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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러닝 Mar 23. 2022

도루묵

우리말 유래

도루묵

도루묵과(Trichondon‐tidae)의 바닷물고기(Arctoscopus japonicus). 몸길이는 25센티미터 정도이며 옆으로 편평하고 등은 황갈색에 불규칙한 흑갈색의 얼룩무늬가 있고 배는 은백색이며 비늘이 없다. 100~400미터 깊이의 바다에서 사나 알을 낳기 위하여 2미터 정도의 얕은 곳으로 올라온다. 한국, 일본, 캄차카 반도 등지에 분포한다. (식품과학사전)


(유래)

생성시기: 조선, 1647년(인조 25년)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오른 국왕 선조가 처음 보는 생선을 먹게 되었다. 그 생선을 맛있게 먹은 선조가 고기의 이름을 물어보니 ‘묵’이라 했다. 맛에 비해 고기의 이름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선조는 그 자리에서 ‘묵’의 이름을 ‘은어(銀魚)’로 고치도록 했다. 나중에 왜란이 끝나고 궁궐에 돌아온 선조가 그 생선이 생각나서 다시 먹어보니 전에 먹던 맛이 아니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처럼 허기가 졌을 때 먹던 음식 맛과 모든 것이 풍족할 때 먹는 음식 맛은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맛에 실망한 선조가 “도로 묵이라 불러라” 하고 명해서 그 생선의 이름은 다시 ‘묵’이 될 판이었는데, 얘기가 전해지는 와중에 ‘다시’를 뜻하는 ‘도로’가 붙어버려 ‘도로묵’이 되었다. 이리하여 잠시나마 ‘은어’였던 고기의 이름이 도로묵이 되어버렸고, 이것이 후대로 오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민간어원설에 가깝고, 실제로 도루묵이라는 어휘는 선조 때 이식(李植, 1584∼1647년)의 시, 정조 때에 이의봉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 조선 말기에 조재삼이 지은 『송남잡지(松南雜識)』에 등장한다.


다음은 제목이 ‘환목어(還目魚)’, 즉 ‘도로묵’이라는 이식의 시이다.


有魚名曰目(유어명왈목)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海族題品卑(해족제품비)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

膏腴不自潤(고유부자윤)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 데다

形質本非奇(형질본비기)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終然風味淡(종연풍미담)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

亦足佐冬釃(역족좌동시)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대로 괜찮았지.


國君昔播越(국군석파월)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艱荒此海陲(간황차해수)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目也適登盤(목야적등반) 목어가 마침 수라상에 올라와서

頓頓療晩飢(돈돈료만기)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

勅賜銀魚號(칙사은어호)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永充壤奠儀(영충양전의)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金輿旣旋反(금여기선반)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玉饌競珍脂(욕찬경진지)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嗟汝厠其間(차여측기간)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詎敢當一匙(거감당일시) 맛보시는 은총을 한 번도 못 받았네.

削號還爲目(삭호환위목)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斯須忽如遺(사수홀여유) 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賢愚不在己(현우부재기)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貴賤各乘時(귀천각승시)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名稱是外飾(명칭시외식)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委棄非汝疵(위기비여자)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洋洋碧海底(양양벽해저)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自適乃其宜(자적내기의) 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또 『고금석림』에 의하면 “고려의 왕이 동천(東遷)했을 때 목어를 드신 뒤 맛이 있다 하여 은어로 고쳐 부르라고 했다. 환도 후에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먹었을 때 맛이 없어 다시 목어로 바꾸라 하여 도루묵이 되었다”라고 전한다. 이 책은 조선 정조 때의 문신 이의봉(李義鳳)이 엮은 40권 20 책의 어학사전으로 1789년(정조 13년)에 완성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조재삼(趙在三, 1808∼1866년)이 철종(哲宗) 6년 1855년에 저술한 14 책의 백과사전인 『송남잡지』에도 나온다. 다른 자료에는 이 내용이 고려의 왕이 아니라 조선조의 인조가 ‘이괄의 난’으로 공주에 피신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 전설도 있다.


한편 『세종실록지리지』에 함경도에서 은어가 났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강원도와 함경도에서 은어가 잡혔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 어휘의 주인공이 선조일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가장 이른 이식의 시를 전거로 삼아 이 어휘의 등장 시기는 시인이 사망한 1647년으로 잡는다.

도루묵은 조선시대까지는 그다지 많이 잡히지는 않았고 상품으로써의 가치도 낮았다. 광복 후에도 어장이 강원도 이남의 동해안 지방으로 한정되어 어획량이 줄었으며 해마다 변동이 심했다. 이 자료를 근거로 선조는 의주에 피난 갔을 뿐 동해안 지방에는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조 어원설을 부인하는 학자도 있다.


바닷물고기인 도루묵은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민물고기인 은어와는 다른 종류다. 도루묵은 농어목 도루묵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방언으로는 도로묵, 도루무기, 돌목어라고 하며, 학명은 Arctoscopus japonicus S.이다. 몸길이는 25∼26센티미터 정도로, 몸이 가늘고 길며 측편이 편편하다. 뒷지느러미가 배에서 꼬리 가까이 길게 발달했고, 등에는 모양이 일정치 않은 황갈색의 무늬가 있다. 옆구리와 배는 흰색인데 옆줄과 비늘이 없다. 동해안의 중부 이북에 많으며, 평상시에는 수심 100∼400미터의 해저 모래 진흙에 서식하나 산란기인 초겨울이 되면 물이 얕고 해조류가 무성한 곳으로 모여든다. (출처: 우리말 어원 500가지, 2012년, 이재운, 박숙희, 유동숙)


#도루묵 #은어 #우리말유래 #한국어 #인생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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