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nclair Aug 04. 2023

모범생이 반항아가 되는 이유

내 인생의 주인은 누구일까 Part. 1

        제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떠오르는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열심히 운동장을 뛰어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마음먹고 공부를 하기 위해 의자에 딱 앉았을 때, 꼭 이런 타이밍에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들,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았으니까 이제 공부해야지." 그리고 이때 기가 막히게 제 마음가짐은 180도 달라집니다. 안 그래도 지금부터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어머니께서 공부하라고 말씀하시는 게 어찌나 달갑지 않던지! 평소에는 없던 반항심도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성인이 되고 나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저에게만 있는 경험이 아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본인들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경험을 했던 우리 중에서 '왜 그랬을까'에 대해서 고민해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말이죠. 원래 하려던 공부였는데, 왜 누군가로부터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면 순식간에 모범생 모드에서 반항아 모드로 전환될까요?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 진실

        제가 몇 년 전 어느 한 부대에서 소대장으로 임무수행을 할 때의 일입니다. 장교로서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소대장이라는 직책은 제게 참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20대 초반, 경험도 부족하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저보다 많게는 10살까지도 나이가 많은 간부들을 지휘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나이 또래인 용사들 수십 명의 마음을 얻어 소대를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당시의 경험은 참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쌓여 조직을 어떻게 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 사람을 설득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소대장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약 30명 규모인 소대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소대장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어려운 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었습니다. 이런 성취감과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인식은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무엇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작은 무언가가 마음속에 하나둘 쌓여 큰 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잠깐 쉬고 있을 때. 바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을 때. 이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스트레스의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소대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게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아니면 잦은 야근으로 인한 체력의 한계가 내게 이런 고통을 안겨주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나를 이토록 힘들게 만드는 걸까. 고민을 거듭하며 하루가 지나가고, 그렇게 또다시 시간은 늘 그래왔듯이 흘러갔습니다. 그 이유를 찾지 못해 마음속은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대와 소대원들이 그 이유를 찾을 때까지 잠자코 저를 기다려주진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스트레스는 제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 가고 있었습니다.

        군대는 규모가 큰 조직이기 때문에 매끄럽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부대의 시간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부대원들은 이를 따라야 합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도 저희 소대는 부대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따라 소대가 하나 된 마음으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저를 포함한 소대원 모두의 마음은 설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대로부터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고 다른 일정으로 변경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한숨을 푹 내쉬며 수화기를 내려놓는 그때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 문득 제 마음 한 구석이 찡하게 울렸고, 이 마음속 울림은 머리끝까지 전달되어 그동안 찾고 있던 고민의 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괴롭혔던 스트레스의 원인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일정을 따라야만 했던 제 상황이었습니다. 즉,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 한숨을 내쉬고 있어야만 했던 수동적인 제 모습이 저를 망가뜨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맞을까?

        그렇게 처음으로 제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니 누구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은 꼬리를 물어 제 시선은 점점 과거로 향했습니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제가 선택한 게 맞나 의심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문과를 갈지 아니면 이과를 갈지. 심지어 꿈과 진로까지도 말이죠. 당시에는 모두 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 선택이길 바라고 그렇게 믿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결코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을 고민하고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저는 저만의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 모든 결정은 나 스스로 해냈다고 뽐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약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그때를 회상하면 주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 모습을 진짜 제 모습, 즉 제가 '원해서' 선택한 것들이라 착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을 싫어할 겁니다. 특히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본인이 조직과 다른 걸 원한다고 해도 조직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행동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러분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개인이 조직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걸 따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직생활처럼 인생의 모든 걸 저희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도 우리 삶에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령 주말에 책 한 권을 읽더라도 그 행동의 원인이 우리 자신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도 읽으니까. 그냥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서. 이런 이유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남은 주말을 즐기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왜' 지금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선택한 것인지 계속해서 스스로 의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선택이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타인 혹은 사회의 프레임에 갇혀 왜 하는지도 모른 채 관성에 젖어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이제 어렸을 때 모범생이 한순간에 반항아로 바뀌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공부하려고 마음먹고 의자에 앉았을 때, 어머니께서 공부하라는 말씀을 하시면 괜스레 반항심이 들었던 그 이유를 말이죠.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수동적인 모습'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 어린 꼬마아이도 공부를 하더라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과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다르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어렸을 때 불편했던 추억 하나가 다 큰 성인이 된 우리들에게 우리 삶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어야 함을 알려주었습니다. 자, 이제 유년시절의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르쳐준 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삶의 주인공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