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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러닝 Mar 08. 2022

사바사바

우리말 유래

사바사바


(일본어, sabasaba) 

(명사)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


(유래) 

‘사바사바’는 언제부터 쓰인 말인가? 예전에도 쓰인 말인가? 아니면 최근부터 쓰인 말인가? 웬만한 사전에는 이 단어가 실려 있지 않고 『표준국어대사전』(1999)에 와서야 비로소 실려 있는 것을 보면 이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단어가 광복 이후, 자유당 시절부터 쓰인 것으로 보고 있으나 꼭 시기를 못 박아 이야기할 수는 없을 듯하다.


사전에서는 ‘사바사바’를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기술하고 있다. “군납업자는 사바사바를 통해 썩은 된장을 군에 납품한다”와 같은 문장 속의 ‘사바사바’에서 그 의미가 바로 드러난다. ‘뒷거래’와 의미가 통하고, ‘짬짜미(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와 의미가 유사하다.


이쯤 되면, 네티즌들이 ‘사바사바’라는 단어의 어원에 왜 그렇게 큰 관심을 갖는지 그 이유를 알 만하다. 우리 사회가 가당찮은 뒷거래, 구린내 나는 밀실 행정, 뻔히 드러날 거짓말 등에 찌들어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사바사바’가 잘 통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단어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러한 관심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썩어 있는지를 반증한다.


그러면 ‘사바사바’는 어디에서 온 말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어원설이 전한다. ‘사바사바’가 불교 용어 ‘사바하’나 ‘사바’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사바하’는 ‘진언(眞言)의 끝에 붙여 그 내용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말’이다. 세속적인 희망을 갈구하며 윗사람에게 손을 비비며 아첨하는 것이, 마치 진언의 내용이 이루어지기를 갈구하며 ‘사바하 사바하’라고 외는 것과 같다고 하여 ‘사바사바’가 거기서 온 말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진언의 내용이 이루어지도록 희구하는 말이 사바세계에 들어와 속된 의미의 표현으로 정착했는지는 더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사바’는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 곧 ‘속세’를 가리킨다. ‘속세’에는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 조작된 일, 갖가지의 교언영색(巧言令色,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 등이 난무한다. 이러한 사바세계의 무질서와 추태를 ‘속세’라는 뜻의 ‘사바’를 이용하여 ‘사바사바’로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즉 ‘속세’를 뜻하는 ‘사바’가 세속의 부정적 측면을 표현하는 데까지 이용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사바사바’가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떤 일본어를 차용했느냐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첫째는 ‘사바사바’가 ‘마음이나 성격이 후련한 모양’을 뜻하는 일본어 ‘사바사바’에서 온 말로 본다. 이러한 어원설이 제법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일본어 ‘사바사바’가 지니는 ‘마음이나 성격이 후련함’이라는 의미와 우리말 ‘사바사바’가 지니는 ‘뒤에서 일을 꾸밈’이라는 의미는 밀접한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사바사바’가 과연 일본어 ‘사바사바’에서 왔는지는 의문이다.


둘째는 ‘사바사바’가 ‘고등어’를 뜻하는 일본어 ‘사바’에서 온 것으로 본다. 일제 강점기, 일본 순사에게 형사 사건을 청탁할 때에는 뇌물을 주어야 하는데, 그 뇌물로 ‘고등어’가 적격이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고등어’가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고등어’를 구하기가 어렵고 또 값도 비싸서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이었다. 이 ‘고등어’를 갖고 가서 청탁을 하면 일본 순사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아! 사바사바” 하며 반겼는데, 바로 여기서 지금의 ‘사바사바’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바사바’는 ‘고등어 두 마리’가 된다. 뇌물인 고등어 ‘사바’와 뇌물을 주고 일을 꾸미는 ‘사바사바’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아무래도 조작된 냄새가 짙다.


물론, ‘사바사바’가 ‘적당히 속여서 이익을 탐하다’는 의미의 일본어 ‘사바오요무’라는 관용어에서 왔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여기서 ‘사바’는 ‘고등어’의 뜻이고, ‘요무’는 ‘세다’의 뜻이다. 어시장(魚市場)에서 고등어나 정어리 등 작은 물고기를 팔 때에는 부패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빨리 세어서 상자에 던져 넣는데 나중에 세어 보면 늘 모자란다. 그래서 ‘고등어를 세다’는 의미가 ‘적당히 속여서 이익을 탐하다’는 의미로 변한다. 이러한 의미는 뒷거래로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의미를 고려하면 ‘사바사바’가 ‘사바오요무’에서 온 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이러한 어원설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그런데 ‘사바사바’와 ‘사바오요무’는 어형상 큰 차이가 있어, 과연 ‘사바사바’가 ‘사바오요무’에서 온 것인지는 단정하여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사바사바’에 대한 어원설은 크게 불교 용어에서 왔다는 것과 일본어에서 차용된 것이라는 두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딱히 어느 설이 정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어 차용설이 강하게 대두되어 있으나 그 일본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 물론 ‘속세’를 뜻하는 불교 용어 ‘사바’에서 왔다는 설도 만만치 않다. (출처: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2009. 9. 25., 조항범)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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