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잘 지내지?

by 소혜


매년 겨울이 끝나갈 때마다 꼭 조제와 헤어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어느덧 십 년째, 하얗게 얼어붙은 계절마다 찾아보는 영화의 주인공 조제가 이제는 나의 오랜 친구 같다. 어떤 영화는 계절처럼 돌고 돌아 필연적으로 나와 얽히나 보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이 많은 밤을 스쳐갔던 지난겨울은 그녀가 유독 보고 싶었다.


조제는 가난한 장애인 여성이지만 자신의 욕망을 잃지 않는다. 언젠가 호랑이와 물고기를 꼭 보고 싶다던 순수한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의 전 애인이자 자신의 경쟁자에게 맞뺨을 때릴 만큼 의외로 사랑 앞에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학을 좋아해서 버려진 책을 주워 읽으며,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빌려 자신을 조제라 소개하기도 한다. 폭력적인 세상과 짓궂은 사람들 사이에서 조제가 꿋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영원을 약속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그녀가 좋다.


조제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주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부터 햇빛을 보기까지 그녀가 감당해야 했을 모든 일들과, 그로 인해 또 한 번 다정한 마음을 타인에게 주겠다고 다짐하는 내 모습에 대해서.


나는 가끔 마음이 쓸쓸해질 때면 조제를 떠올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같이 호랑이를 보고 싶다던 귀여운 조제, 당차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던 조제, 실연을 겪은 후에도 담담하게 혼자 먹을 맛있는 밥을 짓던 조제.


몸은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자유로운 물고기 같은 사랑을 했던 그녀가 어딘가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있기를.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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