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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Oct 03. 2022

3. 옷장 정리를 하면서 찾아온 여유

생각 다이어리 시리즈






한국은 1년 4계절을 맛볼 수 있는 나라이다. 때문에 우리는 계절에 맞는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 쉽진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계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니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아름다움의 감내는 옷을 구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최근 들어서는 옷을 잘 사지 않았지만, 오래된 옷을 조금씩 처분하면서 새로운 옷을 조금씩 샀다. 쇼핑을 좋아하진 않지만, 간혹 가다 옷이 꼭 필요할 땐 사려고 하는 편이다. (살 때 한 번에 많은 양을 사서 그게 문제긴 한데...)


옷장 정리는 거의 8개월 만에 하게 된 것 같다. 분명히 한 번 정리를 해서 잘 입지 않는 옷을 처분했었는데, 지금 또 한 번 정리를 해보니 정리해야 할 옷이 또 많이 나왔다. 옷은 왜 버려도 버려도 또 버릴게 나오는지. 막상 잘 입지도 않는데 옷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옷들은 아마도 나의 욕심과 앞으로 입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고문의 증거인 것 같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버려도 버려도 옷장에 옷은 가득하고, 사사도 옷은 없는 이상한 아이러니.


날을 잡아 '옷장을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 주말에는 옷장을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때문에 아마도 더 이상 반팔을 입고 다닐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유 때문에 그렇다. (사람은 역시 미룰 때까지 미루나 보다)


옷장 정리는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처분을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에도 입을 수 있는 것인지 아리송한 고민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옷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보통 6개월 혹은 1년 정도 입지 않은 옷들은 처분하기로 나 나름대로의 기준을 삼았지만, 옷을 보면 또 미련을 갖게 된다. 미련 없이 떠나는 용기도 필요하건만. 용기를 갖는 것은 항상 어렵다.


옷을 버리는 것이 아까울 때에는 당근 거래를 생각해본다. '팔아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일단 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해도 된다. 이렇게 나는 약간의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약 20가지의 옷을 처분하였다. 한결 옷장이 가벼워졌다. 다른 옷을 넣을 때에도 공간이 충분하여 여유가 찾아왔다. 뻑뻑한 옷사이를 굳이 비집고 들어가지 않아도 옷장에서 약간의 텅텅함이 보이는 여유는 나를 가볍게 한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시는 분들이 괜히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시는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줄게 되면, 그만큼 나는 더 마음의 공간이 생겨 여유로워진다.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앞으로도 물건은 꼭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용하지 못하는 물건들은 내보낼 것. 그리고 내보내는 만큼 나의 여유를 채울 것.


계절마다 옷장을 정리할만한 옷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1년의 두 번 정도는 옷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것. 그렇게 나는 2시간의 옷장 정리로 마음의 여유를 조금은 찾았다. 후아.

(옷장을 정리했는데도 아직 뻑뻑한 옷과 옷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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