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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택 Apr 22. 2021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고정하면 허리고장이 난다.

허리디스크, 허리통증 스스로 해결하기 (1)


  40대 초반의 남자 환자분과 상담을 했다. “일주일 전 허리를 삐끗한 후 통증이 심해서 일을 계속 쉬고 집에서 누워 있어요.”, “쉬니까 통증의 변화는 어떠신가요?”, “처음 2~3일은 통증이 너무 심해서 누워서 쉬니까 통증이 어느 정도 줄었어요.”, “3일 이후에는 어떠셨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괜찮긴 한데 힘도 없고 통증이 비슷해요. 움직이면 아플까봐 매일 누어있는 시간이 많아요.”, “지금부터는 일도 하시고 일상생활을 예전처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세요.”, “아직은 허리를 구부리면 아파서 통증이 없어지고 다 나으면 나가고 싶어요.”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고정하면 허리고장이 더 납니다. 움직이세요!”.     


  허리디스크와 통증의 문제는 가만히 있고 움직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프다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일할 때 같은 자세로 있는 것에서 허리통증의 문제는 시작된다. 많이 움직여서 과부하로 문제가 되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오래 고정된 상태로 있으면 허리에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좋은 자세도 고정 돼서 오래하면 허리디스크가 안 좋다. 아프다고 가만히 있으면 허리디스크와 통증은 더 오래 간다.    

  허리통증은 때로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심할 때도 있다. 하루 이틀 정도는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하지만 계속 가만히 누워 있으면 허리통증이 더 오래 간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anl of Medicine)>에 실린 데요(Deyo RA) 박사팀은 2일과 2주의 침상 안정(가만히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일의 침상 안정이 2주만큼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너무 오래 쉬면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모든 전통적인 치료법 중에 침상 안정보다 나쁜 것은 없다고 한다.     


  코크란(Cochrane) 협회에서도 침상 안정이 긍정적인 효과가 없고 오히려 유해할 수 있다고 한다. 코크란 협회는 의료 분야의 문헌 고찰(Review)를 통해 체계적인 연구를 하는 영향력 있는 단체이다. 침상 안정이 허리통증에 더 효과적임을 입증하는 관련 연구 결과가 없다고 한다. 다른 단체와 학술지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침상 안정은 시행하지도 처방하면 안 된다.”, “통증이 심하면 가능한 짧은 시간만 쉬고 간헐적으로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몸에서는 변화가 일어난다. 트루프(Troup JDG) 박사 연구팀은 ‘감소된 신체 활동과 생화학적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에 적응이 일어난다. 관절낭(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액을 저장하는 조직)이 기능을 못하면서 관절 연골의 압박이 커진다. 관절은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고 통증을 다시 느끼며 가만히 있게 되는 악순 사이클에 빠진다. 여기에 반복적인 미세 손상과 염증은 통증과 고정하는 사이클에 불을 붙인다.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운동, 휴식, 약물 처방을 하고 세 그룹을 대해  비교한 연구가 있었다. 결과는 운동 그룹이 휴식과 약물 처방을 받은 그룹보다 더 빨리 회복되었다. 추간판은 연골종판을 통한 확산 작용으로 영양 공급이 된다. 추간판을 척추 고정 그룹과 운동 그룹으로 나눠 세포의 산소 소비와 젖산 분비에 대한 비교 연구를 했다. 젖산은 근육이 글리코겐을 사용하여 분해되면서 생기는 물질로 쌓이면 피로물질로 불린다. 척추 고정 그룹은 산소 소비가 감소하고 젖산 분비가 증가했고 운동 그룹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운동 그룹은 산소 순환이 잘되고 젖산 분비가 감소했다. 즉 적절한 운동이 추간판의 영양 공급에 도움이 더 되었다는 것이다.    


  척추가 위아래로 호흡하듯 움직이는 것을 ‘척추 호흡’이라고 표현한다. 척추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추간판에 영양 공급을 하고 추간판이 탈출하지 않도록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가만히 있으면 척추 호흡이 안 일어나고 영양 공급이 안 되기 때문에 회복이 더디게 된다. 척추 호흡이 잘 일어나려면 골반과 척추가 제 위치한 상태에서 천천히 약하게 반복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고정된 자세로 가만히 오래 있으면 몸이 긴장 돼서 움직임이 안 일어나고 허리에 무리가 된다.    


  허리통증이 있으면 많이 움직이거나 운동이 더 나쁠까봐 걱정한다. 급성요통으로 병원을 찾은 직장인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다른 치료법을 처방한 연구가 있다. 첫 번째 그룹은 침대에서 이틀 동안 쉬게 했고 두 번째 그룹은 허리척추 운동을 하게 했다. 세 번째 그룹은 허리가 안 아픈 것처럼 생활하라고 했다. 그 결과 세 번째 그룹이 가장 먼저 회복되고 직장인의 회사 복귀율도 가장 높았다. 통증이 있어도 움직이며 생활하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회복이 빠르다.     


  좋은 자세와 나쁜 자세가 있다. 허리에 나쁜 자세를 몇 번 한다고 해서 허리디스크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나쁜 자세를 자주 오래 반복했을 때 추간판에 과부하가 생기고 누적되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좋은 자세도 고정된 상태로 있으면 역시 안 좋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같은 자세를 취하면 좋은 자세 또한 허리에 안 좋다. 척추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자세를 자주 바꿔주고 내 몸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척추 호흡이 잘 일어나야 한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허리통증에 적극적인 관리란 가만히 있기보다 간단한 생체역학적 원리를 알고 움직이는 것이다. 상담할 때 운동을 좋아하는지 꼭 물어본다. 운동 선호도에 따라 운동 방법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자주 움직이고 운동을 권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초년생 때 본인은 늦게 회복돼도 좋으니 운동은 시키지 말아달라는 환자가 있었다. 의욕이 앞서 회복이 늦는 것 같아 운동을 시켰더니 펑펑 울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경우도 있다. 항상 각 개인의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고정하면 허리통증의 원인이 된다. 첫째, 침상 안정은 급성기나 통증이 심할 때 하루 이틀 정도만 한다. 둘째, 척추를 적절하게 움직여야 척추 호흡이 일어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셋째, 어떤 자세도 오랫동안 고정하면 허리에 안 좋다. 넷째, 운동뿐 아니라 본인의 몸에 맞는 생체역학적 활동도 도움이 된다. 운동을 꼭 해야 되는 건 아니니 부담 갖지 말자. 허리통증이 있다고 오래 누워 있거나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이고 또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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