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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환상,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거.

나의 아몬드에게.

세 돌이 갓 지난 너는 그 어떤 별명도 좋다 하지 않아. 좋아하는 것만큼 싫은 것도 엄청 많은 네가 바로 내 딸이야. ^^ 언제나 "내 이름은 김, 민, 서! 라니까요." 라며 온몸으로 외치지. 우리가 서로 코 앞에 있을 때도 말이야. 너를 놀리려고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너만 보면... 딸기야, 아몬드야, 부르고 싶어 져. 엄마 마음이 그래.


오빠와 다르게 너는 쉽게 입술을 어... 하고 벌리지 않아. 언제나 앙, 다물고 있지. 네가 색종이를 오릴 때나 그리고 색칠하기를 할 때, 네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해내고 싶은지 말하지 않아도, 꼭 다문 너의 핑크 핑크 입술이 향하는 곳을 보면 알 수 있단다. 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아-할 때는 맛있는 식사를 할 때와 양치를 할 때 두 번 뿐이야. ^^


하나 더 있구나. 너의 골난 표정이 시작될 때 그런 표정을 지을 때 엄마는 큰 숨을 들이마시며 각오를 해. '이제 곧 우리 딸기 아몬드의 가장 큰 입을 보게 되겠구나'하고 말이야. 네가 태어났을 때 탯줄에 매달려 엄마의 가슴 위로 전해져 온 맨 몸의 너를 받아 들고서, 엄마는 네가 무척이나 작고 예뻐서 꼭 감은 너의 작은 눈썹에 대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속삭이고 또 속삭였어. 네가 간호사 선생님에게 들려 헤어질 때까지 말이야. 고요한 미소로 화답했던 아기였지. 그런데 이제는 골날 때마다 "말하지 마! 말하지 말라고!" 하며 눈물 콧물로 성내는 너를 보면 기분이 묘해. 할머니와 함께 널 바라보며 드디어 순한 아기를 만났다며 설렌 순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환상인지 싶거든. ^^


하지만 제아무리 어리석은 환상이래도 엄마는 어느 것 하나 후회하지 않아. 우리 딸을 만난 모든 시작부터 이 시간까지 말이야. 혹여 내가 가끔 너에게 지친 마음을 어른답지 못하게 내비칠 때조차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단 걸 알아주면 좋겠어. 우리가 앞으로 더욱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라며, 엄마는 '네가 말해도 된다고 얘기할 때 하는 엄마가 되겠다.' 약속할게.


언젠가 우리 딸이 엄마에게, "엄마, 기다려주어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정말 기쁠 거야.^^


오늘은 엄마가 먼저 얘기할게. 이 글을 쓰는 동안 엄마를 기다리며 거실에서 잘 지내주어 고맙다. 딸아. ㅎㅎ

출처: 그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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