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보라 Dec 29. 2021

나의 밸런스/균형 잡기

조화로운 삶을 위하여



아침에 일어나면 몽롱한 정신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말 그대로 눈뜨자마자 스트레칭. 나의 모닝 루틴이다.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리고 몸 쪽으로 당긴다. 하나, 둘, 셋. 왼다리도 들어 올리고 마찬가지로 몸 쪽으로 당겨준다. 이 다리를 오른쪽 옆으로 내리시선은 왼쪽. 이번엔 오른 다리를 왼쪽으로 내리고 시선은 오른쪽. 하나, 둘, 셋. 온몸을 쭉 펴준다.


허리를 펴고 앉아 오른쪽 무릎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손으로 머리를 누르며 스트레칭한다. 하나, 둘, 셋. 왼쪽도 해본다. 하나, 둘, 셋. 그런데 잠깐. 머리를 누르다 보면 멈춰야 할 때가 온다. 스트레칭을 하려 무리하여 당기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약간 아프면서 시원한 상태에서 멈춰야 한다.


멈출 줄 아는 것. 그게 균형 잡기의 시작이다.






© kikekiks, 출처 Unsplash



한때 요가에 심취했다. 어려서부터 뻣뻣한 나였기에 유연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친구 따라 집 앞 요가 학원엘 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의 단단한 몸매는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균형 잡힌 몸매가 저런 걸까? 멋진 외모의 그녀는 낮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동작을 세세히 설명해주셨다.



요가를 마치고 나오면 몸이 이완되며 살짝 땀이 난다. 찌뿌둥한 게 모두 사라지고 개운함만 남는다. 되지 않는 동작을 따라 하다가 비슷하게라도 성공하면 기분이 좋았다. 조금씩 내 몸이 유연해지는 것 같았다.



요가 동작엔 기초와 심화 단계가 있다. 동작을 하며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서 가능한 사람은 다음 단계의 동작을 수행하게 된다. 1단계, 2단계, 어떨 땐 3단계까지 동작을 알려준다. 나는 초보였기에 대부분 1단계의 동작만 따라 했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요가 수업의 마지막 무렵에 쟁기 자세와 비슷한 자세를 수행하게 되었다. 목을 아래로 하고 몸을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다. 이날따라 선생님이 요청하는 대로 몸이 잘 움직여줬다. 1단계를 무사히 해내고 2단계를 시도해보았다. 조금 더 조금 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앗. 그러다 목에서 우두득 소리가 났다. 나는 당장 한의원에 달려가야 했다.



過猶不及 과유불급  
(過 : 지나칠 과  猶 : 오히려 유  不 : 아닐 불   及 : 미칠 급)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마찬가지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모두 문제

출처 : 박재희 <1일1강 논어강독>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모자란 것도 문제지만 넘치는 것도 문제다. 욕심을 내면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 옳다. '다치면 안 됩니다'를 연신 강조하던 선생님 말씀이 그제야 들렸다. 멈춰야 할 때를 알지 못하고 무리하다가 병원 신세를 졌다. 욕심내다가 요가도 못 가고 며칠을 치료받으며 지냈다. 나는 원래 목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균형(밸런스)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균형을 잡는다는 건 멈춰야 할 때를 안다는 말이고 이는 곧 나를 안다는 말과 같다. 이는 꼭 신체에만 적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몸과 마음,

가정과 직장,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각과 실천,

읽기와 쓰기... 


뭐든 균형이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 한쪽에 심취하다 보면 다른 쪽이 망가지기 일쑤다. 나머지 반쪽도 중요하기에 반대편을 떠올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균형(均衡)
_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출처 : 네이버 사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다. 중요한 것들을 잊지않고 살고자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반대편의 것들이 존재함을 기억하고싶다. 높은 산에 올라가야 아래를 내려다보며 전체를 알아챌 수 있듯 중간중간 멈추어 나를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간이다.



아이가 놀이터 앞 화단을 평균대 삼아 올라 걷는다. 왼쪽으로 치우치다가 돌아오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다가 돌아온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걷는 걸 즐기듯 어느새 꼭 잡은 엄마 손을 뿌리친다. 그동안 아이가 많이 컸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되는 법을 서서히 배우듯, 균형을 잘 잡으려면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 이것저것 치우친 것들을 하나씩 바로 세우면서 균형 감각을 키워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