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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Lee Nov 30. 2021

문화유산의 주인 찾기, 반환 - (1)

케이트의 아트마켓 40

-  유럽 국가들의 과거 식민지 문화유산 반환 시도

-  중국의 자국 문화유물 되찾기 노력

-  과거사 자성 목소리도  



유럽 내에서 과거 식민 지역의 문화유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네덜란드를 필두로 국가차원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영화 '모뉴먼츠 맨(The Monuments Men)', 2014.   Photo: Tom Dixon via Flickr/Creative Commons.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유럽의 예술 작품을 지키는 임무 담당 부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모뉴먼츠 맨(The Monuments Men)'.  지난 3월 이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과 연기에 참여한 배우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영국 박물관(British Museum)이 소장. 전시하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 작품 '엘긴 마블스(Elgin Marbles; 파르테논 마블스)'의 그리스 반환을 촉구해 화제가 되었다.  기원전 5세기 작품인 엘긴 마블스는 터키 주재 영국공사로 있던 엘긴 경(卿)이 파르테논 신전에서 분리해 영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1816년 이후 영국 박물관이 내세우는 소장품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스가 엘긴 마블스의 본국 반환을 끊임없이 요구해 오던 중, 클루니의 촉구로 이 문제에 다시 한번 세계의 시선이 모아졌다.  하지만 영국 관리와 박물관 측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엘긴 마블스/파르테논 마블스(Elgin Marbles/Parthenon Marbles from the East Pediment of the Parthenon), 

British Museum, London.  Photo: Andrew Dunn via Wikimedia Commons.



식민지 시대 문화유산의 반환에 앞장서는 네덜란드 


그렇지만 유럽 내부에서도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에서 약탈해온 예술 작품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실제로 몇몇 국가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들 중 가장 필두에 서있는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지난 2월 네덜란드 정부는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들로부터 빼앗아온 모든 예술품을 조건 없이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단, 네덜란드 이외 국가의 식민지로부터 자국에 유입된 예술품들은 그 가치와 본국의 보관 능력 등을 검토 후 돌려준다는 조건을 덧붙이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독립된 민간 위원회 설립과 반환 가이드라인 마련에 450만 유로(한화 약 6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도 과거 자국의 식민지 국가들의 문화유산을 돌려주거나 반환을 발표하긴 하였지만 소수 작품에 그친데 비해, 네덜란드는 자국에 있는 식민시대 예술품 전체 반환 정책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네덜란드 국립 세계문화 박물관(the Dutch National Museum of World Cultures)에 의하면 45만 개의 박물관 소장품 중 40% 정도가 네덜란드 식민지 국가의 문화유산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와 수리남, 그리고 카리브해의 여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소장 작품을 연구하고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들은 이미 2020년 1,500여 점의 작품을 인도네시아로 반환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싱가사리(Singhasari) 왕조의 사원에 있던 두르가 조각상(Statue of Durga), Museum Volkenkunde, Leiden, Netherlands,

1275-1300.  Photo: ErikvanB via Wikimedia Commons.  



중국의 문화유산 되찾기 정책 


과거 유럽 국가의 식민 국가들이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걸쳐 자리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유산 반환 논의는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시대 유럽 군대에 의해 약탈을 당한 지역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는 물론 중동지역 등 전 세계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는 중국이 가장 활발하게 자국 문화유물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당시 엘긴 경의 영국 군과 프랑스 군대는 중국 베이징의 위안밍위안(圆明园; Old Summer Palace)의 예술 작품들을 약탈하고 3일에 걸쳐 위안밍위안을 불태웠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당시 약 150만 점의 작품들이 도난당하거나 소실되었다고 한다.  


해안당(海晏堂; Ruins of Haiyantang)의 잔해, 위안밍위안(圆明园; Old Summer Palace), 베이징.

Photo: 颐园新居 via Wikimedia Commons.


중국은 위안밍위안 등에서 빼앗긴 유산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작품들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 민간과 정부가 나서 모두 사들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열린 폴리 옥션(Poly Auction)에 출품된 청나라 건륭제 시대 자기가 미화 4,160만 달러(한화 약 490억 원)로 세계 중국 자기 경매가 최고 기록을 올리며 중국인 컬렉터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제국주의 시대 스코틀랜드 군에 의해 빼앗긴 것이었는데 2명의 중국인 컬렉터들을 거쳐 이번에 경매에 출품되었다.


또 다른 청 건륭제 시대 자기(Qianlong Vase), Brooklyn Museum, NY, US, 1736-1795.  

Photo: Brooklyn Museum via Flickr/Creative Commons.


지금까지의 문화유산의 반환은 대부분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  복잡한 외교문제와 경제상황 등과 얽혀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과거 약탈당한 국가들이 나서 문화유산의 반환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미약하지만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의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이 2011년에 이어 지난 10월 재차 총 2,200여 점의 작품을 본국인 코스타리카로 돌려보냈다.  이번 반환은 미국이나 코스타리카 정부의 요구 없이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정책을 세워 실행한 경우이다.  과거사의 과오를 인정하고 화해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들 희망적 움직임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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