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그사람의 눈물(3)

눈물에 비친 맑은 마음

by 쑥자람


어젯밤 오랜만에 문의 두 눈과 콧등이 벌게졌다. 열한 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결혼과 미래에 관해 심각히 대화를 나눴고, 그러다 밥때를 훌쩍 놓쳐 버렸다.

나는 눈물을 닦고 문에게 화해의 포옹을 청했다. 우리는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상을 차렸다. 미리 만들어 둔 월남쌈과 땅콩소스, 냉동실에서 꺼낸 항정살 양배추 볶음, 그리고 문은 탄산수, 나는 프로틴셰이크를 들었다.


나는 머리가 아플 만큼 많이 울었고, 그런 나를 보며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부모님의 결혼사진은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 엄마가 다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신혼 초, 장례식장에 간다던 아빠가 연락 없이 늦게 들어오자 엄마는 아빠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울면서 결혼사진을 찢었다고 했다. 엄마와 내 상황은 다르지만 연인과 대화를 나누다 울고 나니 엄마 생각이 자꾸 났다.


‘결혼하면 우는 일이 더 많아질까?’

‘엄마는 아빠 때문에 얼마나 울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문 어머니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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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울었다는 얘기 들은 거 있어?”


문은 잠시 생각하다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몸이 편치 않으셨던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10년간 직접 모셨다는 이야기.


4남매의 셋째 아들 아내로서 시어머니를 모신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만 문의 어머니는 자신의 신념이었던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기꺼이 그렇게 하셨다고 했다. 아픈 몸으로 시어머니를 씻기고, 밥을 차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문의 어머니 이야기 속에서 나의 엄마가 겹쳐 보였다. 나오미를 떠나지 않은 룻처럼 할머니에게 최선을 다했던 우리 엄마. 눈감는 순간까지도 할머니가 자유롭고 눈치 보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랐던 엄마. 그래서 그런 걸까? 문 어머니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 번도 뵌 적 없는 그분이 유독 애달프게 느껴진다.


아니다. 내 마음이 애달파지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문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 그리워하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문의 마음이 나에게 그 마음이 전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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