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인권 Dec 20. 2024

목 디스크 극복기

2. 15년째 계속된 나의 루틴, 스트레칭

2. 15년째 계속된 나의 루틴, 스트레칭     


#연중무휴의 일과(日課)

 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과(日課)가 있다. 이른바 맨손 체조라고 하는 스트레칭이다.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연중무휴로 15년째 계속하고 있는 스트레칭은 나의 루틴이다. 계기는 목 디스크였다. 매일 아침 식사 후 거실에서 이뤄지는 스트레칭에 걸리는 시간은 두 세트 한 조로 총 40여 분.


2년 전부터는 일주일에 3일은 두 세트, 나머지 4일은 한 세트만 시행하기로 스트레칭의 총량을 다운사이징했다. 목 디스크에 대한 통제 능력이 체질화된 덕분에 더 이상 이렇다 할 통증을 느낄 수 없어 스트레칭이 유발하는 기회비용을 축소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유효한 것으로 드러났고 아침 시간을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스트레칭을 날마다 되풀이하는 일과로 삼게 된 배경인 목 디스크는 꾸준하고 끈질긴 관리가 필수다. 목 디스크로 판명된 이상 완치는 없다. 수술적 치료든, 비수술적 치료인 보존적 요법이든 목 디스크는 통증이 원천적으로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통증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어 사후 관리에 만전(萬全)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목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은 내가 수술적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목 디스크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나는 목 디스크 통증 억제용 스트레칭의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짰다.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사연의 출발점은 극심한 목 디스크의 통증이 엄습한 2010년 3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 디스크 통증의 공포감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데 왼팔이 끊어질 듯 아팠다. 칼에 베인 듯이 쓰리고 저린 팔꿈치의 통증에 신음이 절로 났고 손가락 끝마디는 감전된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기분이 몹시 나빴고 왼팔을 움직일 때마다 참기 어려운 고통이 밀려왔다.


팔꿈치에서부터 손가락 끝마디까지로 이어지는 통증은 깊고 예리했다. 팔이 떨어져 나갈 듯하고 쿡쿡 쑤시면서 저리고 찌릿한 통증의 광폭한 모습이 동시다발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걸을 때 통증의 체감지수는 극에 달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팔꿈치와 손가락 마디를 주무르곤 했다. 잠을 이룰 수 없어 뒤척일 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졌다. 말로만 듣던 목 디스크의 실체가 공포감이 되어 내 몸에 파고들었다.      


#만성 목 디스크 판정

 이튿날 콜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사무실 근처 정형외과에서 X레이를 찍었다. 의사는 목 디스크로 추정된다며 정밀 검사를 권했다. 진단서를 들고 신촌의 대형 병원을 방문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만성 목 디스크로 판명이 났다.


4번과 5번 경추(頸椎) 사이를 잇는 추간판(물렁뼈 또는 디스크)이 닳아 탈출하는 바람에 주위 신경근이 눌린 모습이 의사의 컴퓨터 화면에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경근은 신경을 휘감고 있는 근육인데 이 부위에 충격이나 자극이 가해지면 압박받은 신경이 놀라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만성 목 디스크는 장기간에 걸친 목과 어깨 부위의 통증이 임계점을 벗어나면서 팔꿈치와 손가락 끝마디까지로 확장된 결과다. 목과 어깨 통증의 진원지인 잘못된 자세와 습관을 오랫동안 고치지 않고 방치해 스스로 병을 부른 자업자득인 셈이다. 거북목과 같은 그릇된 자세가 비정상적인 몸의 습관으로 고착되면서 목뼈 사이의 연결 장치인 추간판에 고장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료 방법은 보존적 요법과 수술적 치료가 있다. 보존적 요법은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한방 치료, 스트레칭, 올바른 자세의 습관화, 신경 차단술, 신경 성형술, 고주파 수핵 감압술 따위다. 수술적 치료는 손상된 물렁뼈를 제거하고 인조 디스크를 삽입하는 경추 디스크 제거술, 경추 신경 감압술 등이다.     


급성 목 디스크는 교통사고나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부상이 원인으로 증상이 심각하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존적 요법의 한계

 신경외과 주치의는 한 달 치 약을 처방하고 한 달 후에 오라고 했다. 목 디스크의 통증을 다스리고 완화하는 약일 터인데 한 번에 여섯 개의 알약을 삼켜야 했고 복용 후의 뒤끝이 개운치 않았다. 하루 3회, 한 달 동안 빼놓지 않고 복용했으나 통증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약을 먹으면서 한의원에서 벌침 요법과 물리치료를 병행했다. 벌침과 물리치료의 효과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 만성 목 디스크의 통증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주 4회 한의원을 꾸준히 방문했다.      


집에서 한의원까지는 400미터도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으나 걸을 때마다 견디기 힘든 팔꿈치의 통증이 온몸을 옥죄어왔다. 걷다가 서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며 겨우 한의원에 도착할 때마다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병원에 가 보면 안다.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멀쩡한데 멀쩡하지 않은 사람이나 하는 행동을 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진리는 때론 형용모순이다.


이런저런 정보를 끌어모아 목 디스크 통증 제어에 좋다는 스트레칭에도 매달리기 시작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단기간에 효과가 있을 리 없다고 위안하기에는 괴로움의 상처가 너무 컸다.     


#지인의 조언

 통증은 날로 기세등등했다. 물리치료로 목 디스크를 낫게 한다는 병원을 찾았다. 한 달간 입원해 치료받아야 한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옛 직장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후배의 형은 꽤 유명하다는 척추 전문병원의 원장이었다. 그곳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또 한 번 촬영했다.


원장은 수술이 시급하다며 당장 입원하라고 권유했다. 약물 처방을 내린 신경외과 주치의도 얼마 전까지 이곳에서 근무했다고 원장이 귀띔했다. 통증의 감옥에 갇혀 제정신이 아닌 나에게 어차피 수술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사실을 에둘러 환기할 원장의 의도라고 생각했다. 참을 수 없는 무한 통증의 공포에 수술적 치료를 결심하고 귀갓길 택시 안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 디스크와 척추 디스크 수술 경험이 있는 지인은 이런 조언을 했다.      


“만성 목 디스크는 통증과의 싸움이다. 죽을 듯이 아프지만 죽지는 않는다. 수술하더라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수술 후 예후(豫後)가 좋지 않으면 재수술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도 통증은 여전하다. 힘들더라도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추천한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라.”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경 차단술

 다시 찾은 신경외과 주치의는 한 번 더 한 달 치 약을 처방했고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통증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걷기도 힘들고 밤새 뒤척이기 일쑤지만 수술은 원하지 않는다는 말에 의사는 신경 차단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진 프로그램을 소개해 줬다.


신경 차단술 치료 2~3일 후부터 미미하게나마 통증의 기세가 꺾이는 기분이 들었다. 신경외과 외래(外來) 진료를 연기하고 3주 후 신경 차단술 치료를 한 번 더 받았다. 통증의 강도가 점차 수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신경 차단술은 대기 시간과 국소마취(局所痲醉), 시술, 회복 시간을 포함해 1시간 10분~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됐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라는 나만의 판단으로 신경외과 예약 진료는 포기했다. 이때부터 이전부터 해 오던 스트레칭을 정교하게 다듬은 맞춤형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스스로 찾아 나섰고 한의원 치료도 이어갔다. 주말이면 동네 사우나 온탕에 들어가 목 부위를 뜨거운 물로 찜질하고 스트레칭까지 하고 나면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스트레칭을 앞세운 목 디스크와의 필사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