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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라 Jan 12. 2022

아빠는 내 첫 독자

초보 작가 이야기

사랑하는 딸 경민아

네가 보내준 책 3일 만에 다 정독했다. 3050 워킹맘들이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삶을 영위해가는 과정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때론 눈물 나게 하는 내용들도 있고, 네가 직장과 가정의 일을 힘들게 해 가면서도 이런 자신만의 의지로 다시 새로운 인생의 길을 선택하고 시도하고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빠로서는 너무 감동적이고 뭉클한 마음을 갖게 하는구나..

...

모든 것은 지나간 것. 생각치 말고 오로지 미래에 대한 너의 꿈과 가족을 위해 잘 실현해나가길 기대할 뿐이다. 특히 건강에 유의하면서. 언제나 긍정적으로 낮은 자세로 세상을 살다 보면 부정적인 면은 사라지고 높은 곳으로 향하는 너의 날이 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띵동- 점심을 먹던 중 갑자기 배달된 문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름 아닌 아빠의 문자였다. 아빠와 나는 서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닌데 이렇게나 긴 문자를 보내시다니. 마치 편지를 받은 기분이다. 엊그제 집에 엄마가 오셨길래 슬쩍 30인과 함께 쓴 책을 드렸는데 그걸 모두 읽으신 모양이다.





책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는 내가 다니는 MKYU 온라인 대학에 학장님으로 계시는 김미경 선생님과 함께 쓴 책이다. 진짜 대학은 아니지만 열기가 뜨거운 열정 대학에서 작년 봄 축제 이벤트가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학장님과 출판하기"였다. 스무 개의 글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원고를 써서 제출했다. 주제는 "나 이렇게 변했어요!"였다.



변화?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이라는데 그동안 나 참 많이 변했지. 나는 그저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적었다. 이런 일 저런 일이 떠올랐고 써 내려가다 보니 A4 두 장 정도 분량이 나왔다. 글을 쓰며 1년 넘게 겪은 일들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함께 출판하기 최종 발표날, 내 이름이 그 안에 있다는 게 놀라웠다. 책을 읽다 보니 글이 쓰고 싶고 그러다 보니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된다고 적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는 건가? 정말 책이 되는 건가? 믿기지 않았는데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진짜 책이 나왔다.





책을 받고 책장을 넘기며 읽어보니 한 명 한 명의 생생한 이야기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남편이 슬쩍 내 글을 읽는 것 같더니 가져가서 모두 읽어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한 것 같다. 출근하느라 바쁘다나 뭐라나.. 그러는 와중에 아빠의 진심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

애들 때문에 일이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 요청해라. 아빠는 언제나 너희들이 걱정 없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소원이라면 소원일 것이다. 지금 진행형인 모든 일들이 너의 목표대로 차근차근 쌓아지는 그날을 응원하며 살아가련다.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딸 경민아 너무너무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한다. 추운 겨울 잘 이겨내렴.



필요하면 아이를 부탁하라니.. 눈물이 핑 돈다. 워킹맘이기에 퇴근이 늦는 날은 아빠가 우리집에 오셔서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를 종종 돌봐주신다. 안 그래도 죄송스러운 맘인데 언제든 요청하라고 말씀하시다니 자식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나 보다. 마흔 넘은 딸이지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지난주에 내내 오셨으니 오늘은 오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나 몰래 집에 다녀가셨다. 크나큰 사랑이 감사할 뿐이다.






출간된 책은 나 혼자 쓴 게 아니라 30인이 쓴 책이기에 나의 이야기는 단 세 장 분량이다. 그렇다고 기죽지 말라고 김미경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단 한 줄의 글이라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그게 단 한 명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과는 다른 글의 힘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에 있다. 밑줄을 그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천천히 또는 곱씹어 읽을 수 있다. 공감의 표시이자 감동의 현장이다. 그런데 내가 바란 그 한 명이 아빠일 줄은 몰랐고, 그 사실에 내가 더 감동받는다. 무뚝뚝한 우리 아빠를 감동시켰다니. 한순간에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불리다니. 고슴도치 사랑일지라도 너무나 감격스럽다.



아빠는 내 첫 독자이자 찐팬 1호. 아빠,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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