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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Aug 26. 2022

2. 부스러진 마음 투자법

생각 다이어리 시리즈





별것도 아닌 일에 괜스레 마음이 부서졌다면, 오늘은 과감하게 자신을 위해 투자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일주일을 나름 열심히 불사른 나로서는 주말이 시작되려고 하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신나는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 할 힘조차 없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한 번쯤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자신에게 선물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조용히 책에 집중해보기. 좋아했던 노래를 노래방에서 큰 소리로 부르기. 나를 위한 머리스타일 골라 미용실 방문하기. 오다가다 가고 싶었던 야외 카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하기. 평소에 연락해야지 생각만 했던 가족들에게 전화해 안부 묻기. 먼지 쌓인 고등학교 앨범 보기. 학창 시절 유행했던 노래 듣기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평소에 하고 싶었다고 생각만 했었지, 막상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다 소소한 것들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창하진 않아도 이렇게 소소한 것들이 아직까지 내 마음에 하고 싶었던 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이라면 직장을 관두고 세계여행을 '내 생이 다 할 때까지' 하는 것 정도는 되어야 될 것 같은데. 한없이 소소하기만 하다. 소소한 것들을 하기 위해서 사는 삶이 어쩌면 삶의 진면모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 아니면 아직까진 나의 배포가 그만큼 크지 않은 것 일지도.


확실성이 커지게 되면서 해외여행 시에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배팅해야 하고, 우리의 일상을 배팅해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해외여행은 나에겐 더욱 꿈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알 수 없는 해외여행이라는 세계보다는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확실한 행복이 더 좋아져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느끼진 않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행복의 중요성은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나는 요즘 DIY 색칠하기를 한다. 집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유튜브로 틀어놓고, 타닥타닥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번호에 맞게 그림을 만들어나간다. 최근 2개 정도의 DIY 색칠하기 세트를 구매하였는데, 지금 색칠하고 있는 시안은 파도가 일렁거리는 바다 시안이다. 작년 분홍색 꽃이 담긴 꽃병 그림이 벽에 걸려있는데, 파도 시안이 완성이 되고 나면 기분전환도 할 겸 바꿔 놓아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나의 부서진 마음을 그림에 녹여내서 작품이 완성되면, 그만큼 나의 마음은 조금은 회복했겠지 생각이 들 것 같다. 


금요일인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보려 한다. 최대한 소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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