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견해가 다른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
오랜만에 우리 사이 불이 붙었다. 그러니까 ‘뜨밤’의 불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가 다름으로 생기는 ‘위험한’ 불 말이다.
“삼권분립이 위태로운 것 같지 않아?”
불씨를 지핀 것은 이 한마디였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3개월 가량이 지났다. 새 정부의 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며, 부처 개편안이 하나 둘 보도되는 시점이었다. 검찰청 폐지가 발표되었고, 기획재정부 분리 개편이 발표되었다. 뉴스 헤드라인 정도만 확인하면서 ‘그런가보다’ 했던 나로서는 ‘갑자기 삼권분립?’하며 어리둥절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로서는 문의 의견에 동의한다. 내란 청산은 국정 과제가 맞지만, 이를 위해 대법관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내란재판부를 신설하는 등 간접 선출 기관인 사법 기관 위에 직접 선출 기관인 입법 기관이 존재한다는 의견은 민주주의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나 역시 생각한다. 이 생각에 이르기까지 나 스스로 충분히 자료를 찾아보고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밤, 그러니까 우리 사이 오랜만에 토론의 불이 붙어버린 그 밤, 우리 대화는 건설적이고 건강하지 못했다. 문에게는 미안하고 스스로에게는 부끄럽게도, 문이 정치 이슈와 견해를 밝힐 때,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은가를 잠자코 듣기보다 나도 모르게 경계 태세, 비판 모드로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문은 하나의 견해를 말하는 중인데, 나는 그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문은 자기 논리를 펼치는 중이고, 나는 감정적으로 고양된다.
대화 중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이다. 말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로의 눈을 볼 수 없고, 손을 쓸어내릴 수도 없고, 숨소리도 들을 수 없이 오로지 목소리로만 서로 다른 견해를 주고받으니 대화는 자꾸만 어긋났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이 늦었다는 것을 바이오 리듬으로 알 수 있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고 잠자코 대화에 집중하려다보니 일시적 브레인포그처럼 머릿속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대화를 중단하고 만나서 더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전화를 끊어도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꼭 싸우다가 휴전한 사람들처럼 느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빠, 나 그만 잘래.”
“쑥이 자자! 늦었다!”
“오빠, 근데 나 잠 안 올 것 같은데….”
“왜~?”
“... 오빠는 나랑 이렇게 대화하고 잠이 잘 올 것 같아?”
“...응!”
“...”
“쑥이!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쑥이를 공격하는 게 아니에요!”
“알겠어. 나 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