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렉시트는 과학이었다.
1.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기자 생활을 그만둔 지 1년이 되어갔다. 이맘때쯤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니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여행만을 생각했었다. 다행히 그때 여행은 득이 컸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수만 가지 고민을 정리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직할 수 있었다. 기자가 아닌 완벽히 다른 곳으로.
2. 1년이 지났어도 그동안 모은 명함이 저장된 ‘리멤버’는 지우지 않았다. 퇴사하고도 취재원들의 안부 전화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놀란 반응을 듣곤 했다. 업무적으로 틀어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빈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쉽다’라는 말을 한다. 이젠 만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하소연을 풀 수 있는, 일종의 감정 쓰레기통 기자 하나가 사라져서일까? 언론은 독자 제보를 확인하고 문제가 되면 이를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산업부 기자를 하면서 느낀 것은 단 하나. 이 사람들은 필요할 때만 기자를 찾는다는 것. 사람 마음은 간사하나 보다.
3. 그래도 이렇게나마 펜대를 쥘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 이 짓으로 밥 벌어먹을 생각은 두 번 다시 하기 싫다. 지금처럼 내 생각을 적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