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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윤 Feb 25. 2021

못쓰는데 쓰고 싶어요... 글...

하루에 한 번 글쓰기

매일매일 뭔가 꾸준히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거 같아요.  특히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이상.  매일 운동하고 물 2리터를 마시고 일기를 쓴다던지 책을 읽는다던지... 이런 거 매일 지키기 너무 어렵지 않나요?


나는 글을 잘 못쓰는데 글이 쓰고 싶은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 것인가?


하는 물음에 선 듯 명쾌한 답은 안 나오네요.


대학 다닐 때 전 토목공학과였어요.  영어로는 civil engineering이라고 하지요.  근데 3-4학년이 되면 거기서도 더 세분화된 전공을 찾아야 해요.  그 안에 토질공학, 교통공학, 건설공학, 구조공학, 환경공학, 기타 등등이 많았는데 제가 젤 못하는 게 구조공학이었어요.  제일 물리와 수학을 잘해야 하는 전공이었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날고 기던 머리가 대학교 3학년이 되니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구조공학을 했어요.  아무래도 선배들에게 잘 못 배운 거 같아요.  선배들이 구조가 토목의 꽃이라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네요.  토목 공학에 웬 꽃...

꽃을 왜 토목에서 찾니.  여기는 콘크리트와 나무와 흑과 기타 등등이야...


왠지 젤 못하는 걸 마스터하고 싶은 성격인가 봐요.  내가 아니라 옆에 친구가 그랬으면 너 그 변태적인 성향에서 좀 벗어나라고 말해줬을 거 같네요.  


어렸을 때부터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애들이 있잖아요.  난 그렇지 않았어요.  정말 그렇지 않았죠.  어떤 주제가 주어지고 포스터를 그리던지 아니면 글쓰기를 하라는 선택이 주어지면 난 항상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은 꽤 잘 그렸어요.  중학교 내내 미술 선생님들이 나의 완성품들을 빌려 가셔서는 다른 반 친구들한테 보여주곤 했어요.  이렇게 하는 거란다...


글은... 아마도 한 번인가 두 번? 독후감을 써서 한번 상장을 받은 거 같네요.  그때도 참 어이없었어요.  책도 제대로 안 읽었던 거 같은데... 대신 난 수에 밝았어요.  그림도 제법 그렸고요.  근데 글에는 젬병이에요.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한국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다가 캐나다로 이민하기 전까지 학교 공부에 치였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한 거 같지는 않은데 교과서와 학교에서 정해 준 필독도서 외에는 읽을 여력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읽으라는 거 다 읽고 나면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그렇게 이민을 와서는 더욱더 한글책 읽을 기회가 없었어요.  영어로 학업 따라가고 또 수업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들 외에는 책은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교과서를 보면 수식과 테이블과 diagram들만 잔뜩 나오는 공부를 여러 해를 하고 나니 더 이상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취향조차 알 수가 없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동화책 소설 심지어 아가사 크리스티나 존 르 카레가 지은 그런 추리소설들도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소설은 30페이지도 읽기가 힘드네요.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전에 미리 지루해한달까.


짧게 짧게 단편으로 된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 논픽션, 에세이집들도 일 년에 몇 권 겨우겨우 보게 됐어요.  그렇게 읽지 않고 쓰지 않고 괜찮은 글을 쓸 수는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나랑 비슷한 템포에 나의 생각과 글에 공감을 해주는 분들과 한 박자 느린 소통을 하고 싶어서일 거라는 게 지금까지 열심히 생각해 낸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에 제일 가까운 거 같아요.  좀 더 생각하다 보면, 더 깔끔하고 세련된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쓰는데 읽는데 시간 낭비인 글은 목적에 맞지 않네요.  나도, 또 읽는 분들도 바쁘잖아요.  그래서 잘 쓰고 싶어요.  쓰는 나도, 읽는 분들도 시간낭비해드리고 싶지 않아서.  근데 내가 글을 잘 쓸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네요.  글 잘 쓰는 법은 누가 가르쳐주나요? 연습하면 조금 나아지기는 할까요?  어차피 글 써서 생계를 꾸릴 생각은 없어요.  바라지도 않고요.  누가 돈 안 줘도 돼요.  그냥 지나가던 누군가가 읽어주고 괜찮네 정도 평해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좋겠어요.


어쩌면 하찮은 글이라도 쓰는 게 나한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나한테는 덜 시간 낭비이겠죠.  책이라도 찾아보고 인터넷 서치라도 해서 공부를 좀 해볼까 하네요.  글쓰기 연습이랄까.  남이 읽어도 시간 낭비는 안될만한 콸리티의 글이랄까...


젤 못하는 것 중에 하나지만 벽돌 깨는 느낌으로... 레벨 업하는 느낌으로...

그 느낌 아니까...



케이윤/쿨짹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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