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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빛 Jul 30. 2023

MZ는 퇴사하고 뭐할까?


"여행. 여행을 가야겠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진부하게도 여행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경험한 정보로 보자면 나를 찾기 위해서는 여행을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실상은 재발급을 위한 여권 사진 촬영조차 귀찮았다. 만사가 다 귀찮고 집밖을 나가기가 싫었다. (한달이 조금 지난 후에야 재발급을 받았다.)


지금 나는 나를 알기 위한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모른채 살아가기에는 자꾸만 불안, 초조, 두려움, 혼란 등의 감정이 찾아왔다. 내 심지가 굳게 자리잡고 있지 않고 갈대처럼 흔들린다면 더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을 때의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관찰하기로 했다. 루틴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것과는 정반대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지치고 배가 고파서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그동안의 핑계가 무색하게 넘쳐나는 시간 속에서도 운동을 할 시간은 보이지 않았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생각이란 행위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런 시간은 나에게 전혀 행복하지도, 휴식이 되지도 않았다. 아, 그와중에 요즘 유행하는 부업인 '워드프레스'에 도전을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세팅을 했다. 그러나 정작 수익에 필요한 글쓰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여권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모아둔 자금으로 바로 여행을 떠나버릴지, 사업을 시작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자니 "성수기라서 비행기표는 비쌀 것 같고 영어 공부를 더 해서 아예 미국으로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 갔다와서 돈없으면 어쩌지" 라는 정말 꿀밤 한대 주고싶은 변명들을 늘어놓는다. 그렇다고 사업을 시작하자니 "이대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바빠져버려서 시간적 자유를 그대로 잃으면 어떡하지, 망하면 돈없어서 어쩌지" 이딴 고민들을 하고 앉아있다. 어떤 선택에도 후회가 남을 가능성이 있었고 어떤 선택도 완벽할 수 없었다. 결국 선택한 후에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과정이 전부일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은 가족과 국내 여행으로 정했다. 마침 여름 휴가 시즌이라 시간을 낼 수 있었던 부모님과 국내 여행을 다녀온 후에 나라를 정하고 비행기표를 끊고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일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놀아버리자. 경험해버리자. 떠나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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