 있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은 나를 보고 귀가 얇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좋게 말하면 모든 것을 수용하는 사람, 나쁘게는 줏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퇴사를 선언한 이날,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다짐했었다. 그 덕분인지 나를 붙잡으려는 모든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그저 모든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하면서 모든 걸 이겨냈었다.
그럼에도 미운 정인지 회사가 요구한 한가지는 수용하게 됐다. 계획한 퇴사일 보다 조금은 늦추기로. 사실 어디 바로 이직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 위해 퇴사하는 것이니 그 정도는 무리한 부탁이 아니었다. 이 참에 인수인계만은 정확하게 하기로 했다. 회사가 싫은 것 뿐이지 내가 만든 프로젝트, 기사는 소중했으니까.
사직서를 던지니 속이 후련했지만 끝 맛은 씁쓸했었다. 아니 비참했다. 뭐해 먹고살지라는 고민보다는 그동안 쌓아 올린 커리어가 한순간에 부정되는 느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한 모든 것은 허투였다는 좌절감. 그럼에도 회사를 떠난다는 안도감.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공존한 이 모순. 마치 조울증 환자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밤마다 눈물로 하루를 마무리했었다. 내 유일의 자존심 ‘기자’라는 타이틀이 부정당해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