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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루콜라 Nov 18. 2021

16살 강아지를 떠나보내고....

갓 태어난 미니핀을 분양받아 데려온지가 벌써 16년전이다.

배위에 올려놓으면 기분좋게 꼬물거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몸짓에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식탐이 많아 늘 비만한 상태로 지냈고, 내가 서울에 가 있는 사이 강아지는 부모님들과 더 유대관계를 많이 맺어왔다.

3년전 유난히 식사를 잘 하지 못하고 기운 없어 하는 모습에 걱정되어 데려간 동물병원에서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아버지는 이후로 매일을 빠지지 않고 강아지에게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주셨다. 인슐린 주사를 놓칠까봐 어디 편하게 여행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챙기셨는데, 늘 소 밥을 줘야한다며 우리 집에 방문하기를 주저하셨던 시골에 계셨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늘 '왈왈' 짖으며 내가 본가에 가면 꼬리를 치던 강아지가 몇년전부터는 꼬리도 잘 흔들지 않고 최근에는 급기야 당뇨합병증으로 시력마저 저하가 되면서 익숙한 곳만 왔다 갔다 하며 요양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떠나던 마지막날은 새벽에 갑자기 저혈당이 왔는지 자신이 머물던 작은 집에서 나와 현관앞에서 버둥거리고 있는것을 아침에 부모님이 발견하셨다. 그날 설탕물을 떠먹이고 쓸어주고 간호했지만 숨을 헐떡이다 결국 반나절만에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만 16년을 살았으니 사람으로 따지면 얼마전 돌아가신 90세 할머니와 비슷한 연령일테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나이를 먹고 노쇠해지면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법이다. 최근에 5,6년간은 부모님이 아픈 강아지를 돌보느라 무척이나 애를 쓰셨다. 두분 다 눈물을 훔치시며 사람이든 동물이든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이라고 하시는데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견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쓸쓸함이 한번에 스쳐간다.

이런것이 인생인걸까? 만나고 떠나보내고....


반려견 화장터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허전해진 마음을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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