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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Sep 20. 2024

회사 밖에서 배우겠습니다.

워라밸 챙기고 배움 없기 VS 일 빡세고 배울 거 많기

인스타그램에서 워라밸 있는데 배울 거 없는 회사 VS 일 빡세고 야근인데 배울 거 많은 회사 중에 고르는 밸런스게임을 봤다. '좋아요'가 많은 걸 보니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나 보다. 뭐가 더 나을지 고민하면서 댓글창을 열었다. 댓글 중에서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 일하는 곳이다. 회사에서 배우려 하지 말고 워라밸 찾아 퇴근 후의 삶에서 배우고 싶은 걸 배우면 된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반대로 워라밸 있는 회사로 이직하니 확실히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줄어 아쉽다는 댓글도 보였다. 대부분 워라밸 좋은 회사가 낫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워라밸: 워크라이프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


역시 적당히 워라밸도 좋고 업무적으로 배울 점도 있는 회사는 세상에 없나 보다. 원래 적당한 게 제일 어렵지. 악기를 배우는 데도 오랜 시간이 드는데 일을 잘하기 위해서도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인생에 공짜는 없다.'라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금 실감한다. 그럼 이제 갈팡질팡 말고 내 마음을 정할 차례이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다닐 것인가.


혼자 카페 가서 책 읽고 생각 정리 하는 것을 좋아해요


직장인 7년 차로서 기술 없는 문과 사무직으로 일하며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명함에 적힌 직무는 마케팅인데 막상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낼 일이 없다. 사기업이지만 기업 문화는 공무원 조직 같은 분위기의 회사라 나름대로 편하고 안정적인 생활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크게 업무적인 성취와 재미는 없지만 어느새 조직 문화에 적응해 버렸다. 물론 대학생 때 꿈꿨던 커리어우먼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먼 직장인이 되어 버렸지만. 한때 나도 고객의 마음을 흔드는 마케팅, 차별화된 브랜딩을 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나의 열정은 뿌연 먼지처럼 부유한다. 반짝임은 사라지고 흑백처럼,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돌멩이로 존재하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 편한 돌멩이로 머물 것인지 갈등을 하며, 이직 한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 내 미래인 과장, 차장급 선배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도 살펴봤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제는 결론을 내렸다.


카페에서 돌멩이

퇴사? 이직? 아니요.

지금처럼 회사에 다니면서 워라밸을 챙기고 회사 밖에서 배워보겠습니다.


다행히 지금 다니는 회사는 워라밸이 보장된다. 나와 달리 어떤 직장 동료에겐 이 회사가 워라밸 없고 배울 점이 많은 곳일 수도 있다. 2대 8의 법칙에서 그 동료가 뛰어난 20%라면 나는 나머지 80%가 되어서 회사에 큰 기대 없이 그냥 다니려고 한다. 나보다 앞서가는 동료를 보면 이따금 속이 쓰리겠지만 그야 어쩔 수 없지.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워라밸 있는 삶을 추구하면 회사에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회사에서 성공하고 인정받으려면 워라밸을 포기하고 야근도 하고, 업무에서 쇼맨십도 하며 나의 에너지를 회사에 쏟아야 한다. 그렇다고 퇴사를 하고 싶을 만큼 회사가 싫거나, 사업을 하고 싶거나, 이직할 생각도 크게 안 든다. (솔직히 이직은 회사에서 배운 게 크게 없어서 이직할 재주가 없다...) 그래서 고민 끝에 회사에 다니며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면서, 그 월급으로 내가 해보고 싶은 것 들을 열심히 경험해보려고 한다. 취미수집러가 되겠어!


연희동 연필 판매점 몽당


회사 밖에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취미생활을 경험하며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도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경험해 보자는 마음에서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한창 열심히 일하고 성장할 연차에 회사 밖에서 딴짓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사양할게요. 내 인생을 나답게, 나만의 모양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브런치에 직장인으로서의 푸념도, 새로운 경험을 하며 느낀 설렘도, 이대로 괜찮을까 싶은 흔들리는 마음도 기록할 생각이다. 이런 기록들이 쌓이면 변화하는 감정을 살펴볼 수 있어 훗날 돌아보았을 때 재밌을 것 같다. 회사에서 성장, 인정 욕구는 내려놓고 회사 밖에서 나만의 삶을 살겠다는 선택이 어리석을 지도 모른다. 이런 어리석음도 결국엔 몸소 겪어 봐야 깨닫게 될 것이다. 또 깨달음 뒤엔 새로운 배움이 있겠지.


이제 고민은 끝이고 실천할 차례!

행동파 직장인으로서 퇴근 후의 유한한 시간을 다양한 빛으로 채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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