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하지 않는 것들
"꿈을 쓰면 이루어진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고, 이미 알고 있는 말이다. 이책 저책에서 자주 보이는 글이고 유튜브에서 누군가가 종종 하는 말이라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 보자. 나는 정말 알고 있는 걸까?
안다는 건 무엇일까?
"지행합일(知行合一)"이란 말이 있다. 아는 것과 행동이 합쳐서 하나라는 뜻이 아니라, 아는 것이 곧 행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뜻을 제대로 알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는 게 아닌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만 할 뿐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럼 나는 꿈을 써봤나?
써 보긴 했다. 새해에 새 다이어리를 사면 꿈을 적긴 하는데 그때 잠깐 뿐이고 그 페이지를 자주 들여다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서서히 흐려지다가 다시 새해가 오면 다시 같은 꿈을 적기를 반복하게 된다. 하다가 만 것들, 안다고 착각하고 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미루고 미루던 노션을 시작했다. 노션을 알게 된 건 무려 2년 전. 글쓰기 모임을 하는 곳에서 노션이 좋은 툴이라며 소개를 받았다. 정리가 쉽고 유튜브 영상을 삽입할 수 있으며 공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좋다는 건 알겠지만 직접 실행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나쳤고 노션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더랬다.
한참 뒤인 올여름 우연한 기회에 노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노션은 단순한 메모장이 아닌 다이어리로, 강의노트로, 홈페이지로도 사용 가능한 똑똑한 앱이었다. 나는 곧 노션마니아가 되었다. 노션이라는 도구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2년이나 걸렸다. 어지간히 행동이 느린 나다.
주로 강의노트로 노션을 사용하던 중 책 <아티스트 웨이> 독서모임의 5주 차 과제로 <이미지 스크랩북> 만들기를 하게 되었다. 나의 바람들을 적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발견하면 스크랩해두는 것이다. 이는 내가 꿈꾸는 삶을 찾아 그것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었다. 책에서는 그림과 사진을 모아 스크랩북을 만들라는데 이걸 노션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 한번 해보았다.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뭐가 있을까?"
문득 꿈전도사 김수영이 떠올랐다. 10년 전에 읽었던 책, 김수영의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가 생각나 책장에서 책을 찾아 펼쳤더니 그곳엔 무려 73개의 꿈이 적혀있었다. 그 책을 쓰던 당시 서른 살의 김수영은 5년 만에 32개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했다. 맞다. 이 책을 읽고 엑셀로 나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더랬는데 그 파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컴퓨터에서 노션을 켜고 나의 꿈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표를 작성하고, 연초에 썼던 꿈리스트 목록을 훑으며 새로 생긴 꿈과 목표를 적어나갔다. 어찌나 황홀한 작업이던지. 꿈을 적는 것만으로도 행복바이러스가 퍼졌다. 맘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 리스트에 추가했다. 그리고 노션을 켤 때마다 꿈리스트를 한 번씩 훑어보았다. 씨익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
신기한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한 달 사이에 세 개의 리스트가 실현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좋은 글귀가 나올 때마다 예쁘게 필사하고 싶었다. 캘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한참 전부터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기만 했다. 꿈리스트를 작성하며 자꾸 미루는 나를 발견하고는 곧장 배우고 싶었던 캘리 챌린지를 신청했다. 투두리스트의 우선순위를 다시 매기며 열흘간 수업을 듣고 따라 쓰며 기본기를 익혔다. 시작하는 게 이토록 어려웠을까? 그냥 하면 되었던 것을. 지금은 가끔씩 엽서에 글씨를 쓴다. 캘리 초보라 아직 멀었지만 조금씩 연습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나는 산토리니에 대한 로망이 있다. 언젠가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그럴 수 없어 삼척에 있는 쏠비치라도 다녀오자며 연초에 계획을 세웠더랬다. 아니다. 계획은 2년 전부터 있었다. 회사에 틈틈이 콘도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인기가 많은 곳이었던 것이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잊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신청했는데 놀랍게도 정말 당첨이 되었다!! 꿈꾸는 자에게 운도 따라오는 것인가? 신기한 경험이다.
올해 안에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을 떠올렸다.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온라인 강의를 듣고 팬이 된 정여울 작가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꿈리스트를 작성하고 강연회를 검색해보았는데 아쉽게도 지방 강연만 있을 뿐이었다. 정보를 찾던 중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가 프로필에서 메일 주소를 보았다. 혹시나 해서 메일을 보냈다. 혹시 올해 안에 강연 계획이 있으신지 여쭤보았는데 신기하기도 하지. 곧장 답장이 온 것이다!! 오프라인 강연이 잡혔다며 소식을 공지하기 전에 최초로 나에게 알려주신다는 따스한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덕분에 작가님의 북토크에 1등으로 신청해서 작은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얼굴을 뵙고 사인도 받고 에너지까지 듬뿍 받는 황홀한 만남이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있다.
꿈과 목표를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생생하게 쓰라. 시각화하라. 그럼 이루어진다.
에이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인 것도 같아 나의 꿈을 쓰기도 했지만, 너무 멀게 느껴져 감추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꾸만 내 꿈을 들여다보는 기분 좋은 습관이 생겼다. 볼 때마다 설레고, 내가 상상하는 그 꿈을 이뤄가기 위해 당장 해야할 일이 보인다.
꿈을 쓰자 펼쳐진 신기한 일들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올해 목표했던 것들을 거의 모두 이루었고, 지금은 노션으로 꿈리스트를 만들고 이루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씩 리스트를 클리어하고 있다. 오늘도 두 분이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셨다. 이번달 세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내가 이룬 것처럼 어찌나 기쁘던지..!! 꿈코치가 되어 많은 분들이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기는 순간이다.
꿈을 글로 적고, 말로 뱉으면 행동하게 되어있다. 내가 원하는 꿈을 그리고 내 꿈에 다가가는 하루. 그 자체로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아침에 잠깐 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의심 말고 부디 꿈꾸는 오늘을, 설레는 지금을 살길. 나에게, 또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