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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Oct 31. 2024

나는 인삼밭의 고구마

비교하지 말고 그냥 내가 돼~

애정하는 고추장와플 작가님의 꿩 대신 닭이면 어때 글을 읽고 인삼밭의 고구마 만화가 생각났다. 도대체 작가님의 네 컷 만화인데 대충 그려진 그림인데 내용이 참 좋다.


요약하자면 인삼밭에 고구마가 있는데 고구마가 행복해 보인다. 그 꼴을 보니 인삼은 괜히 화가 났다. 인삼도 아니면서? 자기가 인삼이 아닌 걸 알아도 저렇게 행복할까? 그래서 고구마에게 넌 인삼이 아니고, 고구마야! 라고 말한다. 그러자 고구마는 ”내가,, 고구마라고...?? “라고 말하고는 “으아아아.. 나는 고구마다~ 고구마"라고 다시 행복해한다.


가끔 일부러 찾아보는데 이 만화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괜히 나도 "나는 고구마~“ 라고 작게 읊조려 본다.


인삼 인성논란, 하지만 고구마에게는 타격 0임


고구마가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인삼과 자신을 비교하지도 않고, 본인이 인삼보다 덜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고, 스스로에 만족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고구마가 부럽다는 마음이 든다. 그럼 나는? 나는 저렇게 온전한 고구마일 수 있을까? 심지어 인삼 밭에서?




어렸을 때는 남과 비교해 더 잘하고 돋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학에 가서는 각종 대외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욕심, 승부욕, 성취감이란 단어들로 가득한 20대를 보냈던 거 같다. 그런데 30대가 되어 지금은? 그저 직장인이 되어 지금 하는 일에 재미와 보람이 없어도 꼬박꼬박 월급 주니까 그럭저럭 다니다 보니 어느새 연차가 5년 차가 되었다.


요즘 회사와 일에 관해서라면 스스로를 부정하고(내 업무는 물경력이야ㅠ) 자신감도 점차 사라진다(이직하지 못할 거 같아..) 그런 마음에 파묻혀 우울해지려고 할 때면 긍정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려고 노력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내가 잘하고 싶은 건? 뭘 할 때 즐거움을 느끼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 그저 행복한 고구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방송기자가 되고 싶어서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하였다. 조별수업에서 주로 발표를 맡았고, 발표하는데 자신이 있다. 논술이나 작문 등 글쓰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글쓰기는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자신감이 크진 않지만 꾸준히 잘하고 싶은 분야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나부터 지금의 나에 이르기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또 아직은 어설프고 못하지만 향상하고 싶은 능력도.


-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한다. 작품 보는 걸 좋아하는데 지식이 없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공부해 보고 싶다. (꼭 뉴욕과 파리에 가서 좋아하는 미술관만 계속 다니고 싶다)

-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약간의 관종끼가 있나 보다. 혼자 일기 쓰는 것보다 남들이 봐주고 댓글 달아주는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 쓰는 것이 재밌다

- 일상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의 사진 찍어주는 것도 좋아하고 제법 잘 찍는 편이다(애정필터)

- 모르는 사람하고 낯가림이 없이 편하게 대화를 이끌 수 있다. 대신 대화했는데 노잼이면 바로 대화를 안 하고 싶다

- 나름 끈기도 있다. 회사 다니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이때 느낀 성취의 경험이 좋아서 회사 다니면서도 뭔가를 계속하게 된다.


퇴근하고 스카가서 공부했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 시절이 있습니다


그러면 반대로 영 소질이 없거나 잘 못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

- 숫자가 참 눈에 바로 안 들어온다. 아직도 기업의 재무제표 읽을 주를 모른다.

- 업무 할 때 빠르긴 한데 꼼꼼하진 않다. 여러 번 검증을 하는 업무태도를 기르려고 한다.

- 관심 없는 건 들여다볼 생각을 안 한다. 대충대충 하게 된다.

- 데이터 뽑는 건 영 모르겠다. 노력하면 늘려나?




소질이 없어서 속상해, 왜 난 이걸 못하지... 이런 마음이 아니라 난 이런 사람이야. 이런 건 어려워~라고 나 자신을 조금 감싸는 마음으로 들여다보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뚜렷해지는 거 같다. 어찌 보면 이런 나의 성향이 지금 내가 하는 일(금융권에서 운영 업무를 하며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과 잘 맞지 않아서 흥미를 못 느낄 수도 있겠다.


회사에서 즐거웠던 때도 다른 회사 사람들과 미팅하고 어떤 걸 하자고 논의했을 때였다. 근데 이런 경험은 특별한 경우고 보통은 위에서 시키는 업무만 하거나, 단순 운영성 업무를 하니 편하긴 한데 뭔갈 배우고 성장하는 기분이 영 들지 않았다.


자꾸 내가 못나 보이고 속상했는데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며 ‘꼭 인삼이 아니어도 고구마여도 괜찮으니까! 나는 행복한 고구마가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제 나의 목표는 행복한 고구마가 되는 것이다. 내 주변의 여러 인삼들을 보며 나와 비교하거나 그저 부러워하지 않고 온 마음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또 자기만의 분야에서 나아가는 인삼들을 보면서 나도 좋은 영감을 얻고 배우고 싶다!


겨울엔 집에서 이불 덮고 고구마랑 귤 까먹는 맛이죠!


이제 고구마의 계절이 오고 있다!

랄랄랄라 행복한 고구마가 되기 아주 딱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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