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month)
여름의 세 번째 절기 '망종'이 바로 엊그제였다. 기상 정보를 약 7년째 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절기로 시간을 계산하고 계절을 가늠하게 된다. 6월이 시작되었다.
매달 초에는 기분이 좋다. 달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새로워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한 해를 단지 열두 달로 나눈 것뿐일 텐데 나 홀로 의미 부여하고 설레 한다. 참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해하는 나의 성격이 이럴 때 기특하기도, 우습기도 하다. 새로운 달이 시작하면 내가 지난달에 미처 지키지 못했던 다짐들을 곱씹어보고, 해야할 것들을 다시 마음에 되새긴다.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선물 같아서 다른 때보다 더 의욕이 넘치고 열심히 살게 된다. 물론 새해 초도 좋지만 1년 단위의 계획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대신에 나는 이렇게 매달마다 설레고 있다.
그중에서도 6월이 가장 좋다.
내가 태어난 달이어서 괜스레 애착이 가기도 하고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는 그 애매한 느낌도 좋다.
낮에는 덥고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기도 한 그런 공기. 해가 길어지는 것을 눈에 띄게 느낄 수 있는 시간들도 좋다. 어스름하게 저물어가는 노을을 자주 마주할 수 있어서 좋다. 공휴일이 많지 않아서도 좋다. 내가 그만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날들이 많으니까. 또,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보니 6월은 기말고사가 있어서 힘든 달이기도 한데 그 말인즉슨 학기를 곧 마무리하고 방학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기도 해서 이 또한 설렌다.
생각해보면 매년 돌아오는 시간인데 나는 매년 다른 시간을 맞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독 좀 힘든 일들이 연거푸 겹쳤다 보니 더 간절히 6월을 기다렸다.
기대했던 대로 참 좋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내가 생각했던 딱 6월 그 모습이다. 조금 분주했던 나의 마음을 내려놓고 부족했던 것들을 채우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짐했다. 작년의 또 재작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6월을 맞고 있지만, 변함없이 와준 6월이 반갑고 고맙다.
6월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녹음은 더 짙어질 것이고 기온은 조금씩 더 올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시간들이 많아질 것이며 매미는 울어대고 나의 생일을 지나 학기를 마무리하고 장마와 태풍이 기다리는 7월을 곧 맞이하겠지. 이번 달은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순간들을 온 마음으로 느끼고 즐기고 보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