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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Jun 03. 2024

결혼이 없는 사회

'어머니의 나라'를 읽고

어머니의 나라


추와이홍

이민경

흐름출판




결혼이 없는 사회, 가모장제



결혼제도가 필요없는, 여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사회가 있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하지만 이 책을 출판할 무렵엔 이런 사회에 변화의 물결이 들어왔다.




모쒀사회에서 집안의 어른은 할머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의 대가족시대로 돌아가면 집안의 어른은 할아버지였듯이.

이 사회에서 가문을 잇는 중심 성별은 여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문을 잇는 중심 성별이 남성이듯이.


처음에 나는 이렇게 남성중심사회에서 보통 인식하는 규범들 속의 남성이라는 자리에 여성을 대치시키는 것이 가모장제인 것 같았다.

그건 너무 단순한 이해였다.

모쒀의 가모장제는 결혼이 없는 사회의 결과물이었다.


집안의 어른은 여성인데 그 이유는 생명탄생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태어난 생명이 여성인 경우 집안의 대를 잇는다.

그렇게 할머니 어머니 딸 손녀로 여성을 중심에 둔 사회가 모쒀의 가모장제인데, 이때 각 여성의 파트너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없었던 것이다.


모쒀에서는 누구의 아이(소위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는)라는 개념이 필요없는 곳이다.

그저 어떤 여성의 아이일 뿐이며, 그 아이는 고귀한 생명이기 때문에 엄마로서 생명을 키우는 소임을 다할 뿐이다.

여성은 아이를 키우는 책임을 다하되 누구와도 데이트를 하고 언제라도 남자를 만날 수 있고, 몇 명을 만나든 상관이 없고, 아버지가 다른 아이를 낳아도 상관이 없다.

물론 '아버지'라는 개념이 없다.

데이트하는 남자를 그저 아샤오(아버지라기 보다 만나는 상대 정도라고 해석되는)라고 부를 뿐이다.



모쒀사회 남성들


그렇다면, 이 사회에서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주역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을 고귀하게 여기고, 중심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지 남성을 중요하지 않게 취급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사회든 남성성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그 일을 하는 남성역시 여성의 자녀이기 때문에 어머니랑 함께 살면서 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은 일종의 삼촌같은 것이다.

어머니랑 살면서 누이나 여동생의 자녀들을 함께 돌본다.

남성이 해야하는 거친 일들과 사회와 관계맺는 일들이 주요 역할이다.

모쒀의 남성은 자신이 중심인 가정이 없고, 가장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자식을 잘 키우려고 애써 돈벌거나 책임감을 갖지 않아도 되었다.

마음에 드는 여성과 데이트를 하고 즐겁게 지내다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여성의 집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요, 하고 아이에 대한 일종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고 그 책임을 다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 자기 집에서 자라는 누나 혹은 여동생의 아이들에게 좋은 삼촌의 역할만 하면 된다.

가부장제보다 이런 가모장제의 남성들이 좀 더 자유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과 자유를 사랑한 모쒀인



모쒀사회가 이렇게 가모장제를 유지하게 된 배경에는 생명의 탄생을 고귀하게 바라보고, 살아가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 집안의 어른이 사는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여성이 생명을 잉태할 수도 있는 사적인 공간, 꽃방을 두었다는 것이 참으로 독특했다.

 그 집안의 여성은 꽃방에서 밀회를 포함하여 아샤오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결혼제도가 없기 때문에 결혼제도하에서만 생명들이 존중받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는 다르게 모쒀의 여성들은 자유롭게 섹스를 하고 그 결과로 태어난 생명을 공동체가 함께 키워간다.

모든 생명이 고귀하기 때문에 누구의 아이, 누구의 책임이라는 굴레가 필요없고, 결과적으로 결혼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특히 모쒀인들은 파티를 자주 열었는데, 유머와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를 사랑했다는 것을 보아도 자유를 사랑한 종족이었다.


이런 모쒀인들이 사는 방식, 괜찮아 보였다.



* 하지만 가부장제에 익숙하고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당황스럽다.

그리고 질문을 한다.

우리사회는,결혼제도 밖에 있는 생명을 고귀하게 바라보는가?

부부간에 정절을 강조하는 일부일처제는 좋은 제도인가?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겠다는 패미니즘을 외치는 것이 가모장제를 찬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모두 다,

질문도 어렵고

답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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