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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Sep 23. 2024

파리지엥처럼 회사 다니기

좋은 회사에 대한 생각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일까? 회사를 다니고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의 기준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에 따라 좋은 회사의 기준은 서로 다를 것이다. 또 그 기준에 정답은 없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막연히 대기업이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똑같이 일해도 대감집에서 일하면 콩고물이라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우리 사회에 화두로 떠오르며 워라밸 있는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여겼다.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노동 시간은 너무 길다며,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많은 직장인이 공감했다.


사실 나는 워라밸을 추구하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직무 전문성을 기르며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전문성 있는 삶은 어떨지 궁금했다. 간혹 인스타그램 돋보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며, 일을 통해 자아성취를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이 우상향 곡선이면 워라밸은 수평선의 모양이다. 두 선이 동시에 한 방향으로 갈 수 없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갖추고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전문직이라 불리는 의사, 변호사들의 업무 시간과 근무 강도만 봐도 그렇다.




돈 많이 주는 회사, 워라밸이 있는 회사, 성장하는 회사. 과연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아마 셋 중에 하나라도 충족된다면 일단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두 개 이상 충족되면 아주 좋은 회사. 물론 세 개 모두 충족되는 회사는 대한민국 안에서는 없을 것 같다. (있어도 신의 직장이라 입사하기가 바늘구멍일듯?!) 그럼 어떤 회사를 다닐지는 이제 내가 선택할 문제. 세상에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회사는 없으니, 내 기준에서 만족하며 다닐만한 회사를 골라야 한다.


사실 이런 고민은 소개팅에 비유하면 이해가 잘 된다. 나는 키 크고, 잘생기고, 전문직에 조건 좋은 소개팅남을 만나도(실제론 없지만 상상할게요~) 유머코드가 맞지 않으면 꽝이다. 그와 나누는 대화가 재미없으면 아마 한두 번은 만나더라도 오랜 연애로 이어지지 못할 것 같다. (아 근데 노잼인 차은우는 존재만으로 좋을 것 같기도..흔들린다.) 결국 연애도, 회사도 조건 좋고 잘난 것보다 나랑 잘 맞아야 오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다. 하아, 결국 또 선택은 나의 몫. 정말 사르트르 선생님 인생은 B와 D 사이에 C인가 봐요* 진리를 다시 깨닫습니다.

*사트르트는 실존주의를 다룬 책에 인생이란 Birth(탄생)과 Death(죽음) 사이에 Choice(선택)이라는 말을 했다. 이미 아주 유명한 말이지만 이렇게 또 깨닫습니다. 이 말장난 같은 인생의 진리!




우연한 계기로 프랑스 문화를 접하고, 문화적 차이에 따라 일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나는 뭐든 새삼스럽게 잘 느끼고 감탄하는 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를 떠나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한다. 회사는 단순히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곳이지 크게 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한다. 바캉스 기간도 보통 5주라고 하니 엄청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식휴가는 되어야 그렇게 길게 휴가를 갈 수 있는데...


문득 나도 프랑스 사람의 마인드로 회사를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 내고 회사를 떠나서 해외여행 가는 그 짜릿하고 설레는 기분은 나도 빠리지엥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 바캉스(vacance)라는 단어는 라틴어 vacatio에서 나온 말인데 비어있다는 뜻이다. 즉, 비움으로써 새롭게 채우고 재충전한다는 의미이다. 누구든지 일에 치여서 일하다가 휴가를 내고 쉬거나 여행을 떠나 내면을 깊게 채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회사 밖에서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 사진 속 장소는 멜버른 그레이트오션로드 투어 중 어느 장소.


너무 단순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자(파리지엥인척) 출근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회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회사에서의 성장, 직무 전문성에 대한 기대는 슬며시 내려놓았다. 그저 나에게 회사는 돈을 버는 곳! 그 돈으로 해외여행도 가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다. (미천한 저에게 매달 잊지 않으시고 월급을 주시다니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휴가 쓰는 것에 눈치가 덜 보여서 주말을 포함해 10일 정도는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좋은 회사는 휴가를 자유롭게, 길게 쓸 수 있는 곳이다. 회사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바라보자 오히려 내가 좋아하고, 나랑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결국 모든 선택에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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