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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라 Dec 28. 2021

열정, 뜨뜻미지근한 혹은 불타오르는

나만의 열정 찾기


에너지, 힘나는, 열심히, 부지런히,

뜨거운, 빨강, 활활 불타오르는,, 


"열정"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 cullansmith, 출처 Unsplash



새벽 기상을 시작하던 3년여 전을 떠올려본다. 당시 나는 건강을 지키고자 새벽 수영을 등록했고 6시까지 수영장에 가야 했다. 때는 겨울, 칠흑 같은 새벽이었다. 처음 몇 번이야 의지로 벌떡벌떡 일어났지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새벽 기상이 적응되지 않았다. 일어나야만 하는데 조금만 더 눕고 싶은 마음.. 아침마다 싸우는 두 개의 마음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어쨌든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에 가깝다. 눕고 싶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없던 힘을 끌어모아 중력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당장 편한 것보다는 목표를 갖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삶에 열정이 한 스푼 얹어진 것은.



워킹맘으로 살면서 아침, 점심, 저녁 바쁘지 않은 시간이 없다. 아이들이 어려 케어가 필요했다. 사무실에 다녀오면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면 나도 지쳐 같이 잠이 든다.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이었고 집에 와서 육아하는 동안 나를 챙긴다는 것은 사치로 여겨졌다.



그러던 내가 아침에 수영을 다니면서 낯선 새벽과 친구가 되었고, 나만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만들 수 있었다. 새벽 시간에 수영을 마치고 나오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수영강습은 어렵고 힘들지만 해냈다는 뿌듯함, 샤워 후의 뽀송뽀송함이 하루 종일 지속된다. 저절로 생기가 돌고 에너지가 생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수영을 갈 수 없게 되 다른 것으로 새벽을 채우기 시작했다. 엄마의 자기 계발시간이다. 기상 인증을 하고 책을 읽고 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책은 간간히 읽는 편이었지만 글 쓰는 것 얼마만인지.. 그렇게 열정이 조금씩 더해져 이것저것 하나씩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SNS도 하고, 독서모임에도 나가면서 열정 커뮤니티를 만났다. 세상에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열정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가 절로 솟는다. 나도 그들을 따라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 조금씩 노력했다. 인생을 계획해보기도 하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하면서 잊었던 것들을 발견해나갔다.



그러던 중에 작심하고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인 제주 한달살이를 떠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목표다. 한 달 동안은 계획대로 책을 읽지 않고 강의도 듣지 않고 SNS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아이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매일 새벽, 나만의 시간엔 산책을 나가고 글을 썼다. 그렇게 살다 보니 느리게 살고 있는 편안한 나를 발견했다.



템포가 느린 삶... 지루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그 나름대로 충만함이 있다. 조급하지 않은 가운데 만족감이 찾아왔다. 드디어 내 속도를 찾았다. 매일 뭐라고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애써 무얼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었다. 도시에서의 내 삶에는 나답지 않은 조급한 열정이 있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남들처럼 해내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잊고 있었다. 나는 원래 느린 사람 .




열정(熱情)
_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출처 : 다음 사전




열정이란 열렬히 열중하는 마음이다. 문득 열정이란 단어가 나와 어울리는 단어인가?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도 분명 열정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과는 다다. 열정의 색깔은 빨강이 아님을 제야 알았다. 남들처럼 화려하고 뜨거운 열정이 아니라 은근하고 미지근하지만 오래가는 열정이다. 고온이 아닌 저온 숙성에 가까운..



어찌보면 뜨뜻미지근한 열정이다. 미지근하다고해서 시시하고 별 볼 일 없는 게 아니라 끈기를 동반한, 불타오르지 않지만 은근히 오래 지속되는 열정이다. 내 열정은 빨강이 아닌 은은한 보랏빛이다. 나만의, 나다운 열정이다. 이런 열정을 가진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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