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 Sep 15. 2023

나는 왜 재난을 준비하나?

5편


이번 글에서는 내 72시간 생존배낭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영어로 이야기한다면 생존배낭으로 직역해도 되겠지만 Bug Out Bag (BOB)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72시간 생존배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7일 생존배낭이 따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내 BOB의 경우 집을 떠나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피소나 구호소에 머무는 것을 가정하고 있고 최악의 경우 야외에서 최대 72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단, 4인 가족을 위한 BOB이기 때문에 배낭 용량의 제한으로 집을 떠나는 순간 최소 방한을 위한 의복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가정해야만 했다.



Get Home Bag과 마찬가지로 체온 유지와 식수 확보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데 이 두 가지만 보장된다면 어린아이들과 함께라도 최소 72시간 생존은 가능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는 텐트와 침낭을 포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문제는 부피와 무게이다. 위급상황시 와이프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야 하므로 생존배낭을 질 수 없으리라 판단했다. 야간에 위급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가정하여 아이들이 옷을 입고 배낭까지 챙기는 것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아이들 각자의 생존배낭도 꾸리지 않았다. (와이프가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유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필수 용품만 포함할 수밖에 없었는데 위에 언급했듯이 계절에 맞는 옷을 입었다고 가정했을 때 일단 비와 눈이 오는 상황이 가장 문제이기 때문에 판초 우의 4개를 포함시켰다. 여기에 몸에 붙일 수 있는 핫팩과 신발에 넣을 수 있는 핫팩을 20개 정도 넣어 두었다. 추운 대피소에서라도 핫팩을 붙이고 판초 우의까지 쓴다면 추운 밤을 조금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야외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경우는 반드시 셸터를 꾸며야만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툴이 필요한데 EDC에 있는 pocket knife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수년 째 쓰고 있는 조금 더 큰 접이식이 아닌 캠핑용 칼이 72시간 생존배낭에 포함되어 있다. 거기에 나무 등을 엮어 셸터를 만들 수 있도록 paracode도 준비되어 있다. 일단 뼈대를 만들고 나무 등으로 벽을 만들거나 아니면 생존배낭에 포함된 작은 타프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비상식량도 포함되어 있는데 4인 가족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고 최소한의 열량을 확보하는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수분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straw water filter와 purification tablet이 포함되어 있고 물을 저장해 둘 수 있는 조금 큰 사이즈와 휴대용 folderble water bag이 있다. 내가 거주하는 환경에서는 계곡물이 완전히 오염된 상황만 아니라면 식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와이프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조명이 반드시 필요한데 밤에 이동을 하는 경우에도 필요하지만 심리적 안정에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EDC에 포함된 작은 손전등은 언제나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가족 중 하나가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태양광이나 수동으로 충전이 가능한 손전등도 역시 가족 중 하나를 위해 포함되었다. 배터리가 모두 소모된다면 이 손전등이 유일한 조명이 될지도 모른다. 메인으로 쓰는 조명은 충전이 가능한 손전등인데 꽤 밝고 또 휴대용 배터리처럼 쓸 수도 있기 때문에 구매를 하게 되었다. 이 손전등은 내가 늘 사용하는 손전등이고 잘 때도 늘 내가 바로 찾을 수 있는 위치에 비치해 두고 있다. 위급시에는 거의 확실히 정전이 될 것이므로 나는 이 손전등을 들고 가족들을 데리고 72시간 생존배낭이 위치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 중요한 물품은 호신 용품이다. GHB에 380 피스톨이 있지만 최대 6 round 밖에 장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족할 수가 있다. 라이플을 챙기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안이겠으나 무게 때문에 현실적인 방안은 아니다. 그래서 가장 최선으로 Smith & Wesson SD9VE 9mm full-sized 16-round 권총을 72시간 생존 배낭에 포함시켰다. 현재 두 개의 탄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총 32발의 탄약을 지고 가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380 권총의 6발까지 합치면 그래도 웬만한 위협에는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해 여분의 탄약도 구비되어 있고 분해소지를 위한 툴과 약품도 포함되어 있다.


기타 용품으로는 구급용품과 응급약품이 포함되어 있고 휴지와 치약, 칫솔, 비누 같은 위생 용품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약간의 현금과 신용카드 한 개도 넣어 두었고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기와 또 태양광으로 충전이 가능한 보조 배터리도 포함되어 있다. 비가 오는 경우를 위해 방수 배낭 커버도 포함되었다. 72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마스크는 감염방지를 위해 추가된 물품이다.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아이템은 Ham Radio인데 위급상황 시 긴급방송을 통해 대피 정보 등을 얻기 위해 포함하였다. 나는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에 무전기 형태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위급상황에서는 라이센스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 요청에 사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72시간 생존배낭의 무게는 재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상으로는 대략 15-20kg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일단 배터리가 포함된 물품들이 많고 총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무게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어쨌든 생존상황에서는 어떻게든 감당해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재난을 준비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