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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루콜라 Apr 18. 2021

클라라와 태양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읽은 감상

태양빛처럼 쨍하고 강렬한 붉은 표지와 슬금슬금 사라지려고 하는 노오란 태양 표지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태양의 자양분으로 충전되는 로봇이라니, 흥미 진진한 SF 소설을 기대하고 책장을 펼쳤는데, 웬걸 여러차례 눈물을 훔치며 읽어야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임에도 매우 ‘비인간’적 면모를 지녔음을 작가는 예리하게 나타내고 있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신분을 나타내는 옷차림을 하고 있고, ‘향상된’ 아이들만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그조차도 집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의 소통을 위해서는 억지로 ‘교류모임’이란 것을 만들어야한다. 작가는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했던것일까? 이미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는 사람들의 갈등과 서로 대면했을 때 어색해하는 모습에서 이 소실이 황당한 SF 이거나 작가의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오히려 더 서글퍼잤다고나 할까....

AF(artificial friend)인 클라라는 가장 인간다운 면모를 지녔다. 여기서 인간다움이란, 우리하 흔히 기대하는 남을 배려하고,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기적이지 않는 마음을 뜻한다. 심리학적으로 마음 헤아리기(mentalization )은 아주 어릴때는 형성되지 않고 성장하면서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의 다수가 상대에게 상처를 받고 오는 사람들이므로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대인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클라라는 이런 점에서 섬세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지녔다. 클라라의 모습에서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나 치료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 나는 어른들 목소리에서 묘한 조심스러움을 느꼈다.’ 104p

  ‘ 거칠게 굴더라도 그렇게 심술궂은 아이가 아닐 수 있어요. 외로움이 두려워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지도요. ’ 127p

  ‘매장 쇼윈도에 디스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으려 한다는 것, 또 그 순간이 지난 다음에 그런 일시적 모습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p131

‘ 아버지는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띠었지만 눈에는 노기가 있었다.’ p278

‘ 나는 지금도 어머니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두려워한다고 느꼈다.’ p303

‘ 말씀하신 마음이요, 그게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을거 같습니다. 방이 아주 많은 집하고 비슷할 거 같아요. ’p321

‘어쩌면 인간은 전부 외로운 것 같아요. 적어도 잠재적으로는요 ’ p379

클라라가 얼마나 섬세하게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따라가다보면 같이 마음이 저릿해지고 슬퍼지게 된다.  클라라는 일관되게 사람들의 마음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발견하고 있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강한척하고 때로는 그것을 매장에 디스플레이 하듯 어쩔수 없이 과장해서 남에게 보이는 면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인정한다. 그래서 인간들이 무례하게 내던지는 말에도 상처 받지 않는다. 스스로의 감정은 저 깊은 아래에서 숨기고(아니면 애초에 없는것인가?) 상대의 마음만을 헤아리며 결국은 헌신적으로 돌보던 조시가 병에서 회복된다. 뭐든지 기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체하려는 인간의 방식이 아닌 클라라는 태양의 자양분이라는 방식으로 조시를 구하는데, 결국은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내 스스로를 온전히 내려놓고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라는 메시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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