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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Jul 05. 2023

목사가 읽어주는 원피스 3

원피스, D, 루피의 꿈의 정체

이 글은 원피스의 서사가 성경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원피스, D, 루피의 꿈의 정체를 예측해 보겠습니다.


네가 원하는 D는 이 상자 안에 있어!

원피스에서 D=Dawn은 힘 있는 다수설입니다. 원피스 가제가 romance dawn이었다고 하니까요. 태양에 대한 강조, 동쪽 바다에서 온 루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새로운 시대의 상징. Dawn은 가장 잘 어울리는 추측으로 보입니다.

이 상자 안에 네가 원하는 D가 있어 로빈

하지만! 제 생각에 다른 작가가 복선은 다 회수하더라도 D는 열린결말로 남겨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첫째로, 1개만 짚어서 "이게 D의 의미였다!" 하기에 멋진 그림이 나올만한 D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Dawn이라해도 말입니다. 둘째로, 1개로 좁히기엔 아쉬울 정도로 민중(demos), 꿈(dream), 웃는 얼굴(:D) 등 좋은 D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린왕자에서 "네가 바라는 양은 이 상자안에 있어"라고 했을 때 어린왕자가 웃음을 지었던 것처럼, D는 끝까지 독자의 몫으로 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라는 D는, 파티와 "Dinner party"입니다. 근거는 루피가 매번 파티를 한다는 것. 예수님 또한 가는 곳마다 연회를 열었고 초기교회들도 저녁 연회를 중심으로 모였던 것입니다.



왜 자꾸 파티를 하는가?

루피는 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파티를 하는 걸까요? 루피가 상징하는 예수님이 파티피플이기 때문입니다. 가나의 혼인잔치, 세리 마태의 집에서의 잔치, 최후의 만찬 등, 술이 나오거나 "기대어 눕다"라는 표현이 있거나 예수님과 제자들과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전부 파티, 더 정확히는 연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연회란  <소크라테스의 향연>과 같이 향연으로도 번역되는 심포지움(symposium)입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파티가 원피스의 한축을 이룹니다. 왜냐하면 로마에서 심포지움은 주로 인종별, 계급별로 이루어졌고 노예들이 서빙을 했지만, 초기기독교 심포지움에서는 종족을 무시하고 노예들도 참여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부자들이 서빙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사회적 장벽이 없어진 잔치가 루피의 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기독교 모임은 현재와 달리 아니라 다이닝 룸에서 연회형식으로 이루어젔습니다. 국교가 아닐 때는 예배당이 없었거든요.


원피스, 한 조각의 지구, 세계일주, 세계지도, 올블루

원피스에 대한 제 가설은 다수설과 같습니다. 원피스는 한조각인 지구를 가리키는 것일 테고, 레드라인과 그랜드라인을 장벽으로 4개로 나뉜 세계를 하나로 만들 때 가능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일주를 하고 해적왕이 되겠다는 루피, 세계지도를 그리겠다는 나미, 올블루를 찾겠다는 상디, 라분을 만나겠다는 브룩의 소망이 이루어지죠. 그런데! 제가 그에 앞서 주목하는 것은 "애초에 왜 나뉘어 있는가?"입니다.



왜 나눠져 있는가?

원피스의 지구는 왜 그런 기묘한 형태로 나뉘어있는지 궁금하신 적 있었나요? 그건 제 생각에는 로마의 통치술인 divide and rule(분열시키고 지배하라)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4개로 나눠진 바다, 대륙 없이 섬으로만 이루어진 나라들이 이걸 상징합니다. (또 작중에서 천룡인들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저는 어쩌면 이게 작가의 설정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천룡인들이 인위적으로 드라인이나 캄벨트라는 장벽을 만든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과 평행한 두개의 무풍지대가 수상하니까요.) 따라서 원피스라는 것은 지리적으로 볼 때 세계정부와 마리조아 또는 리버스 마운틴을 부수고, 캄벨트를 해제해서 지구를 한 조각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이 어디든 오갈 수 있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게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조이보이 때는 잘 안됐던 모양이에요


지리적 원피스, 사회적 원피스, 로저와 루피의 꿈

그런데 저는 원피스가 그런 지리적 의미와 더불어 사회적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피스 세계관에는 신분이라는 장벽(레드라인)과 종족이라는 장벽(캄벨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룡인, 왕족, 자유인, 노예, 해군, 해적, 어인, 거인, 청해인, 하늘섬주민, 루나리아일족 등 모든 사람들 사이의 장벽이 제거되고, 모두 옆에 앉아 먹고 마시고 춤출 수 있는 식사(파티)가 또 하나의 원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겸상하지 않던 자들이 함께 잔치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로저와 루피의 꿈일 겁니다.

거인도 파티 해군도 파티!

전 세계 사람들과의 파티, 스케일이 정도는 돼야 코즈키 오뎅이 입이 떡 벌어지는 반응을 하고, 듣는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는 거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이거 아니면 세상에서 제일 자유롭고 싶다고 하니 우라노스타고 우주여행 가야합니다.

어인도 파티 동물도 파티! 루피와 함께라면 모두가 친구!


 천룡인(세계귀족=로마귀족)들이 D를 경계하는 이유도 설명이 됩니다. 피지배 민족, 하위계층들이 분열되지 않고 뭉쳐있는 것, 위아래가 없고 평등한 것. 이것이 천룡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 추측들이 사실이라면 작가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는 성경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듯합니다.

원피스의 결말 장면은 전 세계 파티 혹은 새로운 여행(우주여행?) 혹은 둘 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디서 파티를 할까요? 이건 진짜 조심스러운 추측인데, 루피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항해시대는 마젤란의 세계일주와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으로 요약되니까요. 마리조아의 성 이름이 판게아(원시 초대륙)인 걸 보면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다고 봅니다. 아틀란티스처럼 바닷속, 하늘 섬처럼 하늘 위, 혹은 지구 밖에도 있을 수 있겠죠. 뭐 신세계가 신대륙에 대응되는 것이었다고 하고, 판게아 성에서 파티하면 또 그만이기도 하지만요ㅎㅎㅎ


위대한 항로는 왜 낙원과 신세계로 나눠질까?

(공백의 100년 = 잃어버린 낙원, 사람사람열매(악마의 열매) = 선악과, 신세계 = 하느님의 나라)

마리조아 이후의 위대한 항로를 신세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전의 바다를 낙원(Paradise)

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기억 못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왜 낙원과 신세계일까요? 그건 마리조아가 읽어버린 낙원(lost paradise = 에덴)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조아 아래 어인섬의 "태양의 나무 이브"가 그 근거죠.


그리고 잃어버린 낙원은 공백의 100년을 가리킵니다. 그 공백의 100년이 어땠는지는 추측하지 않겠습니다만, 민중들이 보기엔 좋았고 천룡인들이 보기엔 불편했을 겁니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뉩니다. 에덴은 구약에 등장하고 "돌아가고 싶은 이상세계"를 의미합니다. 한편 신약에서는 에덴 대신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올 이상세계"(New world)로서 언급됩니다. 


(참고로 하느님의 나라는 사후세계인 천국(=천당)과 다른 개념입니다. 전자는 좋은 세상이 오는 거고 후자는 죽어서 좋은 데 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왜 위대한 항로일까요? 어버린 낙원(마리조아)을 지나, 신세계(리버스마운틴)로 가는 위대한 여정(journey to heaven, 천로역정)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항로, 세계일주. 로그타운, 시작과 끝의 마을



기독교 아니고 아나키즘

원피스는 성경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오다 선생님이 기독교인으로서 만화를 그린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종교도 모르겠구요. 제 추측으로는 악역인 세계"정부"와 지배를 싫어하는 루피의 캐릭터를 보았을 때, 원피스는 "무정부주의"(아나키즘)를 주요 메시지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루피의 웃는 입은 언제나 :D


그리고 작가가 보았을 때 이에 그나마 부합하는 분이 예수님이었던 것 같고, 영감의 원천으로서도 성경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추측을 더 해보자면 교회가 거의 없는 일본의 특성, 성경의 난해함으로 미루어보건대 작가가 성경을 먼저 보았을 리는 없고 국가를 폭력으로 보았던 톨스토이의 작품을 통해서 성경을 접하게 된 뒤 예수님(루피) 캐릭터를 구축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톨스토이는 위대한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 기독교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존 레논은 최고의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평화운동가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메시지를 가지고 작품을 만듭니다. 오다 선생님은 아마 "세상에 가난과 지배가 만연하지만, 웃으면서 이겨내며 자유롭고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존 레논Imagine이라는 노래를 불렀듯이 작가는 원피스라는 만화를 그린 거죠.


Imagine there's no heaven No hell below us
천국도 지옥도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 for today
모든 사람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보세요


Imagine there's no countries Nothing to kill or die for

국가가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죽거나 죽일 필요가 없어요.


And no religion, too

종교도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마찬가지예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 life in peace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걸 상상해 보세요.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나를 몽상가라고 부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만 그런 것은 아니죠.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언젠가 당신도 함께해주길 바래요. 그리고 세상이 하나가 되길 바래요.


Imagine no possessions. No need for greed or hunger

소유가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탐욕을 부릴 필요가 없어요.


A brotherhood of man

사람들의 형제애로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공유한다고 상상해보세요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몽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에요.


글쎄요. 성경보다도 이 노래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게 아닐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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