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아마도 1888년 태생 중에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데일 카네기
몇 년에 한 번씩이면 꼭 좋은 책 소개에서 등장하는 데일 카네기의 책들. 그럼에도 나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인간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지금, 인간관계론을 손에 들게 되었다. 그렇다, 아무런 동기도 없이 그냥 끌려서 읽는다, 그것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처음에 책을 보고 무협지인지 알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갔는지 책이 너덜너덜했다. 사진 속은 표지날개를 내가 테이프로 보강을 해서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지만 사진 속 카네기 아저씨 주름처럼 책에도 주름이 한가득하다.
아무런 동기도 고민도 없이 책을 펼쳤지만 역시나 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절반정도 읽었을 때 이미 나에게는 두 가지 결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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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여기서 두 가지나 내 과제를 발견했다. 인간관계에 고민이 없다는 동기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쳐서 읽으면 읽을수록 도로 없던 고민이 생겼다. 아니다, 카네기 아저씨가 나를 파헤쳐 제치는 바람에 발견한 것이다. 마치 카네기 아저씨가,
"봐라, 문제가 없을 리가 없지. 이렇게 벌써 네가 못하는 게 나왔는데! 어서 더 읽어!"
이렇게 말하는 듯, 자꾸 내 등을 떠민다.
사진에 스티커가 지적하듯이 나에게는 이름을 잘 기억 못 하고, 남얘기를 잘 안 듣는 문제가 있다.
이름을 잘 기억 못 하는 건, 실은 옛적부터 그랬다. 이름에 특징이 있거나 그 사람에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가 없는 한 금방 잊어버리고, 만났다는 사실조차 다 잊어버릴 때도 있다. '이건 고쳐야지' 하다가도 포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날 알아주면 기쁘듯 나도 알아주어야 기브 앤 테이크다. 내가 잊어져 버리는 걸 원치 않는 한, 나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고 좀 사고가 바뀌었다. 나름의 인사이트로 조금 인과응보도 뿌려주니 동기부여가 된다.
다음은 남얘기 잘 안 듣는 문제. 이건 최근에 좀 그렇게 된 것 같다. 바빠서, 혹은 머릿속에 해야 할 것이 가득이라 등등의 이유이지만, 실은 정말로 남을 위한 공간이 내 마음속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항상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 그러니 그분 주위에는 항상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이 사실을 나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자기 의견이 없고 말이 별로 없는 분'이라고 생각해 버린 듯하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잘 들어주고 잘 기억해 주는 것, 이게 내가 해야 할 수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