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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Nov 21. 2023

새누리교회

교회 관찰기

전주새누리교회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가난한 사람이 없는 교회"를 표방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교인들은 십일조 외에 추가로 소득의 5%를 헌금하는데 이를 아가페헌금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모인 금액은 실업, 사고, 질병 등의 사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교인에게 쓰인다.


재밌는 점은 이렇게 쓰인 금액은 수혜자에게 무담보 무기한 무이자의 "부채"가 된다는 것이다. 수혜자는 사정이 나아지면 갚으면 된다.


이전에는 무상증여를 하거나 소득을 전부 모은 뒤 필요한 대로 분배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공유지의 비극이 생겼고 경제생활공동체에 적자가 났다.

그러던 중 안식년과 희년, 바울서신의 빚에 대한 구절, 주기도문에 영감을 얻어 수혜자에게 부채를 주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공유지의 비극이 사라지고 적자가 해결되었다.


그러면 너무 가난해서 미래에도 교회에 진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은 어떡하는가? 희년에서 말하듯 탕감해준다. 물론 그 사람의 신청과 나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새누리교회는 이러한 체계를 "디아코니아(봉사) 경제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 시스템에 들어가면 어떤 유익이 있을까? 아마도 소속감과 안심감이다. 아가페헌금을 내고 때때로 지원금을 받음으로써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실감할 것이고, 자신에게 큰 위기가 닥치더라도 구성원들이 그 부담을 나누어 져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외부인에게 매력 있게 느껴질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새누리교회는 20년 되었고 지난 10년 경제공동체를 해왔지만 교인은 40명 정도다. 부채 개념을 도입한 건 최근의 일이지만 그것이 큰 변화를 가지고 오리라 기대하긴 힘들다.


경제생활공동체는 분명 새누리교회의 큰 특징이고 그 취지는 성경 말씀에도 잘 부합하지만, 교회에 흡입력을 부여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새누리교회도 재화의 나눔은 가난을 없애기 위한 방편일 뿐이고, 교회의 존재의의나 목표는 아니라는 입장이 분명하다.


경제생활공동체는 세상에 대한 대안이지만 외부인에게는 약간의 거부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요소가 있어서 교회가 그 사람의 인생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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