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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Aug 26. 2023

나는 왜 재난을 준비하나?

2편



내가 예상하는 재난은 어떤 수준일까? 몇 단계의 재난의 형태와 수준을 가정하여 물품을 준비하고 나름의 훈련도 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첫 번째는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고 두 번째 어쩌면 더 큰 이유는 취미활동이다. 쓰지도 않을 컴퓨터 키보드를 사모으는 것 같은...)


A.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이 경우를 대비해 EDC (every day carry) 용품들을 지니고 다닌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일어났던 재난인 차가 침수되는 경우 안전벨트를 자르고 차유리를 깨고 나와야 할 상황이 발생했는데 절체절명의 순간 맨손이라면... 속수무책의 상황일 것이다. 폭우 및 홍수 관련 재난문자는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재난문자 중 하나이다. 어쩌면 어딘가에 갇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문이 고장 나서 갇혀 있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최소한의 도구를 늘 지니고 다니는 것은 만약의 사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 준다. 쉽게 맥가이버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경우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거나 공격을 당하는 경우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다르게 조그만 폴딩 나이프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지금 이 부분을 고민 중에 있는데 결국 총을 concealed carry - 총을 보이지 않게 휴대하는 것 -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지점에 다다른 것이다. 총을 휴대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므로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법률적으로도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하고 총기의 안전과 관련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도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가족들의 안전과 감정적인 부분도 고려해야만 한다.


B. 집안에서 생존해야 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미국 가정은 대부분 어느 정도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전기가 끓기는 일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디젤 발전기를 가지고 있는 집도 많고 또 수도도 끊기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물이 오염되었던 적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대비도 많이들 하는 편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B-1.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겼지만 복구가 진행되고 있고 복구 날짜가 확실한 경우: 이런 경우 만일 동절기가 아니라면 나는 집에서 대기하는 것을 선택하겠다. 가능한 식량을 확보하고 거기에 더해 미리 준비된 식량과 물로 복구 날짜까지 기다리면 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아이들과 집을 떠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냉장고와 팬트리에 항상 최소 1주일치의 식량은 늘 쌓아놓고 살게 되는 게 아이들이 있는 가정의 일상이다. 이 경우 72시간 생존배낭의 특정 물품들이 사용될 수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랜턴이나 태양광으로 충전이 가능한 보조배터리 등이다. 그러나 생존배낭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경우는 드물 것이고 가능하면 일상의 용품들로 일상을 유지하려 애쓸 것이다. 그러나 만일 동절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다른 숙소나 대피소를 찾아 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B-2.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겼고 복구가 진행되지 않으며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 경우: 어떤 경우라도 아이들과 집을 나서는 경우는 집을 떠나는 것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일 때문이다. (산불이나 화학물질 유출 혹은 지진이나 토네이도) 이 경우 B-1과 다른 점은 소요 사태를 대비해 내 집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가정할 경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어떤 수준으로 무장할 것인가이다. 내가 생각하는 수준은 최소 semi-auto pistol (권총) 1 정이고 이 부분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 총은 위에서 언급한 concealed carry를 하는 총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권총일 수도 있는데 휴대하는 총의 경우 탄약 수에 제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큰 고민의 지점에 이르게 되는데 라이플 (장총)을 소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장총이라도 shotgun보다는 원거리에서 조준사격을 할 수 있는 firearm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확실한 옵션은 그 악명 높은 AR-15이다. 그러나 아이가 둘이나 있는 한국 이민자 가정에서 AR-15을 집에 비치해 두는 것은 내외부적으로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배경으로 나 역시 semi-auto pistol을 한 정 가지고 있을 뿐이다. 72시간 생존배낭에는 50발의 예비 탄약을 비축해 두고 있고 집에는 그 이상을 비축해 두고 있다.


C. 대피소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위의 기사 속 현재 하와이 같은 경우이다. 이 경우 72시간 생존배낭은 필수이고 경우에 따라 7일 생존배낭을 지고 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피소의 구호 물품과 72시간 생존배낭만으로도 1주일이나 그 이상의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대피소로 이동한다는 것은 집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비상시 위급상황에서 아이들을 챙김과 동시에 72시간 생존배낭을 챙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72시간 생존배낭은 현관과 차고로 갈 수 있는 중간 지점에 늘 의치해 있다. 신발을 신거나 차를 몰 여유가 있는 경우 최소한 72시간 생존배낭은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대피소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도 일단은 무장은 하고 현장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다. 미국 시민인지의 여부에 따라 지원이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우리 가족 모두의 여권은 항상 72시간 생존배낭에 들어 있다. 또한, 카드가 안 되는 경우를 가정하여 어느 정도의 현금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D. Bug out: 재난지역을 벗어나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것을 bug out이라고 하고 이때 필요한 물품들을 넣어 놓은 배낭을 bug out bag이라고 한다. 내 경우는 72시간 생존배낭에 더불어 7일 생존배낭이 있는데 이 7일 생존배낭이 bug out bag을 완성해 준다. 이 경우 외부 (야외)에서 중장기간 생존을 가정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진짜 취미의 개념이 짙어진다. (개인적으로...) 보통은 인적이 끊긴 숲 등으로 대피하는 것을 상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를 여러 다른 표현으로 부르는데 SHTF (shit hits the f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능한 경우는 대부분 전쟁이나 핵발전소의 폭발, 테러와 같은 종말 수준의 재난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까지 준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같이 거대하고 풍요로운 나라에서는 정말 준비만 잘한다면 웬만한 재난에서는 살아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고 여러 사람들이 진지하게 bug out을 준비고 있다. 여러 생존 티비쇼에서 보듯 일반인은 아무런 도구 없이는 자연 속에서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 도구가 있더라도 환경에 따라 생존이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므로 실제로 생존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 배낭의 구성품을 구성하는 데 있어 진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솔직한 예상으로는 만일 이러한 케이스가 동절기에 일어난다면 우리 가족이 외부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그냥 집에 머물면서 최선을 다하겠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어떻게든 대략 1개월가량은 생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집의 경우 집에서 100마일 내에 위치한 숲으로 피신할 계획이다. 만일 1개월 안에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면 그것은 흔히 영화에서 나오는 post-apocalypse일터인데 이런 경우는 가정할 필요도 없이 운명에 맡겨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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