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따끈한 책 두 권이 배달되었다. 스무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책<63일 동안 예술가로 사는 법>, 그리고 내가 만든 책 <아티스트 웨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렇다. 책을 만들었다. 내가 쓴 글과 내가 찍은 사진을 모아 책으로 구성했다. 올해 잘한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이것, 내 책을 썼다는 거다.
올 9월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에서 예술가들을 모집했다. 책 <아티스트 웨이>의 모닝 페이지를 기본으로 하여 자그마치 63일(9주) 동안 함께하는 프로젝트였다. 예술가? 내가 예술가가 맞나 싶었지만 여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내 삶을 디자인하는 예술가 아닌가? 좋은 기회다 싶어지원서를 제출했고, 운 좋게 20인에 선정되어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나기 위한 9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올해 만나 책들 중에 가장 고마운 책 중 하나가 바로 <아티스트 웨이>이다. 이미 스테디셀러이고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자주 보이던 책을 자의 반 타의 반 읽게 되었다. 저자줄리아 카메론은작가이자 영화감독, 프로듀서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예술가인데, 그녀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라는 부제처럼 약 세 달간 내 안의 창조성을 찾는 과정인데 매 주마다 테마가 있고 수행할 과제도 있다.
미술관의 프로젝트는 조금 짧게 9주간 진행되었으며 1주에 한 번 줌으로 만나 강의를 듣고 조별로 이야기를 나눈다. 책방 주인이자 작가, 유튜버이시기도 한 김소라 강사님이 경험하신 여러 이야기들도 좋았고, 소그룹으로 함께 나눈 모닝 페이지와 각자 사는 이야기도 공감되고 좋았다.
9주 동안 예술가로 살면서 가장 중심이 된 것은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모닝페이지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식이 흐르는 대로 끼적이는 글쓰기이고 아티스트 데이트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나는 데이트이다. 창조성을 찾는 과정은 내 안의 어린 아이를 찾는 것이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것이다. 치유와 함께 있는그대로의 나를 찾는 과정이다.
모닝 페이지를 쓴다
지금 이 순간을 알아챈다 나의 과거와 만난다 훌훌 털어 보낸다 진실한 나와 마주한다 나를 알아간다 나를 보살핀다 모든 것이 행복임을 깨닫는다 ... 나를 사랑하게 된다
_10월의 어느날 쓴 글
각자 모닝 페이지를 쓰고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며 9주간 예술가로 살았다. 이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바로 나의 책을 만드는 거다. 나 나름대로 9주간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경험한 동시성이라든지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 데이트를 블로그에 기록했고 이를 엮어 책을 만들기로 했다.
좋은 앱이 많이 있는 건 알았지만 책 쓰기 앱이 있는걸 이번에 알았다. 이 어플을 이용하면 단체 책쓰기가 가능하다. 각자 편집할 수 있고 책으로 구성하여 독립출판까지 가능하다. 검색 해보니 대부분 학교의 글쓰기 모임에서 단체로 책을 만들기도 하고,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모아 책으로 엮어 선물하기도 하는 것 같다. 포토북은 많이 만들어 보았는데 글이 주가 되는 책을 폰으로 만들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64페이지의 얇은 책이지만 사진과 글을 넣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싶었기에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폰트와 폰트크기를 정하고 색깔을 입히고 사진 들어갈 곳을 정하고... 편집이 재미있어 즐겁기도 했지만 글 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책 편집이구나 싶었다. 목차를 만들고 각각의 페이지를 구성한 다음 내 페이지를 순서에 따라 배치하면 책이 완성된다. 책날개에 내 소개를 넣고 결제하면 된다.
하루북 서재 속 내 책
11월 초에 앱으로 만든 책이 드디어 실물이 되어 나에게 도착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선물처럼 배달이 왔다. A5 사이즈, 작고 얇은 책이지만 나의 정성이 가득하기에 뿌듯하고 기쁘다. 세상에단 하나밖에 없는 내 책을 갖게 되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