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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Jun 20. 2022

2. 역시 불금이지

퇴근 후 누리는 삶 시리즈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중 가장 설레는 요일은 단연 금요일이다. 특히나 금요일 퇴근 시간만 되면 앞으로 2일을 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별일이 없는데도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나는 주로 금요일엔 6시 퇴근을 한다(정시퇴근!). 꿀 같은 주말을 맞이하기 위해서 버선발로 나가는 주인의 마음이랄까. 나만의 시간을 뺏기기 싫어서 후닥닥 짐을 챙기고 퇴근을 한다. 경건하게 샤워를 한 뒤 먹는 저녁과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예능 영상들을 보다 보면 어마어마한 힐링이 몰려온다. 한편으로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라는 생산 강박적(?) 사고방식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일주일을 나름 성실하게 살아간 나로서는 이렇게 시간을 죽이는 일이 힐링이다. 큰돈이 들지 않아 더욱 마음에 든다.


평일을 '어떤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나와 같이 금요일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해야 할까. 이 정도는 누려도 되지 않은가?라는 문장에는 약간의 억울함과 또 약간의 화가 섞여있는 듯하다. "내가 이것도 못해???"라는 생각이 요즘 종종 아니 좀 많이 드는 것 같다. 나이를 하나 둘 먹어가면서는 '몇 백 년 사는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산다기보다는 일상에 소소한 것들을 누리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어려서는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지만, 나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서의 면모는 없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며 이에 따라 나의 목표점들도 점점 일상의 행복함으로 좁혀져 가는 것 같다.


딱히 이러한 경향이 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조금씩 늘어난다는 부분이 오히려 만족스럽다. 오히려 이런 것이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청난 부자가 된다라거나, 엄청나게 성공을 거두어 명성을 가진 사람이 된다는 것은 좋은 목표이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닌 것 같다(물론 부자가 되면 좋긴 하겠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금요일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평일을 열심히 사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일주일 중 금요일을 애타게 기다리며 삶의 원동력을 삼는 나와 같은 직장인 분들 모두 오늘 하루 큰 문제없이 지나갔기를 바란다.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며 비슷한 일상들이지만, 그런 일상 중에서도 나름의 소중하고 감사했던 순간은 꼭 한두 개 정도는 있을 거니까. 아무것도 아닌 일에 괜스레 감사함을 느끼는 그런 이상한 하루를 보내셨기를 바라본다. 오늘은 금요일은 아니지만 금요일 같은 느낌의 요일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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