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잃어버리면 무엇이 남는가?
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
나라는 경계를 이 몸에서 점점 작게 하여 내 몸을 여의고 내 마음도 내가 아닌 것을 알면 나라고 할 것이 없어지면 결국 남도 나도 아닌 것이 이 전체가 된다. 이 생각과 동시에 오버랩된 생각이 있다.
그건,
곱창
곱창을 만드는 과정을 본 적이 있는가?
깨끗이 세척이 끝난 소장은 안쪽이 매끈하고 바깥쪽에 곱이 있다. 그걸 뒤집어서 우리가 먹는 곱창이 된다. 그 곱창이 뒤집어지는 게 세상의 안과 밖이 바뀌는 느낌이랄까? 자꾸 경계를 생각하면 이 곱창이 떠오른다. 실은 좀 고상하게 말한다면 뫼비우스의 띠도 엇비슷해서 그걸 예로 쓰면 좋을 듯 하지만, 머릿속이 서민인가 보다. 자꾸 곱창만 떠오른다.
여하튼, 나의 경계가 무너짐으로 남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생각이 무경계를 읽으면서 깨달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내용은 이 내용은 무경계에서 처음으로 접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무경계가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불교경전을 여럿 읽어왔는데 그러고 보니 제일 많이 보는 경전인 <금강경>에서 이 내용과 비슷한 내용을 보았던 것이다. 다시 한번 불교경전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인지도 모르는 과거에 이미 <금강경>에 다 써 놓은 것이다.
금강경에 보면 반복해서 나오는 구절이 있다.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
정말 그렇다. 이 모든 것은 그 경계가 뭐가 되든 나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영역은 때로는 내 가족, 우리나라 등으로 확대되기도 하지만, 항상 남이 존재하며 그 생각의 확장에 중생 그리고 영생이 아닐까 한다. 왜 제일 끝에 영생이 나오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역대 독재자나 황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가지고 나면 불로장생에 온 힘을 쏟는 것을 보면 모든 생각의 끝은 영생인가 보다.
작지만 내가 얻은 깨달음으로는 우리는 원래 영원히 사는 존재이다. 마치 내 보물을 내 손에 쥐고 보물 찾기를 하러 길을 나선 것과 같다. 물론 나도 손에 핸드폰을 쥐고 찾을 때가 많으니 남 말을 하기는 힘든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