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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호 Feb 08. 2023

핫플, 맛집, 그리고 데이트

 하마터면 새로운 삶을 살 뻔했다. 살면서 내가 눈여겨보지 않은 것들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관심이 없어 신경 쓰지 않았던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핫플, 맛집, 포토존. 핫플이라는 카페는 왜 핫한지 잘 모르겠고, 맛집이라는 식당은 왜 맛집인지 잘 모르겠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뭐라고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모르겠고, 줄을 서서까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모르겠다.


 전에는 그저 관심이 없었다.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금방 지치는 성격은 '핫플'이라는 곳에 간다는 상상만으로 에너지를 빼앗아 갔다. 음료 맛은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것 같고, 음식은 맛있지만 비슷한 정도로 맛있는 곳은 정말 많고, 크리스마스 장식은 규모 차이는 나지만 어딜 가나 있다. '굳이 여기를? 굳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런 곳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기보다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곳도 있구나. 저런 곳도 있구나. 서울엔 뭐가 참 많구나. 하지만 원래부터 좋아하는 공원들 말고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곳이 없었다. 호기심과 방문 의욕이 생기려 하다가도 주말 인파에 대한 생각이 그것들을 소멸시켰다. 이런 곳에 관심이 없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래돼서 까먹었을 뿐.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화들이 그 이유를 다시 상기시켰다.


 주말에 데이트는 해야겠는데,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공원들은 너무 춥고, 핫플과 맛집은 사람이 너무 많다. 함께 있는 시간이 좋지만,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집중이 안 되고 체력이 금방 떨어진다.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지만 어쨌든 상대와 함께 하는 데이트는 좋으니 어디든 가긴 간다. 다만 내가 너무 쉽게 지쳐버리는 게 문제다. 낡은 소형 충전지처럼 조금만 써도 바로 방전되는데 충전은 오래 걸린다. 상대에게 에너지를 쏟고 싶고 충전시켜 주고 싶은데 그럴 만한 용량이 안 된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지 또 모르겠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기며 정리를 한다. 그냥 그렇게 올린다.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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