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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 Oct 27. 2024

쉼표 찍기

문장에도, 악보에도 쉼표가 있다

"수업 10분 전에 와서 스트레칭하고 계세요~" PT 선생님이 매일같이 말하셨지만 잘 안 지켰다. 운동하러 오는 것도 피곤한데 스트레칭까지 하라는 건 고문이었다. 알아서 잘 풀리겠지 뭐, 하면서 운동 끝나고 바로 집으로 향한 걸 후회한다. 진작 선생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스트레칭 없이 근력 운동만 계속하니 근육통이 끊이질 않았다. 무게를 올리는 날에는 온몸에 알이 배기고 쑤셨다. 이 모든 게 스트레칭 없이 냅다 운동만 했기 때문이었다. 근육은 매번 긴장하는데, 이걸 풀어주지 않고 강도만 올리니 완전히 성이 난 것이다. 부랴부랴 폼롤러를 사서 풀고 있지만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다.


근육도 이완과 수축이 반복되어야 성장한다고 한다. 나처럼 냅다 수축만 시키면, 근육량은 늘지 않은 채 긴장도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근육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시간도 중요한 것이었다. 


사실 이 법칙은 비단 운동만이 아닌 삶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쉼 없이 수업을 들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일만 처리하다 보면 지쳐 버린다. 성인이 된 후, 내가 스스로 일을 처리해야 할 때부터 이 '쉼'의 중요성을 잊은 것 같다. 정해진 쉬는 시간이 없으니, 내가 지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 추진력이 바닥을 보일 때쯤 쉬어야 했는데, 여기서 멈추면 따라 잡힐 것 같아 그냥 달렸다. 결국 다리에 쥐가 나 고꾸라졌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조차 없는 번아웃이 온 것이다. 


중간중간 쉬어 본 사람이라면, 굳은 다리를 풀기 위해 어떻게 스트레칭해야 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경험이 전무후무했다. 쉬어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반 강제적으로 쉼표는 찍게 되었으니, 그 이후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쉼표 다음에 올 단어를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쉴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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